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편지 / 목필균
가끔은 스무 살 젊음이고 싶다.
안개 배인 공지천을 산책하던 우리의 노래는
하얗게 웃어대던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지.
미숙한 사랑을 지켜온 백치 같았던 순결, 그 시절, 네 그림자
허리를 잡고 안부를 묻고 싶다.
잎새 반짝이던 은백양 나무에 걸려있던
우리의 시들은 오월의 축제를 사열하고,
교정의 기인 *외수아저씨는 순수를 위해 몸을
닦지 않는다는 모순된 말로 자신의 남루를 덮고 있었지. 잔디밭
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시선을 끌던 작은 키의 동기생은 한
학기를 떠돌다 사라지기도 하고.
시내에서 변두리까지 꼬박 걸어도 1시간 거리도 안되었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아쉬움 속에 깊어가기도 했어.
별빛은 5월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지, 그
시절의 노래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리라 믿으면서
아카시아 흐드러지는 이맘때가 되면
스무 살 그 젊음이고 싶다.
외수 아저씨 - 소설가 이외수님을 우리는 외수아저씨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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