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사랑받는 사람은 항상 부활의 상태에 놓여 있다(알랭 핑켈크로트)

©Marco Bottigelli/Moment/Getty Images 멕시코 바야돌리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세노테 수이툰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담수 웅덩이 중 하나로 얕은 옥빛의 물과 마법과 같은 싱크홀 중앙까지 뻗어 있는 돌길이 있고. 이 동굴 세노테는 가운데로 신비로운 빛이 떨어지는 빛의 천장이 있다. 사랑받는 사람은 항상 부활의 상태에 놓여 있다(알랭 핑켈크로트) -부활2주,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1.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일 수 있는가? 나는 누구이고 싶은가? 부활은 엄밀히 말해 교리나 신학이 아니라 의 재탄생의 경험라고 할 수 있다.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처럼 “너희는 위로부터 다시 태어나야 한다”(요한 3,7-15)는 것을 경험하는 일, 나는..

사랑의 물리학,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김인욱)

국립묘지에 피어있던 겹벚꽃 사랑의 물리학,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김인욱)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1.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아가 8,6) 예수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부활대축일에 우리가 건네는 라는 인사는 시간과 공간, 인간의 모든 상식을 뛰어넘는 범우주적 인사다. 이 인사의 근원은 에서 도출된 신앙고백이며, 이 고백의 원본은 와 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의 일치를 전제로 한다. 아버지를 향해 나아가는 아들의 사랑과 아들을 향해 나아가는 아버지의 사랑의 교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를 십자가로 이끈 온전한 인간애와 온전한 아들로서의 길이 죽음을 뚫고 아버지께 나아가고, 아버지는 이를 인류역사의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은총으로 받아 안아 영..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정호승)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정호승의 중에서) - 주님수난성지주일,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를 중심으로 1.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이들에게 십자가는 무엇을 말하는가? 십자가를 계속 바라보면 사랑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죄도, 너의 죄도, 인류의 죄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직 사랑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길이 없는데도 끝까지 길이 된 사랑,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랑. 그 사랑은 무슨 사랑일까? 사랑은 끝낼 수 있는 것인가? 아니 사랑은 시작이 있는 것인가? 주님수난성지주일 복음 마태오 26,14─27.66 가운데, 46절(마르코15:34)을 중심으로 예수님은 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것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

영원한 생명의 현재성, 고백의 차원에서 인격의 차원으로

영원한 생명의 현재성, 고백의 차원에서 인격의 차원으로 -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를 중심으로 가끔 생각한다. 요한복음이 없었다면, 바오로사도가 없었다면 과연 그리스도 신앙은 어디로 갔을까? 나아가 요한복음이 있었어도 라자로의 소생사화가 없었다면, 바오로사도가 있었어도 고린토전서15장이 없었다면 ‘희망없이 희망하며’, ‘절망을 모르는 현실’을 뒷목이 뻣뻣한 백성인 우리가 설득당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사순5주 라고 전하는 요한 11,1-45을 나인과부의 아들 소생사화(루카 7, 11-17), 회당장 야이로의 딸 소생사화(마태오 9, 18-26: 마르코 5, 21-43; 루카8, 49-56) 그리고 코린토전서15장, 라칭거 추기경의 「신약적 부활희망의 내용」, 칼 러너의 「무한한 하느님과 관계하는..

춘수(春愁)와 춘수(春瘦)사이에서,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춘수(春愁)와 춘수(春瘦)사이에서,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 “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 너와 말하는 사람이 바로 그다.” 를 중심으로 1. 춘수(春愁)와 춘수(春瘦) 사이에서 산수유꽃이 피었다. 봄이다. 봄에는 누구나 춘수를 겪는다. 춘수를 겪는 줄도 모르고 겪거나, 아님 춘수를 알기에 더 절절히 겪기도 한다. 이름을 알고도 앓는 병은 약도 없다. 춘수(春愁-좌정하지 못하고 서성이거나 뛰쳐나가게 만드는 가출의 충동)를 겪거나 춘수(春瘦-칩거, 은둔하거나 시름시름 몸이 마르는 병)를 겪는다. 그래서 봄은 누군가에게 설레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계절이기도 하다. 삼라만상이 움튼다는 말이 자연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듯하다. 곽재구의 「봄 편지」를 읽어본다, 강에 물 가득 / 흐르니 보기 좋..

머무르다(μενειν), 사람아! 그대의 품위를 생각하라!(발터 카스퍼)

머무르다(μενειν), 사람아! 그대의 품위를 생각하라!(발터 카스퍼) - Bleibe(μενειν), Mensch! bedenke deine Würde! (Walter Casper) 1. 서정주의 「석남꽃」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 네가 죽으면 /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나도 죽어서/ 나 죽는 바람에 / 네가 놀래 깨어나면/ 너 깨는 서슬에/ 나도 깨어나서/ 한 서른해만 더 살아볼거나/ 죽어서도 살아서/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서른 해만 더 한번 살아볼거나 서정주의 「석남꽃」은 신라사람 최항(석남)이 부모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후, 사랑하는 여인에게 석남꽃을 꽂고 나타나 생과 사를 오가며 나눈 사랑을 바탕으로 쓴 설화시다. “죽어서도 살아서/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서른 해만 더 한번 ..

생(生)의 의지, 드러난 빛과 감추인 빛, 개별자에서 보편자로의 여정

생(生)의 의지, 드러난 빛과 감추인 빛, 개별자에서 보편자로의 여정 -The will to live, the light revealed and hidden, the journey from the individual to the universal 1. 문정희의 「동백꽃」 & 김훈의 「꽃 피는 해안선」 3월이다. 산천이 이제 꽃으로 덮이리라. 문정희의 「동백꽃」을 읽어본다.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가장 눈부신 순간에/스스로 목을 꺾는/동백꽃을 보라//지상의 어떤 꽃도/그의 아름다움 속에다/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모든 언어를 버리고/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허공에 한 획을 긋는/단호한 참수//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전존재로 내지르는/피묻은 외마디의 시 ..

치명적 유혹자인 팜므파탈인 에와의 화법과 아담의 화법이 카이사르의 화법을 거쳐 유체이탈의 화법으로, 그 많던 사탄을 모두 어디다 숨겼을까?

토마스 콜, 치명적 유혹자인 팜므파탈인 에와의 화법과 아담의 화법이 카이사르의 화법을 거쳐 유체이탈의 화법으로, 그 많던 사탄을 모두 어디다 숨겼을까? 1. ‘일 년 중에서 가장 추운 시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대로 푸름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이근배) 이근배 시인의 「세한도(歲寒圖) - 벼루읽기」를 읽어본다. 1 바람이 세다/산방산(山房山) 너머로 바다가/몸을 틀며 기어오르고 있다/볕살이 잦아지는 들녘에/유채 물감으로 번지는/해묵은 슬픔/어둠보다 깊은 고요를 깔고/노인은 북천을 향해 눈을 감는다/가시울타리의 세월이/저만치서 쓰러진다/바다가 불을 켠다. 2 노인이 눈을 뜬다/낙뢰(落雷)처럼 타 버린 빈 몸/한 자루의 붓이 되어/송백의 푸른 뜻을 세운다/이 갈필(渴筆)의 울음을/큰선비의..

포이에시스(Poiesis창조, 생성, 신생), 나는 ‘완전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포이에시스(Poiesis창조, 생성, 신생), 나는 ‘완전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Poiesis (creation, creation, newborn), who can say that I am a ‘Teleios’ person? 1. 신동집, 「오렌지」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마음만 낸다면 나도/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마땅히 그런 오렌지만이 문제가 된다.//마음만 낸다면 나도/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마땅히 그런 오렌지만이 문제가 된다.//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손을 대는 순간/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에네르기아ἐνέργεια, 너보다 ‘더’ 네 것이 무엇이며, 또 너보다 ‘덜’ 네 것이 무엇이냐?(아우구스티누스)

탁기형의 (한겨레) 에네르기아ἐνέργεια, 너보다 ‘더’ 네 것이 무엇이며, 또 너보다 ‘덜’ 네 것이 무엇이냐?(아우구스티누스) -Quid tam tuun quam tu, quid tam non tuum quam tu 1. 거의 모든 아침 당신은 내게 존재하다가 존재하지 않다가(김안) 김안의 「거의 모든 아침」을 읽어본다. 거의 모든 아침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당신의 눈동자 속에는 침묵이 가득한 채 한 걸음의 높이로 떠다니는 가볍고 둥근 돌들이 당신의 하얀 발 위에 앉아 천천히 모래가 되어갈 때 당신이 바이올린처럼 작게 섬세하고 헛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때 거의 모든 아침은 당신이었다가 당신이 아니었다가 음률에서 나온 투명한 불꽃은 나뭇가지를 두드리고 가볍게 나뭇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