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2)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2)연중10주일,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를 중심으로        1.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서정주)       이렇게 아름다운 시의 제목은 어떻게 탄생할까?     ①아조 할 수 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 같이 스러진 것들의 형상을 불러일으킨다. 귓가에 와서 아스라이 속삭이고는, 스쳐가는 소리들, 머언 유명에서처럼 소리는 들려오는 것이나 한 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느끼는 건 너희들의 숨소리. 소녀여, 어디에서들 안재하는지. 너희들의 호흡의 훈김으로써 다시금 돌아오는 내 청춘을 느낄 따름인 것이다. 소녀여 뭐라고 내게 말하..

면형무아(麵形無我), 하나(oneness)라는 영원의 예형론(豫型論.typology)(2)

두물머리, BY 石蘭 면형무아(麵形無我), 하나(oneness)라는 영원의 예형론(豫型論.typology)(2)- 성체성혈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를 중심으로               1. 이수정, 「달이 뜨고 진다고」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네게서 뜬 달이 차고 맑은 호수로 져서 은빛 지느러미의 물고기가 될 것이다. 수면에 어른거리는 달 지느러미들 일제히 물을 차고 올라 잘게 부서질 것이다. 이 지느러미의 분수가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쪽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로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사랑의 담론으로 ‘태양’에 대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달’이나 ‘별’에 대한 글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달은, 부재하는..

너보다 더 네 것이 무엇이며, 너보다 덜 네 것이 무엇이냐?

너보다 더 네 것이 무엇이며, 너보다 덜 네 것이 무엇이냐?(Quid tam tuun quam tu, quid tam non tuum quam tu-아우구스티누스)- 삼위일체대측일,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가졌다” 를 중심으로       1. 피천득, 「5월은」   ​오월은 /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신록을 바라다보면/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참으로 즐겁다./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5월 속에 있다.//연한 녹색은 나날이/번져가고 있다./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

숨, 숨결 그리고 숨을 쉬는 한 희망하라!(Dum Spiro Spero)

숨, 숨결 그리고 숨을 쉬는 한 희망하라!(Dum Spiro Spero)- 성령강림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를 중심으로         1. 베르 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 그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베드톨트 브레히트의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는 우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보다 더 분명한 정의는 없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다.  “당신이 필요해요”라는 육성은 브레히트 개인의 체험을 넘어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체험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

부재의 현존이라는 메타포, 어디에도 없는 님, 어디에나 있는 님!

부재의 현존이라는 메타포, 어디에도 없는 님, 어디에나 있는 님!-주님승천대축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를 중심으로     1. 한용운, 「알 수 없어요」   ①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②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③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④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⑤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2)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2) -부활6주,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를 중심으로       1. 나태주, 「오월」      아름다운 너/ 네가 살고 있어 / 그곳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너/ 네가 웃고 있어/ 그곳이 웃고 있다/ 아름다운 너/ 네가 지구에 살아 /지구가 푸르다 나태주 시인의 「오월」은 지구가 푸른 이유를 아름다운 너의 존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월이 오월일 수 있는 이유를 사람에게 찾는 나태주 시인의 이 서정이야말로 나태주현상을 낳은 원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밖에서 찾은 것은 결국 자기 안에 있는 것이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네가 있기에 지구가 푸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푸르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이를  자기충족이유율이..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μενειν, menein머무름)’이 있다(2)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μενειν, menein머무름)’이 있다(2) -부활5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를 중심으로      1.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하번도 상처받지 아니한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언뜻, 사랑과 상처와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 읽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춤추라-사랑하라- 노래하라- 일하라- 살라는 청유형 서술어에서 춤, ..

착함(토브טוב)의 근원, '블리드bleed'에서 '블레씽blessing'으로!

착함(토브טוב)의 근원, ‘블리드bleed’에서 '블레씽blessing'으로! - 부활4주, “나는 착한 목자이다” 를 중심으로 1.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추억의 한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내 운다//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탑을 흔들다가/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는 대상의 본질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다는 ‘무명의 어둠’ 앞에서 화자는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라고 토로한다. 본질을 알아야 하는 수많은 대상 가운데, 자기..

예루살렘 인 예루살렘, 예루살렘 오브 예루살렘

예루살렘 인 예루살렘, 예루살렘 오브 예루살렘 부활3주,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민족들에게”를 중심으로 1. 김승희, 「보리수나무 아래로」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 나무 아래 길이 있을까, / 난 그런 것을 잊어버렸어,/아니 차라리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 더욱 정직하겠지, / 잊어버린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잃어버린 것을 쉽게 되찾게 되리라고는/생각하지 않지만//나는 한밤중에 일어나/시간 속에 종종 성냥불을 그어보지,/내가 잃어버린 무슨 나무 아래 길이/혹여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혹시 장미나무 아래로 가는 길이/물푸레나무 아래 휘어진 하이신스 꽃길이/어디 어둠의 담 저 너머/흔적 같은 향기로/날 부르러 오지 않을까 하고.//생각해 보면 난 청춘을 졸업한 게/아니라/청춘을 중퇴한..

평화의 면적, 두려움에 반비례하고, 고요에 정비례한다

사진작가 분이가 마니산에서 탱큐! 평화의 면적, 두려움에 반비례하고, 고요에 정비례한다 -부활2주, “여드레 뒤에 예수님께서 오셨다.”를 중심으로 1. 고재종, 「고요를 시청하다」 초록으로 쓸어놓은 마당을 낳은 고요는/새암가에 뭉실뭉실 수국 송이로 부푼다//날아갈 것 같은 감나무를 누르고 앉은 동박새가/딱 한 번 울어서 넓히는 고요의 면적,/감잎들은 유정무정을 죄다 토설하고 있다//작년에 담가둔 송순주 한 잔에 생각나는 건 / 이런 정오, 멸치국수를 말아 소반에 내놓던/어머니의 소박한 고요를/윤기 나게 닦은 마루에 꼿꼿이 앉아 들던/아버지의 묵묵한 고요,//초록의 군림이 점점 더해지는/마당, 담장의 덩굴장미가 내쏘는 향기는/고요의 심장을 붉은 진동으로 물들인다//사랑은 갔어도 가락은 남아, 그 몇 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