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1),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 -연중12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를 중심으로 1. 복효근,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2.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쇼펜하우어) 3. 기도와 용서의 궁극, '충족'을 넘어 '충만'으로 1. 복효근,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마리 누우떼가/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 섰다//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에우카리스티아(Ευχαριστια감사)의 정원으로

분이가 보내준 보랏빛 유월~탱큐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에우카리스티아(Ευχαριστια감사)의 정원으로 -연중11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를 중심으로 1. 복효근, 「틈, 사이」에서 '하나'가 된다는 것 2. 벤야민, 『일방통행로』, 사회적 유토피아의 상태인 '우리'로 3.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에우카리스티아(Ευχαριστια감사)의 정원으로 -가족주의에서 보편주의로 1. 복효근, 「틈, 사이」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넣었으리라//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 있어/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틈 사이가 고울수..

면형무아(麵形無我), 하나(oneness)라는 영원의 예형론(豫型論.typology)

N수녀님께서 보내주신, 강너머 산너머 평화의 순간 면형무아(麵形無我), 하나(oneness)라는 영원의 예형론(豫型論.typology) -성체성혈대축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를 중심으로 1. 장석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의 잡초가 한데 엉켜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두 팔을 벌..

존재이유,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1코린토15, 28/9,22)

존재이유,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1코린토15, 28/9,22) -삼위일체대축일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를 중심으로 1. ‘아무도 아닌 자Niemand’를 ‘아무 것도 아닌 것Nictts’으로부터 건져내는 파울 첼란의 「아무도 아닌 자의 장미」를 읽어본다. 흙과 진흙을 반죽하여 우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티끌인 우리를 축복하지/않으리라/아무도//아무도 아닌 분이시여, 찬양 받으소서/당신에 대한 사랑으로/우리는 꽃을 피우길 원하나이다/당신을 향한/사랑으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며/또한 아무것도 아니오니/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꽃으로 남아 있나이다/ 아무 것도 아닌 장미/아무도 아닌 분의 장미로//영혼의 정결함으로/황량한 사막과 같은 하늘의 휘..

사랑의 자기결정권, 은총의 통시성에서 은총의 즉시성으로

사랑의 자기결정권, 은총의 통시성에서 은총의 즉시성으로 -성령강림대축일,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를 중심으로 1. 김춘수, 「서풍부(西風賦)」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왼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어떤 얼굴들이 우리 생을 지나간다. 때론 설레는 꽃같기도 하고, 때론 뜨거운 눈물같기도 하고, 때론 수없이 들어본 이야기 같기도 한, 그..

장미학적 존재증명, 부재의 현존, 결핍에서 풍요로!

N수녀님께서 보내주신, 감사드립니다! 장미학적 존재증명, 부재의 현존, 결핍에서 풍요로! -주님승천대축일, “나는 하늘과 땅의 권한을 받았다”를 중심으로 1.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어본다.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한다/ 그러므로 이제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모든 것을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고/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 말하지 말며//..

사랑은 진리를 나누는 것인가? 경험을 나누는 것인가?

분이가, 서리산에서 사랑은 진리를 나누는 것인가? 경험을 나누는 것인가? -부활6주,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를 중심으로 1. 이브 본푸아가 「희망의 임무」 가끔 듣는 말, 아무아무개가 내 인생의 롤모델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또 누가 자신을 일컫어 롤모델이라고 말하면 천하를 얻은 듯, 두고두고 기뻐하기도 한다. 롤모델은 사람이 아니다. 오직 J뿐이다. 우리가 극복해야할 대상이 나 자신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절대우위가 아니라 비교우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은,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브 본푸아가 「희망의 임무」에서 말하는 희망의 임무는 그런 배고픈 이름에 대한 허상을 떠나라는 잠언시다. 새벽이..

말의 신학, 원초적 말 하나하나에는 그 말로 표상된 실재의 편린(片鱗)이 들어 있다(칼 러너)

분이가 보내준 -비가 오고 있는 중계동 나비공원 말의 신학, 원초적 말 하나하나에는 그 말로 표상된 실재의 편린(片鱗)이 들어 있다(칼 러너) -부활5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를 중심으로 1. 김수영의 「꽃잎1」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타작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옥수수 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 줄 / 모르고 자기가 가 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 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 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 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 같고/ 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 한 잎의 꽃잎 같고/ 혁명 같고//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 같고/ 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 같..

선재적(先在的) 자기선언이 확증해 주는 ‘오늘’은 무엇인가?

선재적(先在的) 자기선언이 확증해 주는 ‘오늘’은 무엇인가? -부활4주, “나는 양들의 문이다”를 중심으로 1. 황지우, 「나는 너다」 ​ 새벽은/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낙타야/모래 박힌 눈으로/동트는 지평선을 보아라/바람에 떠밀려 새 날이 온다//일어나 또 가자/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 거리는구나/지금 나에게는 칼도 경(經)도 없다/경(經)이 길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길은/가면 뒤에 있다/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里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나는 너니까//우리는 自己야/우리 마음의 地圖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거다 황지우의 「나는 너다」는 “나는~이다"라는 의 시적 변용이다. 「나는 너다」가 쓰여진 시대와 현실을 시인은 생명체가 더는 살 수 없는 ..

사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 자체 속에 있음을 보게 되는 것.

부활 그 이상의 사랑, 사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 자체 속에 있음을 보게 되는 것. -부활3주,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1. 발타사르 그라시안, 「항상 끝을 생각하라」 가끔 인생의 끝자락에서 지금을 살펴보라/우리의 삶은 대개 환희의 문을 지나 행운의 문을 거처/마지막에는 쓸쓸한 퇴장의 문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그대는 항상 끝을 생각하고 행복하게 될 것을 그려라 / 처음 들어설 때의 환호성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 어쩌면 그러한 갈채는 누구나 받는다 /그러나 물러설 때 받는 갈채야말로 진정하고 위대하다 / 왜냐하면 행운이라는 그림자가 물러가는 자의 문까지 따라 나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세상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