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화엄사 홍매화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주님부활대축일,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 1. 이상, 「절벽」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발하다. 나는거기묘혈을 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가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 재차거기에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들어가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나는정말눕는다.아아, 꽃이또형기롭다. 보이지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이상의 「절벽」은 꽃으로 상징되는 생과 사랑의 본능과 묘혈로 상징되는 죽음과 파괴의 본능 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화자를 절벽에 서 있는 사람으로 비유한다. 꽃도 보이지 않고 묘..

희생양 메커니즘,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르네 지라르)

희생양 메커니즘,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르네 지라르) -주님수난성지주일, “정말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들이었다”를 중심으로 1. 토마스 머튼의 「침묵」 &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 마음이 상했지만 답변하지 않을 때, 내 마음, 내 명예에 대한 방어를 하느님께 온전히 맡길 때, 침묵은 ‘양선함’입니다.// 형제들의 탓을 드러내지 않을 때, 지난 과거를 들추지 않고 용서할 때, 판단하지 않고 마음속 깊이 용서해 줄 때, 침묵은 ‘자비’입니다.// 불평없이 고통을 당할 때, 인간의 위로를 찾지 않을 때, 서두르지 않고 씨가 천천히 싹트는 것을 기다릴 때, 침묵은 ‘인내’입니다.// 형제들이 유명해지도록 입을 다물고, 하느님의 능력의 선물이 감춰졌을 때도, 내 행동이 나쁘게 평가되더라도, ..

‘이중권력-디바이드 거버먼트(Divided Goverment)’시대에, 신의 초월은 그 초월을 목도하는 인간의 자기-초월을 소환한다

‘이중권력-디바이드 거버먼트(Divided Goverment)’시대에, 신의 초월은 그 초월을 목도하는 인간의 자기-초월을 소환한다 -사순5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를 중심으로 1. 복효근, 「틈, 사이」 복효근의 「틈, 사이」를 다시 읽어본다.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넣었으리라//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 있어/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틈 사이가 고울수록 깨어져도 찻잔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생겨나면서 미리 제 몸에 새겨놓은 돌아갈 길,/그 보이지 않는 작은 틈, 사이가/찻물을 새지 ..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 사랑에 미치지 않고서도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수양황금매화 매화나무 접목묘(충북농원)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 사랑에 미치지 않고서도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사순4주,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를 중심으로 1. 박용하, 「입」 & 「심장이 올라와 있다」 뒤는 절벽이고/앞은 낭떠러지다//돌이킬 수 없는 허공에서/너는 뛰어내린다/너는 그처럼 위험하고/너는 그처럼 아슬아슬하다//돌이킬 수 없는 생처럼/한 번 가버리는 생처럼/뒤돌아봐도 그만인 사람처럼/너는 절대 난간에서 뛰어내린다//아마도 너의 뿌리는/너도 대부분 모를 것이고/너의 착지도 너의 얼굴은 영영 모를 것이다 (박용하, 「입」) 눈에서 빛이 반짝거리는 사람이 있다/그것은 번쩍이지 않고 반짝..

믿음의 환원, 주는 자의 괄호침, 받는 자의 괄호침, 표징에 대한 괄호침

믿음의 환원, 주는 자의 괄호침, 받는 자의 괄호침, 표징에 대한 괄호침 -사순3주,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를 중심으로 1.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 이성부, 「봄」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香氣(향기)가 어리우도다./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푸른 봄의 生氣(생기)가 뛰놀아라.(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1924)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 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본성과 인격의 형이상학적 이원론을 넘어선 십자가의 존재론적 필연성

사진작가 분이가, 탱큐 본성과 인격의 형이상학적 이원론을 넘어선 십자가의 존재론적 필연성 -사순2주,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를 중심으로 1. 김춘수의 ​「누란(樓蘭)」 & 곽재구의 「누란樓蘭」 그 명사산(鳴沙山) 저쪽에는 십년(十年)에 한 번 비가 오고, 비가 오면 돌밭 여기저기 양파의 하얀 꽃이 핀다. 봄을 모르는 꽃. 삭운(朔雲) 백초련(白草連). 서기(西紀) 기원전(紀元前) 백이십년(百二十年). 호(胡)의 한 부족(部族)이 그 곳에 호(戶) 천 오백 칠십(千五百七十), 구(口) 만 사천백(萬四千百), 승병(勝兵) 이천구백이십 갑(二千九百二十甲)의 작은 나라 하나를 세웠다. 언제 시들지도 모르는 양파의 하얀 꽃과 같은 나라 누란(樓蘭)(김춘수, ​「누란(樓蘭)」) ..

81억개의 목숨과 81억개의 유혹, 그리고 단 하나의 상황!

81억개의 목숨과 81억개의 유혹, 그리고 단 하나의 상황! -사순1주,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를 중심으로 1. 안민영 「매화사」 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 놓아 황혼월을 기약하니/아마도 아치고절이 너뿐인가 하노라(제6수) 안민영의 「매화사」에서 빙자옥질이며 아치고절이라고 예찬하는 매화는 꽃이 필 수 없는 2월에 핀 꽃이라 예로부터 매난국죽과 함께 사군자라 불렸다. 사실 겨울 꽃 하면 동백도 있다. 그런데 굳이 매화만 사군자로 일컬은 것은 동백은 남해안 일대의 비교적 기온이 따뜻한 군락지에서 피지만 매화는 그 어떤 지방도 가리지 않고 개별자로 눈 속에 피기 때문일 것이다. 매화는 겨울이라는 상황, 눈이라는 상황, 그 어떤 상황에도 ‘불구..

축복과 천형(天刑)의 변증법, 코나투스 세세 콘세르우디(conatus sese conservandi)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백만송이 성모님의 장미를! 축복과 천형(天刑)의 변증법, 코나투스 세세 콘세르우디(conatus sese conservandi) - 연중6주 “그는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다.”를 중심으로 1. 하인리히 하이네, 「고백」 땅거미 앞세우고 저녁은 찾아오고/물결은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서지는/파도의 춤을 바라보고 있자니,/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올랐다./그때 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나를 사로잡았다, 너의 아름다운 모습,/그 모습 내 주위 곳곳에서 떠돌고/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세찬 바람소리 속에서나, 거친 파도소리 속에서나,/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①나는 가벼운 갈대를 꺾어 모래 위에 썼다:/"아그네스, 나는 너를..

‘몸’의 메타모르포제(metamorphose), 치유받는 ‘몸’, 낡아가는 ‘몸’

아침과 저녁, 사진작가 분이가 탱큐! ‘몸’의 메타모르포제(metamorphose), 치유받는 ‘몸’, 낡아가는 ‘몸’ -연중5주,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다”를 중심으로 1.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엊그제 /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한 두 철 전/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는 정지상의 「송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형기의 「낙화」와 함께 이별시의 백미로 꼽히는 시다. 서정주의 「연꽃 ..

실존의 배고픔을 넘고, 질투의 심리학을 건너, 빛의 존재론으로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실존의 배고픔을 넘고, 질투의 심리학을 건너, 빛의 존재론으로 - 연중4주“예수님께서는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다”를 중심으로 1.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