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가을 편지 4 / 이 해인

나뭇잎숨결 2008. 9. 12. 07:59

 

 

가을 편지 4 / 이 해인

 



하찮은 일에도 왠지 가슴이 뛰는 가을
나는 당신 앞에
늘 소심증(小心症) 환자(患者)입니다

내 모든 잘못을 고백하고 나서도
죄는 여전히 크게 남아 있고
내 모든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도
사랑은 여전히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것
이것이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초조합니다

뜰에는 한 잎 두 잎 낙엽이 쌓이고
내 마음엔 한 잎 두 잎
시(詩)가 쌓입니다

가을이 내민 단풍빛의 편지지에
타서 익은 말들을 적지 않아도
당신이 나를 읽으시는 고 요한 저녁
내 영혼의 촉수 높여 빈방을 밝힙니다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스럽게, 더 홀가분 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하 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작은 강도 건너야 함을
깨우쳐 주셨읍니다.

그리고 참으로
삶 의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찮고 짜증스럽기조차 한
일상(日常)의 일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견디어 내야 한다 는 것을.

 

 

화계사 계곡

 

 

 

 
화계사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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