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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2)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2) -부활6주,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를 중심으로       1. 나태주, 「오월」      아름다운 너/ 네가 살고 있어 / 그곳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너/ 네가 웃고 있어/ 그곳이 웃고 있다/ 아름다운 너/ 네가 지구에 살아 /지구가 푸르다 나태주 시인의 「오월」은 지구가 푸른 이유를 아름다운 너의 존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월이 오월일 수 있는 이유를 사람에게 찾는 나태주 시인의 이 서정이야말로 나태주현상을 낳은 원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밖에서 찾은 것은 결국 자기 안에 있는 것이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네가 있기에 지구가 푸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푸르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이를  자기충족이유율이..

오월은 성모 성월

성모성월의 유래: 어떻게 해서 교회가 5월을 성모성월로 지내게 됐을까요?   가톨릭교회는 해마다 5월을 정해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의 어머니인 동정 마리아를 각별히 공경하면서 마리아의 도움을 청하며 아울러 마리아의 모범을 본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본당에서는 성모성월 한 달 동안 공동 묵주기도를 바치고  특별히 하루를 정해 '성모의 밤' 행사를 갖기도 합니다. 성모성월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1. 아기를 낳을 것이라는 천사의 말에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응답한 마리아는 얼마 후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엘리사벳에게서 인사를 받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

백서(帛書) 2024.04.28

5월의 시 / 이해인

5월의 시  - 이해인​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구김살 없는 햇빛이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의 별 / 진은영

오월의 별​​​ 진은영​​​​늙은 여자들이 회색 두건의 성모처럼 달려와서언덕 위 쓰러지는 집을 품 안에 눕힌다​라일락, 네가 달콤하고 하얀 외투로 달려와바람에 무너져 가는 저녁 담을 둘러싼다​면식 있는 소매치기가 다가와그의 슬픔을 내 가방과 바꿔치기해 간다, 번번이​죽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 꽃이 진다 바람 분다 여름이파란 얼음처럼 마음속으로 미끄러진다​하늘의 물방울이 빛난다내가 사랑했던 이가 밤새 마셨던​굳어 가는 피의 거울 속에서사람들이 제 얼굴을 들여다본다, 어제 속눈썹의 흰 별자리가 떨리던 것을​​

시(詩)와 詩魂 2024.04.28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노천명푸른빛 하늘이육모정 위에 그린 듯이 아름답고,연못의 창포 잎 사이로물고기들이 뛰놀고 있어라.나의 젊은 꿈은나비처럼 앉은 정오인데,왜 이리도 외롭고 무색할까?지난날의 그림자는옛 추억처럼 선명하여라.산책을 하며 회상에 젖을 때풀 냄새가 코를 스친다.옛 집 길가의 청머루 순은길고 길게 뻗어 있었고,꿩은 울음소리로 들길을 알려주었네.오월 하늘, 노래를 부르자.그리움과 서러움을 떨쳐 버리고,보리밭에 피어난 종달새처럼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희망을 노래하자.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의 노래 / 괴테

오월의 노래 / 괴테오오 눈부시다자연의 빛해는 빛나고들은 웃는다.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떨기 속에서는새의 지저귐넘쳐 터진는이 가슴의 기쁨.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사랑이여 사랑이여!저 산과 산에 걸린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그 크나큰 은혜는신선한 들에꽃 위에 그리고한가로운 땅에 넘친다소녀여 소녀여..나는 너를 사랑한다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나는 너를 사랑한다.종달새가 노래와산들바람을 사랑하고아침에 핀 꽃이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뜨거운 피 가슴치나니나는 너를 사랑한다.너는 내게 청춘과기쁨과 용기를 부어라.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나를 몰고 가나니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시(詩)와 詩魂 2024.04.28

오월 청산 / 김용택

오월 청산 / 김용택 저 들저 보리밭에 보리 패면오월 들녘 사람들은캄캄한 깜부기로 패어캄캄한 세상,온 세상을 눈 찾아 헤매네.아이들아아이들아해맑은 남녘땅아이들아나를 뽑아늴리리야 늴리리보리피리를 불어다오이 산 저 산오월이 청산이 다 개이도록흘러가는 저 강물에늴리리야 늴리리보리피리를 불어다오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의 편지 / 목필균

5월의 편지 / 목필균가끔은 스무 살 젊음이고 싶다. 안개 배인 공지천을 산책하던 우리의 노래는 하얗게 웃어대던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지. 미숙한 사랑을 지켜온 백치 같았던 순결, 그 시절, 네 그림자 허리를 잡고 안부를 묻고 싶다. 잎새 반짝이던 은백양 나무에 걸려있던 우리의 시들은 오월의 축제를 사열하고, 교정의 기인 *외수아저씨는 순수를 위해 몸을 닦지 않는다는 모순된 말로 자신의 남루를 덮고 있었지. 잔디밭 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시선을 끌던 작은 키의 동기생은 한 학기를 떠돌다 사라지기도 하고. 시내에서 변두리까지 꼬박 걸어도 1시간 거리도 안되었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아쉬움 속에 깊어가기도 했어. 별빛은 5월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지, 그시절의 노래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리라 믿으면서 아카시아 흐드..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의 창 / 황금찬

5월의 창 / 황금찬5월은 푸르러 가는 내 창 앞에 와서한 밤을 말이 없다가새벽이 되면 정다운 음성으로나를 부르는 것이다.비가 오는 언덕에는어느 바레트의 채색처럼풍경화를 수놓고 있는데그것을 이 창 안에서 바라보기란마음의 부담으로 하여시계가 흐른다.5월은 누가 간 달이냐다시 누가 올 달이라더냐아카시아 꽃이 비를 맞으며서 있는 것은 내 창으로 봐액자 속의 그림 같다.5월의 창은 언제나미술전시회장의 입구처럼기대가 크고,무도회의 권유를 연주하고 있다.5월의 내 창을 통해 보면고호의 그림폭이 나열되고스테파노가 부르는 무정한 사람이 들리고때로는 가부리엘라 뚜치의 소프라노가 감돌기도 한다.5월의 창은 참 말이 없다.그리고 그 낮은 음석으로 해서다정한 풍경화와조용한 음률을 생각하는내 하나의 유산이다.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 / 이해인

5월 / 이해인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모두 초록빛 기도로 물이 드는 5월,어머니를 부르는 저희 마음에도초록의 숲이 열리고 바다가 열립니다매일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마음이 어둡고 시름에 겨울 때지친 발걸음으로 주저앉고 싶은 때어서 들어오라고 저희를 초대하시는지혜의 문이신 어머니새 천년의 삶을 준비하며저희는 어머니가 열어주시는그 문으로 들어가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진리를 선택하고 진리를 따르는지혜와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어둠을 비추는 별이 되라고오늘도 조용히 저희를 부르시는바다의 별이신 어머니벼랑 끝으로 내몰린 위기에도쉽게 쓰러지지 않고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믿음과 희망을 참을성 있게 키워마침내는 한 점 별로 뜰 수 있도록영원의 환한 빛으로 저희를 비추어주소..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은 / 피천득

5월은 / 피천득​​오월은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비취가락지다.​오월은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신록을 바라다 보면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참으로 줄겁다.​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5월 속에 있다.​연한 녹색은 나날이번져가고 있다.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머문듯 가는 것이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원숙한 여인같이녹음이 우거지리라.​그리고 태양은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지금 가고 있다.

시(詩)와 詩魂 2024.04.28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뼏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詩)와 詩魂 2024.04.28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μενειν, menein머무름)’이 있다(2)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μενειν, menein머무름)’이 있다(2) -부활5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를 중심으로      1.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하번도 상처받지 아니한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언뜻, 사랑과 상처와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 읽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춤추라-사랑하라- 노래하라- 일하라- 살라는 청유형 서술어에서 춤, ..

착함(토브טוב)의 근원, '블리드bleed'에서 '블레씽blessing'으로!

착함(토브טוב)의 근원, ‘블리드bleed’에서 '블레씽blessing'으로! - 부활4주, “나는 착한 목자이다” 를 중심으로 1.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추억의 한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내 운다//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탑을 흔들다가/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는 대상의 본질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다는 ‘무명의 어둠’ 앞에서 화자는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라고 토로한다. 본질을 알아야 하는 수많은 대상 가운데, 자기..

예루살렘 인 예루살렘, 예루살렘 오브 예루살렘

예루살렘 인 예루살렘, 예루살렘 오브 예루살렘 부활3주,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민족들에게”를 중심으로 1. 김승희, 「보리수나무 아래로」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 나무 아래 길이 있을까, / 난 그런 것을 잊어버렸어,/아니 차라리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 더욱 정직하겠지, / 잊어버린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잃어버린 것을 쉽게 되찾게 되리라고는/생각하지 않지만//나는 한밤중에 일어나/시간 속에 종종 성냥불을 그어보지,/내가 잃어버린 무슨 나무 아래 길이/혹여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혹시 장미나무 아래로 가는 길이/물푸레나무 아래 휘어진 하이신스 꽃길이/어디 어둠의 담 저 너머/흔적 같은 향기로/날 부르러 오지 않을까 하고.//생각해 보면 난 청춘을 졸업한 게/아니라/청춘을 중퇴한..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 서품식 거행

주교 표지 받는 이경상 신임 보좌주교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신임 보좌주교가 11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서품식에서 정순택 대주교(서울교구장)로부터 주교 표지를 받고 있다. 2024.4.11/뉴스1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정순택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이 1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신임 보좌주교의 서품식에서 도유와 복음서 수여를 하고 있다. 2024.4.11/뉴스1 '낮은 곳에서 겸손하게 섬기겠습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신임 보좌주교의 서품식이 거행되고 있다. 2024.4.11/뉴스1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정..

백서(帛書) 2024.04.11

평화의 면적, 두려움에 반비례하고, 고요에 정비례한다

사진작가 분이가 마니산에서 탱큐! 평화의 면적, 두려움에 반비례하고, 고요에 정비례한다 -부활2주, “여드레 뒤에 예수님께서 오셨다.”를 중심으로 1. 고재종, 「고요를 시청하다」 초록으로 쓸어놓은 마당을 낳은 고요는/새암가에 뭉실뭉실 수국 송이로 부푼다//날아갈 것 같은 감나무를 누르고 앉은 동박새가/딱 한 번 울어서 넓히는 고요의 면적,/감잎들은 유정무정을 죄다 토설하고 있다//작년에 담가둔 송순주 한 잔에 생각나는 건 / 이런 정오, 멸치국수를 말아 소반에 내놓던/어머니의 소박한 고요를/윤기 나게 닦은 마루에 꼿꼿이 앉아 들던/아버지의 묵묵한 고요,//초록의 군림이 점점 더해지는/마당, 담장의 덩굴장미가 내쏘는 향기는/고요의 심장을 붉은 진동으로 물들인다//사랑은 갔어도 가락은 남아, 그 몇 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