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749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1944) -----------------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나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돌본다. 주위를 살피면서 밖에 나간다 떨어지는 빗방울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당해서는 안되겠기에. ----------- 연기/ 베르톨트 브레히트 호숫가 나무들 사이 조그만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

시(詩)와 詩魂 2008.12.18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

시(詩)와 詩魂 2008.12.10

고백/하인리히 하이네

하인리히 하이네의 (김재혁옮김, 문학과 지성사) 고백 땅거미 앞세우고 저녁은 찾아오고, 물결은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 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올랐다. 그때 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너의 아름다운 모습, 그 모습 내 주위 곳곳에서 떠돌고 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 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 세찬 바람소리 속에서나, 거친 파도소리 속에서나, 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 나는 가벼운 갈대를 꺾어 모래 위에 썼다: "아그네스, 나는 너를 사랑한다!" 하지만 심술궂은 파도가 그 달콤한 고백 위로 덮쳐와 그 말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나약한 갈대야, 먼지처럼 흩어지는 모래야, 사라지는 파도야, 난 이제 너희를 믿지 않겠다! 하늘은 점..

시(詩)와 詩魂 2008.11.27

흔적, 上弦 , 마른 물고기처럼

Springtime-(1873) Pierre Auguste Cot , Oil on canvas, 80 x 50 inches Metropolitan Museum of art, Manhattan, USA소장 Q! 나희덕의 시를 읽어본다. 흔적 나는 무엇으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유난히 엷고 어룽진 쪽을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본다 텃밭에 나가 귀퉁이가 찢겨진 열무잎에도 대보고 그 위에 앉은 흰누에나방의 날개에도 대보고 햇빛좋은 오후 걸레를 삶아 널면서 펄럭이며 말라가는 그 헝겊조각에도 대보고 마사목에 친친 감겨 신음하는 어린 나뭇가지에도 대보고 바닷물에 오래 절여진 검은 해초 뿌리에도 대보고 시장에서 사온 조개의 그 둥근 무늬에도 대보고 잠든 딸아이의 머리띠를 벗겨주다가 그 띠에도 슬몃 대보고 밤 늦게 돌아온..

시(詩)와 詩魂 2008.11.15

무관심한 사랑 혹은 소유하지 않는 사랑도 사랑인가?

1923년 경 Rainer Maria Rilke와 그의 친구들인 Moodie 및 Reinhardt와 함께사진이 시다. 표지로 코팅해서 쓰고 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이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그 누구의 잠일 수도 없는 기쁨이여.” - 릴케가 스스로 쓴 묘비명 ... 그는 자신의 고독 속에서 사랑하곤 하였다. 매번 혼신을 다하여, 그리고 상대방의 자유를 [보장하여주기 위한] 말할 수 없는 조바심 속에서 사랑하곤 하였다. 그는 서서히, 사랑하는 대상을 그 자신의 감정의 광선으로 불태워 버리는 대신에 그 대상을 투명하게 비쳐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점점 더 투명하여지는 연인의 형체를 투시하여 저 광활한 곳, 그의 무한한 소유욕에다 이 투명한 연인의 형체가 열어 준 저 광활한 곳을 알아보는 환희에 ..

시(詩)와 詩魂 2008.11.09

사랑에 관하여On Love

사랑에 관하여On Love - 칼린 지브란 Then said Almitra, "Speak to us of Love." 그러자 알미트라는 "저희에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십시요" 라고 말하였다. And he raised his head and looked upon the people, and there fell a stillness upon them. And with a great voice he said: 그는 그의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 위로 침묵이 흐를때 큰 목소리로 말했다. When love beckons to you follow him, 사랑의 빛이 너에게 오면 그를 따르라.. Though his ways are hard and steep. 비록 그 길이 고되고 험할 지라도. An..

시(詩)와 詩魂 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