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영원한 대답’으로 주어지는 ‘원초적인 말(Paroles orginelles)’

‘영원한 대답’으로 주어지는 ‘원초적인 말(Paroles orginelles)’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에서 ‘오늘’은 언제인가? [연 중 제 7 주 일 (다 해)2022. 2. 20. Luc. 6,27-38] 1.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를 읽어본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마음의 법칙; 행복의 자기결정권, 그 선택과 유예

마음의 법칙; 행복의 자기결정권, 그 선택과 유예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유치환) [연 중 제 6 주 일 (다 해)2022. 2. 13. Luc. 6,17.20-26.] 1. 유치환의 「생명의 서(書)」 & 「행복」 유치환의 「생명의 서(書)」(1938년)를 읽어본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 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死滅)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결정적 순간,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쓴 그들의 창세기

결정적 순간,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쓴 그들의 창세기 -이 세상에 결정적인 순간을 갖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카르디날 드 레츠 추기경) [연 중 제 5 주 일 (다 해)2022. 2. 6. Luc. 5,1-11] 1. 위선환, 「새떼를 베끼다」 시를 읽다보면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들이 있다. 위선환의 「새떼를 베끼다」가 그런 시에 해당한다. 읽어본다. 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 새떼 하나는 날아오르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들, 이마들,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 쓴다//맞부딪친 새들끼리 새가 새에게 뚫린다고 쓴다 //새떼는 새떼끼리 관통한다고 쓴다 이미 뚫고 나갔다고 날아가는 새떼끼리는 서로 돌아..

천인지애(天人至愛), 앎-모름의 매트릭스(matrix)를 넘어

천인지애(天人至愛), 앎-모름의 매트릭스(matrix)를 넘어 - 내 존재의 의미는 삶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것입니다(칼 구스타브 융) [연 중 제 4 주 일 (다 해)2022. 1. 30. Luc. 4,21-30 ] 1. 이상(李箱)의 「꽃나무」 & 복효근의 「따뜻한 외면」그리고 릴케 이상(李箱)의 「꽃나무」를 읽어본다.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 하나도없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 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 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 내었소.(1933년) 복효근의 「따뜻한 외면」을 읽어본다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라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오늘'의 넓이 , 실존의 '오늘'에서 보편의 '오늘'로

‘오늘'의 넓이 , 실존의 '오늘'에서 보편의 '오늘'로 -꿀벌은 자기가 꿀을 빼앗는 꽃의 결실을 풍요롭게 해 준다(찰스 비어드) [연 중 제 3 주 일 (다 해) 2022. 1. 23 Luc. 1,1-4, 4,14-21] 1. 이문재, 「혼자의 넓이」 ①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②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 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

향연(饗宴), 가장 감미롭고도 취하게 만드는 최상의 포도주여!

향연(饗宴), 가장 감미롭고도 취하게 만드는 최상의 포도주여! -삶은 발효(發效)인가, 발효(醱酵)인가? [연 중 제 2 주 일 (다 해) 2022. 1. 16. Jean. 2,1-11] 1. 삶은 발효(發效)인가, 발효(醱酵)인가? 사전적으로 발효(發效)는 조약이나 법령 등의 효력이 나타남. 또는 그 효력을 나타냄으로 쓰는 명사이자 자동사이다. 발효(醱酵)는 효모·박테리아 따위 미생물의 작용으로 유기물이 분해되는 현상으로 술·간장·초·치즈, 와인, 김치 등을 만드는 데 쓰는 어휘로 명사이자 자동사이다. 김수영의 『서책(書冊)』을 읽어본다, 덮어놓은 책은 기도와 같은 것 이 책에는 신(神)밖에는 아무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 된다// 잠자는 책이여 누구를 향하여 앉아서도 아니 된다 누구를 향하여 열려서도 아..

절대적 신비이며 자명한 신비인 ‘결정적 인간’의 첫 번째 고백

절대적 신비이며 자명한 신비인 ‘결정적 인간’의 첫 번째 고백 - 미안하다, 죄가 많음에도 널 사랑한다! [주 님 세 례 축 일 (다 해) 2022. 1. 9. Luc. 3,15-16.21-22] 1.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이수정) 이수정의 「달이 뜨고 진다고」를 읽어본다.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네게서 뜬 달이 차고 맑은 호수로 져서 은빛 지느러미의 물고기가 될 것이다. 수면에 어른거리는 달 지느러미들 일제히 물을 차고 올라 잘게 부서질 것이다. 이 지느러미의 분수가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쪽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로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이광호 선생의 『사랑의 미래』를 읽어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달은 다른 시간 속에서 바라본..

상호텍스트성, 모든 사물은 ‘벡터(vectors)’이다(화이트헤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모든 사물은 ‘벡터(vectors)’이다(화이트헤드) -'갈망'의 크기는 '기쁨'의 벡터에 비례하고, '자유의지'와 동행한다 [주 님 공 현 대 축 일(다해) 2022. 1. 2. Matthieu. 2,1-12] 1.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

타자의 담론, 대화주의(dialogoism)와 독백주의(momologism)

타자의 담론, 대화주의(dialogoism)와 독백주의(momologism) -Discourses of Others, Dialogism and Monologue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다 해) 2021. 12. 26. Mt. 2,41-52] 1. 사랑의 꿈에서 불멸(不滅)을 얻겠습니다(한용운) 2021년을 넘기며, 한용운의 「꿈이라면」을 다시 읽어본다. ①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解脫)도 꿈입니다. ②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無心)의 광명도 꿈입니다. ③일체만법(一切萬法)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不滅)을 얻겠습니다 ①에서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解脫)도 꿈입니다.’ 사랑의 ‘속박’이라는 말 속에는 사랑의 배타성으로 인한 집착과 기대 외에도 사랑에..

마리아 공경의 신학적 위치에 관한 소고(小考)

한라산 등산로(사진 오순희 제주산악안전대 구조대장) 마리아 공경의 신학적 위치에 관한 소고(小考) -A Small Study on the Theological Position of the Honor of Maria [대림 제4주(다해) 2021. 12. 19. 루카 1,26-56] 1. 김선우,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글의 본론은 글쓴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논거를 들어)하여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라 한다면, 삶에도 ‘본론’이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또 그렇게 삶으로 본론을 쓴다면 누구를 설득하는 것일까? 삶의 본론을 쓰는 그 펜은 우리가 지닌 이라는 인간 조건일 것이다. 그 본론은 내가 누구인지 그 존재증명을 하는 일일 터이고, 그 존재증명이란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