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가을편지 1 / 이해인

나뭇잎숨결 2008. 9. 9. 19:09

 

 

가을 편지1 / 이 해인

당신이 내게 주신
가을 노트의 흰 페이지마다
나는 서투른 글씨의
노래들을 채워 넣습니다
글씨는 어느새 들꽃 으로 피어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말은 없어지고
눈빛만 노을로 타는 우리들의 가을
가는 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눈빛과 마주칩니다
가을마다 당신은
저녁노을로 오십니다

말은 없어지고
목소리만 살아남는 우리들의 가을
가는 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 목소리에 목숨을 걸고 사는
나의 푸른 목소리로
나는 오늘도 당신을 부릅니다.

 

 

 

 

 

 

 

 

 

 

 

 

 

 

 

 

 

 

 

 

 

 

집에서 책을 읽어도 되는 데 도서관에 간다.

종이냄새를 맡으며 긴 서가를 지나, 창가 자리에 앉는다.

오늘 읽어야 하는 책은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인기척 때문에 10페이지도 읽지 못한다.

읽지 못했다하여 애탈일 하나 없는 나이,

편지를 쓰거나, 가슴에 꼭꾹 묶어 두었던 봉인된 편지를 뜯는다.

발신인은 가을, 수신인은 나,

가끔은 내가 발신인이 되어 가을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처럼 울퉁불퉁하지만 남은 시간 잘.살.다.가.고.싶.다...."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편지 3 / 이 해인   (0) 2008.09.11
가을 편지 2 / 이 해인  (0) 2008.09.10
가을의 기도 외  (0) 2008.09.01
세상에 가득한 엄마 / 이해인  (0) 2008.08.21
[스크랩] 강 물 / 천 상 병  (0) 200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