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보편자와 개별자의 만남,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보편자와 개별자의 만남,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Alexander G. Bell) - 연중30주일,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를 중심으로           1. 김현승의 「견고한 고독」 , 「절대 고독」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단단하게 마른/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단 하나의 손발.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이 마른 떡을 하룻밤/네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정(結晶)된 빛의 눈물,/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에도/더 휘지 않는/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그 ..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이사야52,7)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이사야52,7)-연중 29주일, 를 중심으로         1. 힌용훈의 「정천한해(情天恨海)」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정(情) 하늘을 따를쏘냐./봄 바다가 깊다기로/한(恨) 바다만 못 하리라.//높고 높은 정(情) 하늘이/싫은 것만 아니지만/손이 낮아서/오르지 못하고,/깊고 깊은 한(恨) 바다가/병될 것은 없지마는/다리가 짧아서/건너지 못한다.//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정(情) 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다리가 길어서 건널 수만 있으면/한(恨) 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만일 정(情) 하늘이 무너지고 한(恨) 바다가 마른다면/차라리 정천(情天)에 떨어지고 한해(恨海)에 빠지리라.//아아, 정(情) 하늘이 높은 줄만 알았더니/님의..

재물이 주는 네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으로

사진작가 분이가 탱큐! 재물이 주는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으로(4)-연중28주일, ​“가진 것을 팔고 나를 따라라.”를 중심으로        1. 김남조, 「가난한 이름에게」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쓸모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에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 /겨울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사는 /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 특별하기론/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서정주)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서정주)- 연중27주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를 중심으로          1.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세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리고 아쉬움에 가슴조이던 / 머언 먼 젊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거의 국민애송시라고 할 수 있다. 국화꽃이 필 무렵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암송해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서정주의 「국화옆에서」에는 국..

빛은 흰색을 만들지만 그림자 또한 만든다(라이프니츠)

빛은 흰색을 만들지만 그림자 또한 만든다( 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연중26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를 중심으로         1. 박용하, 「견자見者」   박용하의 「견자見者」를 다시 읽어본다.   누가 자꾸 삶을 뛰어내리는가/누가 자꾸 초읽기 하듯 심장을 뛰어내리고 있는가//그렇다면 네 영혼은?/네 손목은? 네 발목은?//누가 자꾸 지구를 뛰어내리는가/누가 자꾸 햇빛과 달빛을 뛰어내리는가/눈물도 심장에서 뛰어내린다//그렇다면 네 슬픔은?/네 진눈깨비는? 네 고통은?//너의 심장은 발바닥에서부터 뛴다/너의 노래는 머리카락에서도 자란다//그렇다면 네 피는?/네 시선은? 네 호흡은?//물에 빠진 사람은 물을 짚고/ 허공에 빠진 사람은..

낮은 낮에게 말을 건네고, 밤은 밤에게 앎을 전하네(시편19)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낮은 낮에게 말을 건네고, 밤은 밤에게 앎을 전하네(시편19)연중25주일,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를 중심으로       1. 이수명, 「창문이 비추고 있는 것」    ①창을 바라본다 창문이 비추고 있는 것//이것이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나는 그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누군가의 생각 속에 붙들려 있는 것이다.//내가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나는 누군가의 생각을 질료화한다. 나는 그의 생각을 열고 나갈 수가 없다.//나는 한순간,/누군가의 꿈을 뚫고 들어선 것이다.//② 나는 그를 멈춘다.//커튼이 날아가버린다. 나는 내가 가까워서 놀란다. 나는 그의 생각을 돌려보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생각을 잠그고 있다.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창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희생해야만 주체가 될 수 있다(Frank Ruda)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희생해야만 주체가 될 수 있다(Frank Ruda)-연중24주일,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를 중심으로       1.  황지우, 「뼈아픈 후회」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완전히 망가지면서/완전히 망가뜨려 놓고가는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모두 떠났다.//내 가슴속에 언제나 부우옇게/바람 이동하의 그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못했다, 내 꿈..

에파타(Εφφαθα)! 예수님의 직접적인 육성(ipsissimavox Jesus )을 어떻게 들을 수 있나?

에파타(Εφφαθα)! 예수님의 직접적인 육성(ipsissimavox Jesus )을 어떻게 들을 수 있나?(2)- 연중23주,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을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을 말하게 하신다”를 중심으로           1. 하인리히 하이네, 「고백」     땅거미 앞세우고 저녁은 찾아오고/ 물결은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서지는/파도의 춤을 바라보고 있지나/ 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올랐다/그때 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나를 사로잡았다, 너의 아름다움 모습/그 모습 내 주위 곳곳에서 떠돌고/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세찬바람소리 속에서나, 거친파도 속에서나/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나는 가벼운 갈대를 꺾어 모래위에 썼다/“아그네스, 나는 너를..

존재의 무게, 완벽주의자의 고독의 물질성에 ‘십자가’는 있는가?

순애데레사가 탱큐! 존재의 무게, 완벽주의자의 고독의 물질성에 ‘십자가’는 있는가? -연중22주,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를 중심으로           1.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복효근)    복효근의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을 읽어본다.   건기가 닥쳐오자/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 섰다/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

사랑은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린다!

사랑은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린다!-연중21주,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를 중심으로         1. 고정희, 「더 먼저 더 오래」     더 먼저 기다리고/ 더 오래 기다리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기다리는 고통 중에/ 사랑의 의미를 터득할 것이요//더 먼저 달려가고/ 더 나중까지 서 있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서 있는 중에/ 사랑의 길을 발견할 것이요//더 먼저 두드리고 더 나중까지 그리워/애통하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그리워 애통하는 눈물 중에/ 사랑의 삶을 차지할 것이요//더 먼저 외롭고/ 더 나중까지 외로움에 떠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외로움의 막막궁산 중에/ 사랑의 땅을 얻게 될 것이요// 더 먼저 상처받고/ 더 나중까지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