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749

위 처사에게 드림(贈衛八處士) / 杜甫

贈衛八處士 증위팔처사 위 처사에게 드림 杜甫 두보 人生不相見 動如參與商 인생불상견 동여삼여상 今夕復何夕 共此燈燭光 금석복하석 공차등촉광 우리네 세상살이 자칫하면 서로 엇갈려 뜨는 동쪽 별 서쪽 별 같아서 한번 헤어지면 다시 서로 보기가 어려운데 다시 만나 이 등잔불을 함께 하니 오늘 저녁이 그 얼마만의 저녁이던가 少壯能幾時 髮各已蒼 소장능기시 빈발각이창 訪舊半爲鬼 驚呼熱中腸 방구반위귀 경호열중장 젊어 청춘이던 때가 얼마였던가 우리 모두 어느새 귀밑머리 하얗게 세었네 옛 벗을 찾아보니 이미 반은 죽어 귀신이 되었기에 그 이름 부르다 놀라 애간장이 다 끊어지네 焉知二十載 重上君子堂 언지이십재 중상군자당 昔別君未婚 兒女忽成行 석별군미혼 아녀홀성황 어찌 알았으리 이십 년 만에 다시 그대 집 찾게 될 줄을. 작별..

시(詩)와 詩魂 2008.09.24

공존의 이유/ 조병화

-------------------- 공존의 이유 /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을 // 하지 않기로 하세 //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 악수를 하세 // ................. '적당히' 먹고, '적당히'자고 '적당히..

시(詩)와 詩魂 2008.09.18

가을의 기도 외

가을 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극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 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넣어 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서 깨어나,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뭇잎 떨어져 뒹굴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과목(果木) / 박성룡 과목(果木)에 과물(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事態)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薄質) 붉은 황토에 가지는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

시(詩)와 詩魂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