마니피캇(Magnificat) 248

연민(憐憫·憐愍)의 길항(拮抗), 거룩한 이별은 종교보다 강하다

연민(憐憫·憐愍)의 길항(拮抗), 거룩한 이별은 종교보다 강하다 - Antagonism of compassion, holy separation is stronger than religion [연 중 제 15 주 일 (다 해) 2022. 7. 10. Luc. 10,25-37] 1. 사랑은 크고 말은 작다(이영광 시인) 고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을 읽어본다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백서白書에서 백서帛書로, 한없이 차갑거나 한없이 뜨겁거나

▲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2022 Cliburn Competition 제공] 피아노만큼 人文도 중요… 단테의 신곡, 국내 번역본 모두를 외울 만큼 읽었다는 임윤찬군! [연 중 제 14 주 일 ( 다 해) 2022. 7. 3. Luc. 10,1-12.17-20] 백서白書에서 백서帛書로, 한없이 차갑거나 한없이 뜨겁거나 -in the white document, the writing in silk, it is endlessly cold or it is endlessly hot [연 중 제 14 주 일 ( 다 해) 2022. 7. 3. Luc. 10,1-12.17-20] 1. 이육사, 「청포도(1939)」 시를 읽어본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

섭리(燮理),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를 연결하는 ‘먼저’라는 이름의 볼텍스(vortex)

섭리(燮理),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를 연결하는 ‘먼저’라는 이름의 볼텍스(vortex) -The vortex of the name ‘first’ connecting the providence, the relative and absolute world - [연 중 제 13 주 일 (다 해) 강 론 2022. 6. 26. Luc. 9,51-62] 1. 김사인, 「풍경의 깊이」 ①바람 불고/ 키 작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②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이 외로운 떨림으로 해서/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그 떨림의 이 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하나의 정답과 천 개의 해답, 최소의 것에 담김(contineri a minimo)

하나의 정답과 천 개의 해답, 최소의 것에 담김(contineri a minimo) -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1ㄴ-17)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다해), 2022. 6.19. Luc. 9,11-17] 1. 로버트프로스트의 「가지 않는(은) 길」 시를 읽어본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

그대가 사랑을 본다면, 그대는 바로 삼위일체를 뵙는 것이다

“그대가 사랑을 본다면, 그대는 바로 삼위일체를 뵙는 것이다!" " vedi l'amore, allora sei la Trinità!”(아우구스티누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요한 16,12-15) 1. 함민복의 「사과를 먹으며」 시를 읽어 본다. ①사과를 먹는다/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②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③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④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⑤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

한 처음에, 사랑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한다는 것!

한 처음에, 사랑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한다는 것!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19-23) [성령 강림 대축일(다해)2022. 6. 12. Jean. 16,12-15] 1.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한용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읽어본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

‘하늘-예루살렘’이라는 공백의 표지에서 ‘머무름과 떠남’의 ‘포향(飽享)’으로

‘하늘-예루살렘’이라는 공백의 표지에서 ‘머무름과 떠남’의 ‘포향(飽享)’으로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 [거룩하신 주님 승천 대축일(다해), 2022년 5월29일, 루카 24,46-53] 1.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까/갑자기 검붉은 색깔의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아, 우리가 장미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있었다//장미가 그곳에 피어 있기 전에는 /아무도 장미를 기대하지 않았다./장미가 그곳에 피었을 때는 /아무도 장미를 믿으려하지 않았다. //아, 출발도 한 적 없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했구나./하지만 모든..

길, 무한과 영원을 현존케 하는 모든 것의 상태와 하나인 상태

길, 무한과 영원을 현존케 하는 모든 것의 상태와 하나인 상태 -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14,23-29/20 ,19-29) [부 활 제 6 주 일(다 해) 2022. 5. 22. Jean.14,23-29.] 1.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시가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인가? 독자가 시에게 다가가는 것인가? 시를 읽어 본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히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91년)는..

‘사랑은 아름답다’는 명제가 건너야 할 ‘무지의 황홀’

‘사랑은 아름답다’는 명제가 건너야 할 ‘무지의 황홀’ -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요한 13, 31-35) [부 활 제 5 주 일 (다 해) 2022. 5. 15 Jean. 13,31-33.34-35] 1. '안심'을 좋아하세요? 마블링이 있는 '등심'을 좋아하세요? 칼린 지브란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를 읽어본다. ①서로 사랑하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②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③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

‘알아듣겠다’는 의지와 ‘알아들었다’는 인식의 ‘간극’을 넘어서

‘알아듣겠다’는 의지와 ‘알아들었다’는 인식의 ‘간극’을 넘어서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 10,27-30) [부활 제4주일 (다 해) 2022. 5. 8, 요한 10,27-30] 1. 김용택, 「안녕, 피츠버그 그리고 책」 안녕, 아빠 지금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 마치 시 같다.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 모습이 한그루의 나무 같다. 잔디와 나무가 있는 집들은 멀리 있고, 햇살과 바람과 하얀 낮달이 네 마음속을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한그루의 나무가 세상에 서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고 또 잊어야 하는지. 비명의 출구를 알고 있는 나뭇가지들은 안심 속에 갇힌 지루한 서정 같지만 몸부림의 속도는 바람이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내부의 소리다. 사람들의 내일은 불투명하고, 나무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