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공간의 시학, 그대의 집과 혼인하라, 아니 혼인하지 마라(르네 샤르)

공간의 시학, 그대의 집과 혼인하라, 아니 혼인하지 마라(르네 샤르) -Poetics of space, marry your home, or don't marry [대 림 제 3 주 일 (다 해) 2021. 12. 12. Luc. 3,10-18] 1. 「푸른 밤」 & 「연어의 나이테」 우리는 사람뿐 아니라 온갖 사물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된다. 그 관계의 목적과 결과가 무엇인가에 따라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기도 하고, 때론 완벽하다는 자기고양에 고무되기도 한다. 인간이든 사물이든 우리 앞에 놓인 대상과의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인지, ‘나’와 ‘그것’의 관계인지, ‘그것’과 '그것'의 관계인지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하겠다.. 마틴 부버는 『너와 나』에서, 인간관계는 ‘..

강생(降生)의 신비, 그 문(門) 앞에서 질문하게 되는 ‘신체의 익명성’

강생(降生)의 신비, 그 문(門) 앞에서 질문하게 되는 ‘신체의 익명성’ The Mystery of the Incarnation, ‘Anonymity of corps ’ to be asked in front of the door [대 림 제 2 주 일 (다 해) 2021. 12. 5. Luc. 3,1-6] 사막에 뜬 붉은 것이 해인가, 달인가? 1. 통증도 없이 살 수는 없잖아(허수경)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대사 중, 기억에 남는 대사가 하나 있다. 그 장면이 나오는 부분만 찾아서 다시 봤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남주가 죽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주인공은 죽으면 안되니까, 사막에서 불쑥 걸어나오면서 생사를 확인하러간 여주에게 한 말이다.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태양의 후예』- 송중기 대사) 오..

세 겹의 기다림, 대문자 ‘G’와 소문자 ‘g’ 사이의 ‘호모 메모리스’

세 겹의 기다림, 대문자 ‘G’와 소문자 ‘g’ 사이의 ‘호모 메모리스’ -Three layers of waiting, the homo-memory between the capital letter 'G' and the lower case 'g' [대 림 제 1 주 일 (다 해) 2021. 11. 28. Luc.21,25-28.34-36] 1. 기억이 나를 본다(토마스 트란스퇴메르) 토마스 트란스퇴메르의 「기억이 나를 본다」를 읽어본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

빌라도의 담론이 지닌 순환증식의 원리와 그 종언(終焉)

빌라도의 담론이 지닌 순환증식의 원리와 그 종언(終焉) -The Principle of Circulation Proliferation and its End of the Pilate's Discourse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나 해) 2021. 11, 21. Jean. 18,33-37] 1. 허연의 「나쁜 소년이 서 있다」 허연의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읽어본다. ​①세월이 흐르는 걸 잊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별반 값어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편 같은 삶의 유리 조각들이 처연하게 늘 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반짝이며 //②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여자를 훔치듯 시는 부서져 ..

두 권의 책이 놓여 있는 풍경, 그 사이를 흐르는 강(江)

두 권의 책이 놓여 있는 풍경, 그 사이를 흐르는 강(江) -The landscape where two books lie, the river flowing between them [연 중 제 33 주 일 (나 해) 2021. 11. 14. Marc.13,24-32]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1. 연애의 정석, 나와 당신, 그리고 강(江) 황인숙의 『강』을 읽어 본다 ①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나한테 토로하지 말라//②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튀기지 말라//③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울길 몰골에 ..

‘봄-보임’의 파놉티콘에서 시놉티콘 너머 무엇이 있을까?

‘봄-보임’의 파놉티콘에서 시놉티콘 너머 무엇이 있을까? -What is beyond the synopticon in the panopticon of 'seems to be seen'? [연 중 제 32 주 일 (나 해) 2021. 11. 7. Marc.12,38-44] 1. ‘본다는 것’은 어떻게 ‘고요함’을 만드는가? 이문재의 「물의 결가부좌」를 읽어본다. ①거기 연못 있느냐./천 개의 달이 빠져도 꿈쩍 않는, 천 개의 달이 빠져나와도 끄떡 않는 고요하고 깊고 /오랜 고임이 거기 아직도 있느냐.// ②오늘도 거기 있어서 연의 씨앗을 연꽃이게 하고, 밤새 능수버들 늘어지게 하고,/ 올 여름에도 말간 소년 하나 끌어들일 참이냐.//③거기 오늘도 연못이 있어서 구름은 높은 만큼 깊이 비치고, 바람은 부는 ..

사유(思惟), specualtion, denken)하는 존재의 아름다움(2)

사유(思惟), specualtion, denken)하는 존재의 아름다움(2) [연 중 제 31 주 일 (나 해) 2021. 10. 31. Marc. 12, 28-34.] 1.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레미 드 구르몽) 가을, 하면 떠오르는 시 세 편을 읽어본다. 라이어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①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 했습니다/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들판에 바람을 풀어 주옵소서.//②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③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짓지 못합니다/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살 것이며/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나뭇잎이 구를..

비욘드(beyond)의 순간성과 영원성에 관한 단상

비욘드(beyond)의 순간성과 영원성에 관한 단상 -A Single Phase on the Momentality and Eternity of Beyond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2021. 10. 24. Matthieu. 28,16-20] CHOATphotographer/Shutterstock.com 1. 물로 된 돌이 있는가? 금으로 된 물이 있는가?(파블로 네루다) 비욘드(beyond)는 사전적으로 ~을 넘어서 ~를 지나서 ~이상으로~를 뛰어넘는 ~이후에 ~이외는 등의 전치사로 쓰이거나, 저 쪽에, 저 너머, 그 이상으로, 그 이후로 라는 부사로 쓰이거나, 저편, 끝, 내세, 초월, 초경험 등 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형태와 의미로 쓰이든 비욘드를 체험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자 ..

기다림, '바깥(dehors)'을 향하는 오르페우스의 시선(2)

기다림, '바깥(dehors)'을 향하는 오르페우스의 시선(2) -희망과 희망고문의 경계선에 서 있는 이들을 위무慰撫하며 [연 중 제 29주 일 (나 해) 2021. 10. 17. 마르코 10, 35-45] 1.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문정희) 2. 로고스에서 로고테라피로, 로고테라피에서 로고스로 3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마르코10,35-45) 1.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문정희) 문정희의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읽어본다, ①가장 아름다운 것은/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②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새로 건 달력속의 숨 쉬는 처녀들/당신..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키케로&셰익스피어)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키케로&셰익스피어) - Quiconque veut porter la couronne, résiste à son poids! [연 중 제 28주 일 (나 해) 2021. 10. 10. 마르코 10, 17-30] 1.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끝에서, 너는(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2. 쇼펜하우어의 ‘살려는 의지’와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 3.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지혜서7,7-11/히브리서 4,12-13/마르코 10,17-30) 1.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끝에서, 너는(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序詩)」를 읽어본다. ①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