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749

7월의 바다/황금찬

7월의 바다 -황금찬   아침 바다엔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바다의 꿈이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문득 나비가 되어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나비를 쫓아간다.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시(詩)와 詩魂 2024.06.30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질 때는 고요히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나는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의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하얀 치자꽃 한 송이당신께 보내는 오늘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시(詩)와 詩魂 2024.06.30

7월/목필균

7월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돌아선 반환점에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피어난 잎새도 기울면중년의 머리카락처럼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견딜 수 없는 햇살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시(詩)와 詩魂 2024.06.30

7 월 / 허 연

백련지   칠 월 / 허 연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 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 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詩)와 詩魂 2024.06.30

5월의 시 / 이해인

5월의 시  - 이해인​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구김살 없는 햇빛이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의 별 / 진은영

오월의 별​​​ 진은영​​​​늙은 여자들이 회색 두건의 성모처럼 달려와서언덕 위 쓰러지는 집을 품 안에 눕힌다​라일락, 네가 달콤하고 하얀 외투로 달려와바람에 무너져 가는 저녁 담을 둘러싼다​면식 있는 소매치기가 다가와그의 슬픔을 내 가방과 바꿔치기해 간다, 번번이​죽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 꽃이 진다 바람 분다 여름이파란 얼음처럼 마음속으로 미끄러진다​하늘의 물방울이 빛난다내가 사랑했던 이가 밤새 마셨던​굳어 가는 피의 거울 속에서사람들이 제 얼굴을 들여다본다, 어제 속눈썹의 흰 별자리가 떨리던 것을​​

시(詩)와 詩魂 2024.04.28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노천명푸른빛 하늘이육모정 위에 그린 듯이 아름답고,연못의 창포 잎 사이로물고기들이 뛰놀고 있어라.나의 젊은 꿈은나비처럼 앉은 정오인데,왜 이리도 외롭고 무색할까?지난날의 그림자는옛 추억처럼 선명하여라.산책을 하며 회상에 젖을 때풀 냄새가 코를 스친다.옛 집 길가의 청머루 순은길고 길게 뻗어 있었고,꿩은 울음소리로 들길을 알려주었네.오월 하늘, 노래를 부르자.그리움과 서러움을 떨쳐 버리고,보리밭에 피어난 종달새처럼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희망을 노래하자.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의 노래 / 괴테

오월의 노래 / 괴테오오 눈부시다자연의 빛해는 빛나고들은 웃는다.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떨기 속에서는새의 지저귐넘쳐 터진는이 가슴의 기쁨.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사랑이여 사랑이여!저 산과 산에 걸린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그 크나큰 은혜는신선한 들에꽃 위에 그리고한가로운 땅에 넘친다소녀여 소녀여..나는 너를 사랑한다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나는 너를 사랑한다.종달새가 노래와산들바람을 사랑하고아침에 핀 꽃이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뜨거운 피 가슴치나니나는 너를 사랑한다.너는 내게 청춘과기쁨과 용기를 부어라.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나를 몰고 가나니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 청산 / 김용택

오월 청산 / 김용택 저 들저 보리밭에 보리 패면오월 들녘 사람들은캄캄한 깜부기로 패어캄캄한 세상,온 세상을 눈 찾아 헤매네.아이들아아이들아해맑은 남녘땅아이들아나를 뽑아늴리리야 늴리리보리피리를 불어다오이 산 저 산오월이 청산이 다 개이도록흘러가는 저 강물에늴리리야 늴리리보리피리를 불어다오

시(詩)와 詩魂 202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