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5월의 창 / 황금찬

나뭇잎숨결 2024. 4. 28. 16:32

5월의 창 / 황금찬

5월은 푸르러 가는 내 창 앞에 와서
한 밤을 말이 없다가
새벽이 되면 정다운 음성으로
나를 부르는 것이다.

비가 오는 언덕에는
어느 바레트의 채색처럼
풍경화를 수놓고 있는데
그것을 이 창 안에서 바라보기란
마음의 부담으로 하여
시계가 흐른다.

5월은 누가 간 달이냐
다시 누가 올 달이라더냐
아카시아 꽃이 비를 맞으며
서 있는 것은 내 창으로 봐
액자 속의 그림 같다.

5월의 창은 언제나
미술전시회장의 입구처럼
기대가 크고,
무도회의 권유를 연주하고 있다.

5월의 내 창을 통해 보면
고호의 그림폭이 나열되고
스테파노가 부르는 무정한 사람이 들리고
때로는 가부리엘라 뚜치의 소프라노가 감돌기도 한다.

5월의 창은 참 말이 없다.
그리고 그 낮은 음석으로 해서
다정한 풍경화와
조용한 음률을 생각하는
내 하나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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