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5월의 편지 / 목필균

나뭇잎숨결 2024. 4. 28. 16:32

 5월의 편지 / 목필균

가끔은 스무 살 젊음이고 싶다. 
안개 배인 공지천을 산책하던 우리의 노래는 
하얗게 웃어대던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지. 
미숙한 사랑을 지켜온 백치 같았던 순결, 그 시절, 네 그림자 
허리를 잡고 안부를 묻고 싶다. 

잎새 반짝이던 은백양 나무에 걸려있던 
우리의 시들은 오월의 축제를 사열하고, 
교정의 기인 *외수아저씨는 순수를 위해 몸을 
닦지 않는다는 모순된 말로 자신의 남루를 덮고 있었지. 잔디밭 
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시선을 끌던 작은 키의 동기생은 한 
학기를 떠돌다 사라지기도 하고. 
시내에서 변두리까지 꼬박 걸어도 1시간 거리도 안되었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아쉬움 속에 깊어가기도 했어. 

별빛은 5월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지, 그
시절의 노래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리라 믿으면서 
아카시아 흐드러지는 이맘때가 되면 
스무 살 그 젊음이고 싶다. 
외수 아저씨 - 소설가 이외수님을 우리는 외수아저씨라고 불렀다.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청산 / 김용택  (0) 2024.04.28
5월의 어느날 / 목필균  (0) 2024.04.28
5월의 저녁 / 김광규  (0) 2024.04.28
5월의 창 / 황금찬  (0) 2024.04.28
5월 / 이해인  (0) 202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