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748

5월의 시 / 이해인

5월의 시  - 이해인​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구김살 없는 햇빛이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의 별 / 진은영

오월의 별​​​ 진은영​​​​늙은 여자들이 회색 두건의 성모처럼 달려와서언덕 위 쓰러지는 집을 품 안에 눕힌다​라일락, 네가 달콤하고 하얀 외투로 달려와바람에 무너져 가는 저녁 담을 둘러싼다​면식 있는 소매치기가 다가와그의 슬픔을 내 가방과 바꿔치기해 간다, 번번이​죽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 꽃이 진다 바람 분다 여름이파란 얼음처럼 마음속으로 미끄러진다​하늘의 물방울이 빛난다내가 사랑했던 이가 밤새 마셨던​굳어 가는 피의 거울 속에서사람들이 제 얼굴을 들여다본다, 어제 속눈썹의 흰 별자리가 떨리던 것을​​

시(詩)와 詩魂 2024.04.28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노천명푸른빛 하늘이육모정 위에 그린 듯이 아름답고,연못의 창포 잎 사이로물고기들이 뛰놀고 있어라.나의 젊은 꿈은나비처럼 앉은 정오인데,왜 이리도 외롭고 무색할까?지난날의 그림자는옛 추억처럼 선명하여라.산책을 하며 회상에 젖을 때풀 냄새가 코를 스친다.옛 집 길가의 청머루 순은길고 길게 뻗어 있었고,꿩은 울음소리로 들길을 알려주었네.오월 하늘, 노래를 부르자.그리움과 서러움을 떨쳐 버리고,보리밭에 피어난 종달새처럼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희망을 노래하자.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의 노래 / 괴테

오월의 노래 / 괴테오오 눈부시다자연의 빛해는 빛나고들은 웃는다.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떨기 속에서는새의 지저귐넘쳐 터진는이 가슴의 기쁨.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사랑이여 사랑이여!저 산과 산에 걸린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그 크나큰 은혜는신선한 들에꽃 위에 그리고한가로운 땅에 넘친다소녀여 소녀여..나는 너를 사랑한다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나는 너를 사랑한다.종달새가 노래와산들바람을 사랑하고아침에 핀 꽃이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뜨거운 피 가슴치나니나는 너를 사랑한다.너는 내게 청춘과기쁨과 용기를 부어라.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나를 몰고 가나니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 청산 / 김용택

오월 청산 / 김용택 저 들저 보리밭에 보리 패면오월 들녘 사람들은캄캄한 깜부기로 패어캄캄한 세상,온 세상을 눈 찾아 헤매네.아이들아아이들아해맑은 남녘땅아이들아나를 뽑아늴리리야 늴리리보리피리를 불어다오이 산 저 산오월이 청산이 다 개이도록흘러가는 저 강물에늴리리야 늴리리보리피리를 불어다오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의 편지 / 목필균

5월의 편지 / 목필균가끔은 스무 살 젊음이고 싶다. 안개 배인 공지천을 산책하던 우리의 노래는 하얗게 웃어대던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지. 미숙한 사랑을 지켜온 백치 같았던 순결, 그 시절, 네 그림자 허리를 잡고 안부를 묻고 싶다. 잎새 반짝이던 은백양 나무에 걸려있던 우리의 시들은 오월의 축제를 사열하고, 교정의 기인 *외수아저씨는 순수를 위해 몸을 닦지 않는다는 모순된 말로 자신의 남루를 덮고 있었지. 잔디밭 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시선을 끌던 작은 키의 동기생은 한 학기를 떠돌다 사라지기도 하고. 시내에서 변두리까지 꼬박 걸어도 1시간 거리도 안되었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아쉬움 속에 깊어가기도 했어. 별빛은 5월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지, 그시절의 노래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리라 믿으면서 아카시아 흐드..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의 창 / 황금찬

5월의 창 / 황금찬5월은 푸르러 가는 내 창 앞에 와서한 밤을 말이 없다가새벽이 되면 정다운 음성으로나를 부르는 것이다.비가 오는 언덕에는어느 바레트의 채색처럼풍경화를 수놓고 있는데그것을 이 창 안에서 바라보기란마음의 부담으로 하여시계가 흐른다.5월은 누가 간 달이냐다시 누가 올 달이라더냐아카시아 꽃이 비를 맞으며서 있는 것은 내 창으로 봐액자 속의 그림 같다.5월의 창은 언제나미술전시회장의 입구처럼기대가 크고,무도회의 권유를 연주하고 있다.5월의 내 창을 통해 보면고호의 그림폭이 나열되고스테파노가 부르는 무정한 사람이 들리고때로는 가부리엘라 뚜치의 소프라노가 감돌기도 한다.5월의 창은 참 말이 없다.그리고 그 낮은 음석으로 해서다정한 풍경화와조용한 음률을 생각하는내 하나의 유산이다.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 / 이해인

5월 / 이해인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모두 초록빛 기도로 물이 드는 5월,어머니를 부르는 저희 마음에도초록의 숲이 열리고 바다가 열립니다매일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마음이 어둡고 시름에 겨울 때지친 발걸음으로 주저앉고 싶은 때어서 들어오라고 저희를 초대하시는지혜의 문이신 어머니새 천년의 삶을 준비하며저희는 어머니가 열어주시는그 문으로 들어가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진리를 선택하고 진리를 따르는지혜와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어둠을 비추는 별이 되라고오늘도 조용히 저희를 부르시는바다의 별이신 어머니벼랑 끝으로 내몰린 위기에도쉽게 쓰러지지 않고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믿음과 희망을 참을성 있게 키워마침내는 한 점 별로 뜰 수 있도록영원의 환한 빛으로 저희를 비추어주소..

시(詩)와 詩魂 202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