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게 / 김명인 내 늑골의 골짜기 마다 피빛 절이며 세월이여/ 비 그치니 지금 눈부시게 불타는 계절은 가을/ 대지의 신열은 가라앉고 생식과 치욕조차 시들어/ 시월의 잎들과 11월의 빈 가지 사이/ 걸어갈 작은 길 하나 걸쳐져 있다/ 잿빛 날개 펼치고 저기 새 한 마리/ 숱한 사연과 사연도 저희끼리/ 공중제비로 흩어 구름 흘러간다/ 목 놓아 우는 것이 어디 여울뿐이랴/ 둔덕의 갈댓머리 하얗게 목이 쉬어도/ 그리움의 노래 대답 없으니/ 마침내 위안없이 걸어야 할/ 남은 시간이 마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