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불멸의 사랑,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양인자)

월악산에서 순애가, 탱큐! 불멸의 사랑,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양인자) -연중32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를 중심으로 1. 박정대,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⑴그날 불멸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낡은 태양의 오후를 지나, 또 무수한 상점들을 지나 거기에 갔으므로 너무나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등 뒤로는 음악 같은 나뭇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서러운 풍경의 저녁이 짐승처럼 다가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성냥을 꺼내어 한 점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영원은 그렇게 본질적인 불꽃 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한순간 타오르기도 한다/⑵그날 불멸이 나를 찾아왔다, 아니 그날 내가 불멸을 찾아 나섰는지도 모른다, 뿌연..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추락하는 날개 위로 비상하는 날개

분이가 탱큐!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추락하는 날개 위로 비상하는 날개 -연중31주,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를 중심으로 1. 이문재, 「손의 백서白書」 ①기도할 때/두 손을 모으는 까닭은/두 손을 모으지 않고서는/나를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손을 모으지 않고서는/가슴이 있는 곳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두 손을 모으지 않고서는/머리를 조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두 손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으지 않고서는/신이 있는 곳을 짐작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기도할 때/두 손을 모으는 까닭은/두 손을 모아야 고요해지기 때문이다.//②손이 손을 잡으면 영혼의 입술이 붉어진다./손이 손을 잡으면 가슴이 환하게 열린다./손이 손을 잡으면 피돌기가 빨라진다./손이 손을 ..

사랑받는(하는) 사람은 항상 부활의 상태에 놓여있다(2)

사랑받는(하는) 사람은 항상 부활의 상태에 놓여있다(2) -연중30주일,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너 자신처럼” 1. 가을 하늘이 높기로 정(情) 하늘을 따를쏘냐(한용운) 한용운의 「정천한해」(情天恨海)를 다시 읽어본다.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情) 하늘을 따를쏘냐./봄 바다가 깊다기로/한(恨) 바다만 못 하리라.//높고 높은 정(情) 하늘이/싫은 것만 아니지만/손이 낮아서/오르지 못하고,/깊고 깊은 한(恨) 바다가/병될 것은 없지마는/다리가 짧아서/건너지 못한다.//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정(情) 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다리가 길어서 건널 수만 있으면/한(恨) 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만일 정(情) 하늘이 무너지고 한(恨) 바다가 마른다면/차라리 정천(情..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열정은 저승처럼 억센 것!(아가8,6)

양주 나리공원에서, 사진작가 분이가, 탱큐!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열정은 저승처럼 억센 것!(아가8,6) -연중29주 전교주일,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를 중심으로 1. 한용운, 「이별은 미의 창조」 & 「군말」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質)없는 황금과 밤의 올(絲)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이별은 미의 창조」)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마찌니의 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

존재의 편린(片鱗)에서, 창조질서와 은총질서가 하나가 되는 향연(饗宴)

존재의 편린(片鱗)에서, 창조질서와 은총질서가 하나가 되는 향연(饗宴) 연중28주,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를 중심으로 1. 김남조, 「가난한 이름에게」 10월10일 김남조 시인의 영면에 부쳐, 절대고독의 백미라 불리는 「가난한 이름에게」를 읽어본다. 이 넓은 세상에서/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이 넓은 세상에서/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검은 벽의/검은 꽃 그림자 같은/어두운 향로//고독 때문에/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이가 시린 한겨울 밤/고독 때문에/한껏 사랑을 생각하는/고독한 여인네와/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얼굴을 가리고/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불신과 ..

‘멀츠하이머mulzheimer’의 추상적 고백에 의한 '모퉁이의 머릿돌kephale gonias'

‘멀츠하이머mulzheimer’의 추상적 고백에 의한 '모퉁이의 머릿돌kephale gonias' -연중27주, “주인은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를 중심으로 1.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①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②마지막 과실들을 익게하시고/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③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멜 것입니다. 라이..

'오늘’이라는 ‘영원’, 그 웜홀wormhole 혹은 인터페이스interface(2)

'오늘’이라는 ‘영원’, 그 웜홀wormhole 혹은 인터페이스interface(2) 연중26주일, "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를 중심으로 1. 은 무엇인가? 긴 연휴라, Y에 갔다. 그곳에 있는 노트북을 쓰면 되니까 홀가분하게 갔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인터넷 선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도 유에스비로 저장해 오면 되니까, 추석 달도 원없이 봤다. 사랑하는 이들과 그 달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지만, 신자니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으니까 웃으며. 하느님의 부드러운 모습 같기도 하고, 성체같기도 한 그 달을 보고 또 봤다. 서울로 올라와서 글을 올리려고 보니 분명히 저장했다고 생각한 글이 없었다. 참 기계치다. 늘 부족하다. 열거할 ..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2), 마시지 않고 또 결코 마시지 않을 것에 취한 영혼이여!(로이스브루크)

철원 고석정에서, 분이가, 탱큐!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2), 마시지 않고 또 결코 마시지 않을 것에 취한 영혼이여!(로이스브루크) -연중25주, 를 중심으로 1. 한 여자로부터 버림받은 순간 시인이 되었고, 한 여자로부터 용납되는 순간 남편이 되었다(나태주) 나태주 시인의 등단 시 「대숲 아래서」를 읽어본다. 1.바람은 구름을 몰고/구름은 생각을 몰고/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가 가는 밤바람 소리//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름 눈물 자죽, /문을 여니 ..

용서의 완성(2), 사유의 공백 속에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받는 것!

손승희 작, (2013), 개포동성당 이냐시오홀에서 용서의 완성(2), 사유의 공백 속에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받는 것! - 연중24주,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를 중심으로 1. 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랑일 뿐이다(정현종) 정현종의 「사랑의 꿈」을 읽어본다. 사랑은 항상 늦게 온다/사랑은 생 뒤에 온다/그대는 살아 보았는가/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랑일 뿐이다/만일 타인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 뒤에 온다면/그리고 타인의 슬픔이 자기의 슬픔 뒤 온다면/사랑은 항상 생 뒤에 온다/그렇다면?/그렇다면 생은 항상 사랑 뒤에 온다 풍수지탄(風樹之歎·風樹之嘆)은 효도하고자 할 때에 이미 부모를 여의고 효행(孝行)을 다하지 못하는 자식의 슬픔을 이르는 말로 늘 만..

지혜에 관한 명상, 해 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선운사에 가면, 순애데레사가 탱큐! 지혜에 관한 명상, 해 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 연중23주,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를 중심으로 1. 류시화, 「떨림」 & 「흉터의 문장」 류시화의 「떨림」 & 「흉터의 문장」을 읽어본다 손가락을 못에 찔리거나 칼에 베이면 / 그 순간 손가락의 존재를/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 마찬가지로, /존재가 깊이 상처입어/날개가 부러지거나 / 심장에 금이 갈 때/너는 비로소/너 자신에게로 돌아온다/울대를 다쳐 바람으로 대신 우는 울새처럼/차갑고 고독한 행성 가장자리에서/별똥별 빗금으로/금 간 곳 꿰매며/다시 삶에 놀라워하며(「떨림」) 「떨림」은 어떤 이유에서건 “존재가 깊이 상처입어/날개가 부러지거나 / 심장에 금이 갈 때/너는 비로소/너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