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형이상학적 ‘망설임’은 왜 시간으로 나타나 공간으로 수렴될까?

사랑이라는 형이상학적 ‘망설임’은 왜 시간으로 나타나 공간으로 수렴될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19) [부활 제3주일 (다 해) 2022. 5. 1, 요한20,19-31] 1. 마야 안젤루, 「나는 배웠다」 ①나는 배웠다/어떤 일이 일어나도/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삶은 계속된다는 것을/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②나는 배웠다//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이 세 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③나는 배웠다//당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하든/그들이 당신 삶에서 떠나갔을 때/그들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④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⑤나는..

‘상처 입은 인간’으로 ‘상처 입은 그리스도’를 만나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어

‘상처 입은 인간’으로 ‘상처 입은 그리스도’를 만나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어 -당신이 예수라면, 당신의 상처는 어디 있습니까?(성 마르티노) by 심성 [부활 제2주일 (다 해) 2022. 4. 24,요한20,19-31] 1. 강은교 「사랑법」 & 자넷 랜드의 「위험들」 강은교의 「사랑법」을 읽어본다. 떠나고 싶은 자/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잠들게 하고/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또는 꽃에 대하여/또는 하늘에 대하여/또는 무덤에 대하여//서둘지 말 것/침묵할 것.//그대 살 속의/오래전에 굳은 날개와/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 있는 구름/결코 잠 깨지 않는 별들//쉽게 꿈꾸지 말고/쉽게 흐르지 말고/쉽게 꽃피우지 말고//그러므로/실 눈으로 볼 것//떠나고 싶은 자/홀로 떠나는 모습을/..

목련꽃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 Q에게

목련꽃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 Q에게 -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요한20,1-9) [주님부활대축일 (다 해) 2022. 4. 17, 요한20,1-9 ] 1.안도현, 「강」 & 엘리엇트,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춘수(春瘦)’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봄에 몸이 마르는 슬픔이 춘수(春瘦)다. 생명이 겪어내는 지독한 몸살이다. 현상이다. 대책없는 자기 운명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자기 이름을 부르며 피고 지는 꽃처럼, 자기 이름을 부르며 날아가고 날개를 접는 새처럼, 자기 이름을 부르며 흐르고 또 흐르는 강물의 뒤척임처럼 아무도 모르게, 자신조차도 모르게 몸이 마르는 현상이다. 안도현의 「강」을 읽어본다. ​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

별이 빛나는 밤에 열일곱번의 만남과 이별을 생각함

별이 빛나는 밤에 열일곱번의 만남과 이별을 생각함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 [사 순 제 6 주 일 (다 해) 2022. 4. 10,루카22, 14-56 ] 1. 김광섭의 「저녁에」 &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광섭의 「저녁에」를 읽어본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은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은 「저녁에」에서 어떤 인연의 시작은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서로를 유일한 별처럼 바라보는 것과 같다면, 그 인연이 끝나는 것은 빛과 어둠으로 갈라져 더 이상 서로에게서 별을 ..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1)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1)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1) [사 순 제 5 주 일 (다 해) 2022. 4. 3, 요한 8,1-11 ] 1.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서정주) 이렇게 아름다운 시의 제목이 있는가? 시를 읽어본다. ①아조 할 수 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 같이 스러진 것들의 형상을 불러일으킨다. 귓가에 와서 아스라이 속삭이고는, 스쳐가는 소리들, 머언 유명에서처럼 소리는 들려오는 것이나 한 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느끼는 건 너희들의 숨소리. 소녀여, 어디에서들 안재하는지. 너희들의 호흡..

'있음'의 근원, ‘현존’이란 이름의 '4월의 크리스마스’

'있음'의 근원, ‘현존’이란 이름의 ‘4월의 크리스마스’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루카 15,1-3.11ㄴ-32) [사 순 제 4 주 일 (다 해) 2022. 3. 27 Luc. 루카15,1-3.11ㄴ-32 ] 1. 심보선, 「나무로 된 고요함」 시를 읽어본다. 나는 나무로 된 고요함 위에 손을 얹는다/그 부드러운 결을 따라/보고 듣고 말한다/그때 기쁨, 영원한 기쁨의 지저귐이/사물들의 원소 속에 숨어 있음을 깨닫는다/하느님은 여느 때처럼 말없이/황금 심장을 가슴속에 품고 계신다/아, 거기서 떨어지는 황금 부스러기들/그 하나하나로 집을 지을 수 있다면/유리와 불과 돌 속에서/지워질 이름이란 없을 것이거늘/쓸모를 모르겠는 완구(玩具)처럼/하늘의 언저리를 굴러가는 태양 아래/인간..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그의 반(半)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바오로), 그의 반(半)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정지용) [사 순 제 3 주 일 (다 해) 2022. 3. 20. Luc. 루카 13,1-9] 1. 정지용의 「그의 반(半)」 정지용의 「그의 반(半)」을 읽어본다.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나의 령혼안의 고흔 불,/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나의 눈보다 갑진이,/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金星,/쪽빛 하늘에 힌꽃을 달은 高山植物,/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나의 나라에서도 멀다./홀로 어여삐 스사로 한가러워 ── 항상 머언이,/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뿐./때없이 가슴에 두손이 염으여지며/구비 구비 돌아나간 시름의 黃昏[황혼]길우 ──/나 ⎯ 바다 이편에 남긴/그의 반˙ 임을 고히 진히고 것노라(원문표기 그대로) 정..

빛은 흰색을 만들지만 그림자 또한 만든다(라이프니츠)

빛은 흰색을 만들지만 그림자 또한 만든다(라이프니츠) -79억1,721만개의 ‘축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사 순 제 2 주 일 (다 해) 2022. 3. 13. Luc. 9,28-36] 1.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실시간 인구측정 사이트인 월드미터에서 2022년 1월1일 전세계인구수는 79억1,721만명이라고 발표했다. 그 많은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잔인한 수치지만) 인구분포도를 통해 5%는 자신이 왜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모르고, 자신도 불행하고 타인도 불행하게 만들면서 살다 가며. 90%는 '행복했다-불행했다'의 겹주름을 만들면서 살다가고. 나머지 5%만 '삶이 곧 행복'이라는 공식을 적용하며 살다간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삶의 질만 다른 것이 아니라 ..

사랑받는 사람은 항상 ‘부활의 상태’에 놓여 있다(알랭 핑켈크로트)

사랑받는 사람은 항상 ‘부활의 상태’에 놓여 있다(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은 죽음과 같이 강하다(아가8, 6) [사 순 제 1 주 일 (다 해) 2022. 3. 6. Luc. 4,1-13] 1.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 시를 읽어 본다.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는 ‘꽃과 술과 촛불’이 있는 이 곳은 인생의 봄이자 사랑이 있는 곳이라고 시작한다. 그렇기에,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꽃과 술과 촛불’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당신이 없는 ‘봄’, 당신이 없는 ‘꽃’과 ‘술’과 ‘촛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

숨, 숨결, 그리고 숨을 쉬는 한 희망하라(Dum Spiro Spero)

숨, 숨결, 그리고 숨을 쉬는 한 희망하라(Dum Spiro Spero)(키케로) -종교는 우선 멈춤Unterbrechung이다(J. B. 메츠) [연 중 제 8 주 일 (다 해)2022. 2. 27. Luc. 6,39-45] 1. 박성룡의 「풀잎」 시인에게는 ‘말’이 맡겨져 있다. 시인은 세상의 들판에 흩어져 있는 사물들의 세계에 ‘숨’을 불어넣어, 어떤 존재의 문을 열어주는 존재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말’이란 우리가 지금 체험하고 생각하는 바가 언어라는 몸을 쓰고 나타남으로써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들의 ‘숨결’이라 할 수 있다. ‘숨’과 ‘숨결’을 되찾은 사물들은 계절로 말하자면 봄이고, 관념으로 말하자면 희망이고, 내연성으로 말하자면 존재가 된다. 이렇듯 말의 윤리를 넘어, 말의 신학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