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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엄까지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시(詩)와 詩魂 2007.02.25

국화와 칼, 일본문화의 틀

일본 문화 연구의 고전(古典) 1974년 국내 초역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 일본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안 부루마의 서문을 달고 새옷을 갈아입었다. 1946년,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여사가 미 국무부의 의뢰를 받아 2년 간의 자료 수집과 연구 끝에 내놓은 이 일본 문화 연구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그리고 종전 직후 인간의 본성으로 여겼던 관례와 상식을 벗어나 서구인이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본인의 '이중성'을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은 전쟁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은 적국의 국민성을 연구할 필요성을 깨닫고, 여러 관련 학자들을 동원하여 이 연구 업무에 투입했다. 1944년 전쟁공보청에 근무하던 베네딕트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일본 국민성 연구 업..

사유(思惟) 2007.02.24

드림위버, 소설로 읽는 유쾌 발랄한 교양 철학

소설로 읽는 유쾌 발랄한 교양 철학 지식이 객관화 할 수 있는 정보의 소유로 본다면, 사유는 오로지 한 주체의 실존적 경험에 기초한 경이에 대한 그 자신의 자율적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철학과 문학과의 깊은 관계가 설명된다. 경우에 따라 철학적 경이는 철학개론서보다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더 쉽게 경험되고 살아있는 철학적 사유를 배울 수 있다. 특히 철학 입문자의 경우는 그렇다. 가령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이 데카르트의 『방법론 서설』이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보다 더 강렬하고 절실한 우리의 철학적 사유의 교육장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위와 같은 범주에 속하는 철학적 소설인 동시에 소설형식을 갖춘 철학 교양서이다. ..

사유(思惟) 2007.02.24

서풍부(西風賦)/김춘수

서풍부(西風賦) - 김 춘수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시(詩)와 詩魂 2007.02.19

위험들/자넷 랜드

위험들/자넷 랜드 ​ 웃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우는 것은 감상적으로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은 순진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랑을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사는 것은 죽는 위험을,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므로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

시(詩)와 詩魂 2007.02.14

차이와 반복,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사유(noology)

- 질 들뢰즈, 김상환 역, 『차이와 반복』, 민음사, 2004 "천 갈래로 길이 나 있는 모든 다양체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 같은 목소리가 있다. 모든 물방울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바다가 있고, 모든 존재자들에 대해 존재의 단일한 아우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먼저 각각의 존재자와 각각의 물방을은 각각의 길에서 과잉의 상태를 도달했어야 했고, 다시 말해서 자신의 변동하는 정점 위를 맴돌면서 자신을 전치, 위장, 복귀시키는 바로 그 차이에 도달했어야 했다." 들뢰즈의 저서들은 가속력이 붙지 않는다. 앞문장과 뒷문장의 연결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 뿐 아니라, 그가 주목한 흄, 스피노자, 칸트, 니체, 베르그송 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지뻗기를 많이 해야 하는 들뢰즈 읽..

사유(思惟) 2007.02.14

Eckhart Tolle’s findhorn Retreat

Eckhart Tolle’s findhorn Retreat Stillness amidst the world 이 강의는 지식, 흥미를 끄는 새로운 사실 및 정보들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세상은 이미 그러한 것들로 가득 차있지요. 여러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많은 기계들의 버튼을 눌러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이미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This teaching isn't based on knowledge, on new interesting facts, new information. The world is full of that already. You can push any button on the many devices you have and get informatio..

사유(思惟) 2007.02.13

큰 바위 얼굴/나다니엘 호손

큰 바위 얼굴 (The Great Stone Face) -Nathaniel Hawthorne 어느 날 오후, 해가 지고 있을 때 한 어머니와 그녀의 어린 아들이 문가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멀리 계곡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수마일이나 떨어진 거기에는 큰 바위가 있었습니다. 그 바위는 가까이에서 보면 큰 바위에 불과했지만 멀리서 보면 기품 있고 온화한 표정을 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계곡에는 오랜 옛날부터 인디언들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 전설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계곡에는 언젠가 저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한 위대한 사람이 나타날 거란 전설이 있단다.”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에 관한 이야..

사유(思惟) 2007.02.12

들뢰즈의 예술 현상학 : 살, 집, 우주/김상민

들뢰즈의 예술 현상학 : 살, 집, 우주 - 김상민 1. 예술 현상학 인간은 세상과 사물을 어떻게 지각하고 감각하는가? 인간이 세계-내-존재로써 다른 존재들을 바라보고 만나며 소통하는 방식은 어떻게 특별한가? 무엇보다도 인간이 예술 작품을 또는 미적 대상을 지각하는 것은 다른 존재와 사물들을 지각하는 것과 어떻게 구별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관점인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또는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위항 속에서 바라 본다면, 그들 중 한가지를 선택하는 문제로 환원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대위항들의 변증법적 관계에 대해 ― 말하자면, 헤겔적인 의미에서의 변증법적 지양에 대해 ― 프랑스의 현대 철학은 계승과 극복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한 시도들 중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현..

사유(思惟) 2007.02.08

그대에게 가기 위하여 / 김정란

그대에게 가기 위하여 / 김정란 나의 詩는 途上에 있습니다. 나는 아주 서투른 사인밖에 던질 줄 모르지만,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이거나 풀이거나 흔들리는 물바가지이거나 떡갈나무에 매인 노란 리본이거나, 그들은 한결같이 게으르고, 한결같이 풀이 죽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허둥댑니다. 작은 나의 마음을 詩行마다 박아두고, 당신이 조금이라도 문을 열면 얼른 그곳에 물결을 일으키리라고 매복하여 기다리며. 오 우리가 함께 길의 '끝'에 대한 예감을 가지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던가요. 그때 우리의 정신과 정신을 잡아 뒤흔들던 눈물. 눈물로 하늘을 얻을 수는 없을지라도 그것으로 우리는 마음으로 가는〔耕〕세상의 밭을 얻습니다. 돌이거나 풀이거나 흔들리는 물바가지이거나 떡..

시(詩)와 詩魂 2007.02.05

행복 / 유치환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시(詩)와 詩魂 2007.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