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나뭇잎숨결 2024. 4. 28. 16:31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뼏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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