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피캇(Magnificat) 248

사랑, 현존의 부재에서 부재의 현존으로

사랑, 현존의 부재에서 부재의 현존으로 - L'amour, l'absence de la présence, la présence de l'absence [주 님 승 천 대축일(니해)2021. 5. 16. Marc. 16,15-20] 1.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절정’이 있기 때문이다(릴케) 2. 깊은 고독은 숭고하지만 두려운 방식으로 그러하다(칸트) 3. ‘예수님 없이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삶’(마르코16,15-20ㄴ) 1.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절정’이 있기 때문이다(릴케) 릴케의 「장미의 내부」를 읽어본다. 1.어디에 이 내부에 대한/외부가 있는 것일까? 어떤 상처에/이런 정결한 꽃잎을 얹어야 할 것인가?/어느 하늘이 이 속/활짝 피어난 장미의/안쪽 호수에 비추는 것일까?/그대 근심 모르는 장미여, 보..

사랑, 자기부정의 ‘반(反)-명제’를 통한 자기긍정의 여정

사랑, 자기부정의 ‘반(反)-명제’를 통한 자기긍정의 여정 [부 활 제 6 주 일 (나 해) 2021. 5. 9. Jean. 15,9-17] 1.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창조한다(니체) 2. ‘난 널 사랑해’의 내적 논리(롤랑바르트 & 알랭바디우) 3. 살아있는 삶을 살다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자(요한 15,9-17/부활6주강론) 1.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창조한다(니체) 고정희의 「더 먼저 더 오래」를 읽어본다. ①더 먼저 기다리고/더 오래 기다리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기다리는 고통 중에 /사랑의 의미를 터득할 것이요 ②더 먼저 달려가고 / 더 나중까지 서 있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서 있는 아픔 중에 /사랑의 길을 발견할 것이요 ③더 먼저 문을 두드리고 /더 ..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Mevnw머무름)’이 있다.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Mevnw머무름)’이 있다. [부 활 제 5 주 일 (나 해) 2021. 5. 2. Jean. 15,1-8] 1,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나희덕) 2.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C(Choice선택)가 있다(사르트르) 3. ‘죽어야 살 수 있다’와 ‘살아야 살 수 있다’(요한15,1-8/요한 12,20-33) 1.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나희덕) 나희덕의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를 읽어본다. ①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②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

무엇으로부터의 열정에서 무엇에로의 열정으로

무엇으로부터의 열정에서 무엇에로의 열정으로 -from passion from something to passion from something [부 활 제 4 주 일 (나 해) 2021. 4. 25. Jean. 10,11-18] 1. 그대 위의 푸른 나뭇가지들, 비극적 황홀(이성복) 2. 열정과 냉정 사이,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 3. 내가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것이다.(요한 10,11-18) 1. 그대 위의 푸른 나뭇가지들, 비극적 황홀(이성복) 시인은 시인이니까 시를 ‘잘’ 써야 한다. 그러나 시를 ‘잘’ 써서 그것을 발표하는 순간, 시인은 그것이 그의 ‘거친 호흡의 신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그가 꾼 악몽에 어울리지 않는다.(김현) 악몽 위에서 솟구친 언어치고는 너무 가볍거..

고요함의 지혜, 기억과 망각의 책

고요함의 지혜, 기억과 망각의 책 -The Wisdom of Calmness, the Book of Memory and Oblivion [부 활 제 3 주 일 (나 해) 2021. 4. 18. Luc. 34,35-48] 1.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오규원) 2. ‘잊음’에 대한 ‘이즘-ism’, 언어의 본성에 대하여(대니얼 헬러-로즌) 3.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루카 24,35-48) 1.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오규원) 우리의 삶은 한 권의 책, 기억과 망각으로 쓴 책이다. 그 책은 우리가 바라본 세계를 담고 있다. 세계는 사건과 사건의 연속이다. 즉 의미와 의미의 연속이다. 그런데 그 사건을 목련이 지고, 라일락이 피는 일처럼 ‘그냥’ 순수한..

사랑과 상처 혹은 사랑의 상처, 그 흔적의 존재론

사랑과 상처 혹은 사랑의 상처, 그 흔적의 존재론 - L'existence de l'amour, de la blessure ou de l'amour, de la trace [부 활 제 2 주 일 (나 해) 2021. 4. 11. 요한 20,19-31] 1. 임은 구름과 장미 되어 오는 것(김춘수, 「구름과 장미」) 3. 타인은 하나의 상처이자 부활이다(알렝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3.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요한 20,19-3) 1. 임은 구름과 장미 되어 오는 것(김춘수) 김춘수 시인의 「구름과 장미」(1948)를 읽어본다. 저마다 사람은 임을 가졌으나 임은 구름과 薔薇 되어 오는 것 눈뜨면 물 위에 구름을 담아보곤 밤엔 뜰 薔薇와 마주앉아 울었노니 참으로 뉘가 보았으..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길 위에서 길을 묻는 것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길 위에서 길을 묻는 것 -‘나의 부활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인류에 부쳐 [파 스 카 성 야(나해)2021. 4. 3. Marc. 16,1-7] 1. 포크로 접시를 긁듯이 사랑하고 싶다(김태용) 2. 말 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비트겐슈타인) 3.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길 위에서 길을 묻는 것 1. 포크로 접시를 긁듯이 사랑하고 싶다(김태용) 길을 잃지 않고도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김태용의 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자음과모음, 2010)는 박경리나 김훈, 황석영 등의 소설, 대서사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이것도 소설이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언어를 해체하고, 서사를 해체하고, 장르를 해체하고, 글쓰기를 해체한 자리에 이미지만 남는..

“그렇다” 이전과 그 이후, 인류의 독해능력의 현주소에 부쳐

“그렇다” 이전과 그 이후, 인류의 독해능력의 현주소에 부쳐 -“이 사람은 누구인가?”를 묻는 “나는 대체 누구인가?”(라인홀트 슈테혀) [주 님 수 난 성 지 주 일(니해) 20212021. 3. 28. Marc. 14,1-15,47] 1. 사랑을 하면 오래 살고 싶어진다 2.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김훈, 『칼의 노래』} 3. 삶의 ‘본론’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1. 사랑을 하면 오래 살고 싶어 진다 이 글은, 마르코 복음 14장 62절에 나오는 “그렇다”라는 3음절을 이해하고 싶어서 쓴다. 한국인의 한국어 ‘난독증’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어 문장 뿐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어 화자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현상, 즉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의사소통의 장애가 발생..

스스로 살 수 ‘없는’ 존재와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존재 사이

하여 나란, 스스로 살 수 ‘없는’ 존재와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존재 사이 [사 순 제 5 주 일 (나 해) 2021. 3. 21. Jean. 12,20-33] 1. 습명(襲明), 정(情)의 하늘과 한(恨)의 바다에서 2. 인간의 육신은 하느님의 자기 진술 자체이다(칼 라너) 3. 생명을 선물로 받은 유한자가 어떻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나? 1. 습명(襲明), 정(情)의 하늘과 한(恨)의 바다에서 정천한해(情天恨海) -한용운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情) 하늘을 따를쏘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 하리라. 높고 높은 정(情) 하늘이 싫은 것만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한(恨) 바다가 병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 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 ..

‘본다(emblepein)’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유’를 발생시키는가?

‘본다(emblepein)’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유’를 발생시키는가? [사 순 제 4 주 일 (나 해) 2021. 3. 14. Jean. 3,14-21] 1. 본다(emblepein)는 것은 무엇인가? 2. 본다(emblepein)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유’를 발생시키는가? 3. ‘십자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인가(요한 3,14-21) 1. 본다(emblepein)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은 하나의 시선이다. 김훈은 『자전거 기행』 중에서 ①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②동백꽃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③동백을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④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