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오월의 별 / 진은영

나뭇잎숨결 2024. 4. 28. 16:33

오월의 별

진은영

늙은 여자들이 회색 두건의 성모처럼 달려와서

언덕 위 쓰러지는 집을 품 안에 눕힌다

라일락, 네가 달콤하고 하얀 외투로 달려와

바람에 무너져 가는 저녁 담을 둘러싼다

면식 있는 소매치기가 다가와

그의 슬픔을 내 가방과 바꿔치기해 간다, 번번이

죽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 꽃이 진다 바람 분다 여름이

파란 얼음처럼 마음속으로 미끄러진다

하늘의 물방울이 빛난다

내가 사랑했던 이가 밤새 마셨던

굳어 가는 피의 거울 속에서

사람들이 제 얼굴을 들여다본다, 어제 속눈썹의 흰 별자리가 떨리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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