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 김명인
푸르스름한 둥근 공이 분홍빛 촉수를 열고/ 꼬마 알전구 하나 내밀면서/ 석류도 뒤늦게 꽃燈 매달았다/ 여름내 초록 숲길을 더듬고 가야 할/ 순 자연산 손전등,/ 대궁이자 열매인 꽃의 전부/ 저 불 깜박이면 검은 잎맥 사이에서 깨어나는/ 아가가 한 주먹 가득 잼 잼 움켜쥐겠지/ 우윳빛 볼 두덩에 살색 올리겠지/ 哄笑 깨물고 가지런한 치열 벙글겠지/ 마침내 너도 한 입/ 시린 사랑 덥석 베어 물어야지/ 내가 들고 선 오늘이 보잘것없는 숫기임을/ 석류를 보면서 비로소 깨닫는다, 잇몸이/ 시큰거리도록 군침이 도는/ 비릿한 첫사랑 생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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