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성체성사적인 삶, 시간적 존재인 우리가 어떻게 영원을 살 수 있을까?

송두율군이 탱큐! 성체성사적인 삶, 시간적 존재인 우리가 어떻게 영원을 살 수 있을까?-연중20주일,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를 중심으로    1. 이향지의 ⸀소금의 행로」  이향지의 「소금의 행로」를 다시 읽어본다.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빗방울은/소금이 되지 못한다 //고기의 내장을 들락거리지 않는 물은/거름이 되지 못한다 //어제도 나는 산을 노래했다/산은 나를 노래하지 않았다 //먼 것이 먼 것을 가리는 날/혓바닥에 얹히는 소금   이향지 시인의 「소금의 행로」는 소금에도, 거름에도 어떤 길이 있다고 말한다. 한 톨의 소금은 어떻게 바다와 염전과 저잣거리를 거쳐 내 식탁에 놓이는가? 이는 소금의 행로를 통해 나의 행로는 무엇인가를 묻는,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함부로 이름 ..

살아있는 빵, 몸(soma)과 살(sarx)의 키아즘(chiasme)을 지나

사진작가 분이가 세미원에서, 탱큐! 살아있는 빵, 몸(soma)과 살(sarx)의 키아즘(chiasme)을 지나-연중19주일, “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를 중심으로          1. 파울 첼란, 「그대도 말하라」     그대도 말하라, / 마지막 사람으로,/그대의 판정을 말하라.//말하라ㅡ/그러나 '아니요'를 '예'와 가르지 마라./그대의 판정에 뜻도 주라./그것에 그림자를 주라.//그것에 그림자를 충분히 주라./그것에 그만큼을,/네 주위 한밤중과 한낮과 한밤중에/두루 나누어 줄 수 있는 만큼 주라.//둘러보라./보라, 사방이 살아나고 있다 ㅡ/죽음 곁에서! 살아나고 있다!/그림자를 말하는 이, 진실을 말하는 것. // 지금 그러나 그대 선 곳이 줄어든다./어디로 이제,..

생명의 길, 바이오스(Bios)-> 프쉬게(psyche)-> 조에(Zoe)

사진작가 분이가 대천에서, 탱큐!  생명의 길, 바이오스(Bios)-> 프쉬게(psyche)-> 조에(Zoe)-연중18주,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를 중심으로        1. 박정대, 「그 무엇이 속삭이고 있었다」     다들 돌아가버린 한적한 오후의 도서관에서/내가 생애처럼 긴 담배를 피워물 때/어디서 작은 새들이 날아와/처음 보는 이름으로 움직이고, 꽃들은/낡은 외투에 손을 꿰는 아이들의 손끝마냥/불쑥 피어오르고 있었다, 외상값/정리되지 않은 외상값에 대한 생각처럼/나는, 그 어떤,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집요한 상념에 잠기어 있었는데, 비가 내려/내 생각의 한가운데로 비가 내려, 그 무엇이/속삭이고 있었다, 하늘 한구석에..

‘에우카리스테인(εὐχαριστεῖν 감사)’의 원천, 신은 디테일에 있다(미스 반 데어로에)

‘에우카리스테인(εὐχαριστεῖν 감사)’의 원천, 신은 디테일에 있다(미스 반 데어로에)-연중17주, “예수님께서는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셨다”를 중심으로      1. 나태주, 「오늘도 너를 보았다」   ​오늘도 너를 보았다 / 여적 한 번도 보지 못한 어깨걸이 / 빨강색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너를 보았다 //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지 /친구와 웃으며 너는 걸어가고 있었다 / 너를 보았으므로 오늘 하루도 / 나에겐 뜻깊고 보람 있는 하루가 될 것이다 /오늘밤 꿈속에서 나는 또 너를 / 너도 모르게 만날 것이다.   ​나태주의 「오늘도 너를 보았다」는 ‘오늘도 나는 나를 보았다’로 바꿔 읽어도 크게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나태주 현상의 바탕에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로..

한낮의 빛이 (밤의)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랴(2)

한낮의 빛이 (밤의)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랴(2)(Wie das Licht des Mittags die Tiefe der Finsternis erfährt)   -연중16주일,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를 중심으로         1. 정지용, 「그의 반」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에 고흔 불/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올라 나래 떠는 금성/쪽빛 하늘에 흰 꽃을 달은 고산식물/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사로 한가로워 항상 머언 이,/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 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나간 시름의 황혼길 위/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

아포스텔로ἀποστελλω사도 파견,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에서 무엇에로의 자유로!

순애 데레사가, 탱큐!  아포스텔로ἀποστελλω 사도, 파견 ,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에서 무엇에로의 자유로!-연중15주, “예수님께서 그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를 중심으로          1. 폴 엘뤼아르, 『자유』     ​나의 노트 위에 / 나의 독서대와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모든 백지위에/돌과 피와 종이 혹은 재위에 /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금빛의 이미지 위에/전쟁의 총칼 위에 제왕의 왕관 위에/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정글과 사막 위에/새 둥지 위에, 금작화 위에/내 유년의 메아리 위에/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밤의 경이로움 위에/일상의 흰 빵 위에/약혼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나의 쪽빛의 옷 조각 위에/..

무능함으로 표현된 사랑, 하느님은 전능하시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전능하지 않다!

무능함으로 표현된 사랑, 하느님은 전능하시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전능하지 않다!-연중14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1. 이육사,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가 익어가는 계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빛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1939년)   7월에 이육사의 「청포도」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는 이육사가 18번이나 옥중생활을 했고, 그렇게 ..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parvenir a soi)과 자신에게 현존하는 것(presence a soi)

사진작가 분이가 태풍이 몰려오기 전, 탱큐!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parvenir a soi)과 자신에게 현존하는 것(presence a soi)- 연중13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를 중심으로   ​ 1. 서정주,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머리에 석남꽃 꽂고 / 네가 죽으면 / 머리에 석남꽃 꽂고 / 나도 죽어서 // 나 죽는 바람에 네가 놀래 깨어나면/ 너 깨는 서슬에 / 나도 깨어나서//한 서른 해만 더 살아볼거나/죽어서도 살아나서/머리에 석남꽃 꽂고 / 서른 해만 더 한번 살아볼꺼나​ 서정주,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는 '수삽석남(首揷石枏)'이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이 신라의 설화는 고려 때 박인량이 지은 설화집 에 수록된 것이다. 신라 최항(崔伉)은 자를 석남(石枏)..

본성과 인격의 형이상학적 이원론에서 일엽편주를 타고 바다 건너가기

본성과 인격의 형이상학적 이원론에서 일엽편주를 타고 바다 건너가기 연중12주,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를 중심으로       1. 오규원, 「고요」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창 앞의 장미 한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고요로 지고 있다   오규원 시인의 「고요」는 우리 내면의 고요와 접촉하는 방법을 보여준 사물시에 해당한다. 고요하면 떠오르는 내적평점심이라는 관념을 지우고 오직 잠잠하고 고요한 상태란 무엇인가를 드러낸 시이다. 모든 사물은 고요하다는 명제를 던진 셈이다. 시인..

‘나’라는 절대적 타자여, 사랑하기 위해서만 고개를 숙여라!

‘나’라는 절대적 타자여, 사랑하기 위해서만 고개를 숙여라!Abaisser la tête seulement pour aimer(르네 샤르)- 연중 11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를 중심으로   1. 서정주, 「바다」  귀기우려도 있는 것은 역시 바다와 나뿐. / 밀려왔다 밀려가는 무수한 물결우에 무수한 밤이 왕래하나 / 길은 항시 어데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데도 없다.// 아- 반딪/반딧불만한 등불 하나도 없이/울음에 젖은 얼굴을 온전한 어둠속에 숨기어가지고……너는,/무언의 海深에 홀로 타오르는/한낱 꽃 같은 심장으로 침몰하라.//아- 스스로히 푸르른 정열에 넘처/둥그란 하늘을 이고 웅얼거리는 바다,/바다의 깊이 우에/네구멍 뚤린 피리를 불고…… 청년아./애비를 잊어버려/에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