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모든 사물은 벡터(vectors)다

사진작가 분이가, 부산에서,  탱큐!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모든 사물은 벡터(vectors)다(화이트헤드)(2)-주님공현대축일,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를 중심으로     1. 신경림, 「말과 별」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 가고/아무렇게나 배앝는/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하지만 다시 생각한다./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 착한..

총론總論은 알아도 각론各論은 알 수 없는 은둔隱遁과 개방開放의 동시성synchronicity同時性

유년시절의 달콤함, 크렘 브륄레Crème brûlée    총론總論은 알아도 각론各論은 알 수 없는 은둔隱遁과 개방開放의 동시성synchronicity同時性-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부모는 율법교사들 가운데 있는 예수님을 찾아냈다‘를 중심으로           1. 이병률, 「스미다」   새벽이 되어 지도를 들추다가/울진이라는 지명에 울컥하여 차를 몬다/울진에 도착하니 밥냄새와 나란히 해가 뜨고/나무가 울창하여 울진이 됐다는 어부의 말에/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싶어 또 울컥/해변 식당에서 아침밥을 시켜먹으며/찌개냄비에서 생선뼈를 건져내다 또 다시/왈칵 눈물이 솟는 것은 무슨 설움 때문일까?/ 탕이 매워서 그래요? 식당 주인이 묻지만/ 눈가에 휴지를 대고 후룩후룩 국물을 떠먹다/ 대답..

우리 없이 우리를 창조하신 분께서는 우리 없이 우리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S. Agostino)

by 우두망찰  우리 없이 우리를 창조하신 분께서는 우리 없이 우리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S. Agostino)-대림4주, “내 주님의 어머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를 중심으로         1.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

기쁨(Gaudete), 실존적인 질문의 단초, 두 겹의 의지를 넘어 현존으로

기쁨 (Gaudete) , 실존적인 질문의 단초, 두 겹의 의지를 넘어 현존으로금을 쌓아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더 낫다(토빗12,6)-대림3주, “저희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를 중심으로     1. 서정주의 「동천」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놨더니/동지 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서정주의 「동천」은 님의 고운 눈썹과 동지 섣달 초승달 주위를 날아가는 매서운 새와 화자의 관계를 고도의 유미주의로 표현한 시로 평가한다.  서정주의 「동천」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해석이 사뭇 달라진다.   겨울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과 그 결을 지나가는 겨울새, ..

자기 자신에로의 완전한 귀환(Reditio completa in se ipsum)

자기 자신에로의 완전한 귀환(Reditio completa in se ipsum, 토마스 아퀴나스)-대림2주,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를 중심으로       1. 서정주, 「꽃밭의 독백- 사소(娑蘇) 단장(斷章)」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서정주의 「꽃밭의 독백- 사소(娑蘇..

새하늘 새땅, 새예루살렘은 위로부터의 영성과 아래로부터의 영성의 통합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1. 고통과 죽음의 완성,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무릎을 결코 꿇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나기2. 새하늘 새땅, 새예루살렘은 위로부터의 영성과 아래로부터의 영성의 통합 - 다해 대림제1주, 를 중심으로         1. 정호승, 「무릎」과 이육사, 「절정(絶頂)」     정호승, 「무릎」과 이육사, 「절정(絶頂)」을 다시 읽어본다,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사랑이 되었느냐/너도 무릎을 꿇어야만/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무릎을 꿇고/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밤이 깊으..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유치환)-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를 중심으로         1. 유치환의 「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

오 너는 아직 고운 심장을 지녔거니,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라(로마서4,18)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오 너는 아직 고운 심장을 지녔거니(신석정),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라(로마서4,18) -연중33주, “사람의 아들은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를 중심으로       1. 신석정, 「고운 심장」     별도 / 하늘도 / 밤도 치웁다.// 얼어붙은 심장 밑으로 흐르던/한 줄기 가는 어느 난류(暖流)가 멈추고./ 지치도록 고요한 하늘에 별도 얼어붙어 //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정지하고/푸른 별이 모조리 떨어질지라도/그래도 서러울 리 없다는 너는 / 오 너는 아직 고운 심장을 지녔거니 / 밤이 이대로 억만 년이야 갈리라구.....   신석정의 「고운 심장」 은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정지하고 푸른 별이 모조리 떨어질지라도” 그럼에도 불구..

나르시시즘과 멜랑콜리아를 넘어 창조의 아침으로

용담호, 한국관광공사 김지영 나르시시즘과 멜랑콜리아를 넘어 창조의 아침으로연중32주,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를 중심으로      1. 박정대, 「어떤 저항의 멜랑콜리」  ​참 무모한 꿈을 꾸었구나 / 그러나 아름다웠던 꿈/꿈에서 깨어나 물 한 잔 마시고/고요히 담배를 피우는 새벽에는 홀로 생각한다/ 참 무섭도록 아름다운 꿈을 꾸었구나/꿈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으나/꿈의 바깥도 늘 스산한 바람이 불고/날씨는 엉망이었으나/가져가야 할, 내가 꾸려가야 할/생의 낱낱의 조각들 속에서/그래도 끝까지 챙길 것은 그대의 이름/ 참 무모해서 무섭도록 아름다운 꿈을 꾸었구나/꿈에서 깨어나 다시 먼 꿈을 바라보나니/생은 급류에 휩쓸려와/세월의 강변에 버려진 작은 돌멩이 하나/단단하고 외로웠..

“있다”라는 존재의 거룩한 질량, 마음, 목숨, 정신, 힘을 다하여, 나 자신처럼!

“있다”라는 존재의 거룩한 질량, 마음, 목숨, 정신, 힘을 다하여, 나 자신처럼!-연중31주일,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를 중심으로       1. 도연명의 『귀거래사』   돌아가자!/전원이 잡초가 무성해지려고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이미 스스로 마음은 몸이 시키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어찌 실심하여 홀로 슬퍼하기만 하겠는가/ 이미 지나간 낳은 따질 수 없음을 깨닫고/앞으로 올날은 바른 길로 따를 수 있음을 알았노라/ 진실로 길을 잃었으나 멀리 가지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는 잘못이었음을 알았노라/배는 한들한들 가벼이 떠 가고/바람은 살랑살랑 옷자락에 불도다/ 길가는 나그네에게 앞 길을 물으니/세벽빛이 희미함이 한스럽도다/ 마침내 조그마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