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749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황지우

모래사막 데스밸리는 작가 유은속이 머물렀던 미국 LA.로부터 480Km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국 서반구에서도 고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남북의 길이가225Km이며, 동서의 넓이는 6~25Km에 달하는 거대한 지형으로 계곡의 대부분이 해면보다 낮고 최저 지형은 해발 -85.5m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전한다. 기온은 평균 40도를 상회하며 한여름의 최고기온이 57도에 이른 적도 있는 혹서지역이다. 또한 해저면 대부분이 소금 층으로 덮여져 있으며, 가장 두터운 층은 두께가 무려 300m나 된다고 하니 그 지역적 특수성이 어떤 곳인가를 짐작케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황금빛 모래 언덕과 작렬하는 태양의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변화무상한 형상들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신비의 경지로 이끌어 인간..

시(詩)와 詩魂 2008.10.19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世界上最遥远的距离) / 蘇程龜

사진 다리아님 世界上最遥远的距离 / 蘇程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世界上最遥远的距离 不是生与死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삶과 죽음이 아니라 而是 我就站在你面前 내가 네 앞에 서 있음에도 你却不知道我爱你 내가 널 사랑하는지 네가 모른다는 것이다 世界上最遥远的距离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不是 我就站在你面前 내가 네 앞에 서 있음에도 你却不知道我爱你 내가 널 사랑하는지 네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而是 明明知道彼此相爱 분명히 서로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却不能在一起 같이 있지 못하는 것이다 世界上最遥远的距离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不是 明明知道彼此相爱 분명히 서로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却不能在一起 같이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而是 明明无法抵挡这股想念 분명 이 그리움에 저항할 수 없음에도 却还得故意装作丝毫没有把你放..

시(詩)와 詩魂 2008.10.18

분노하지 않음으로써 불길로 나를 태우지 않으며

미워하는 고통 / 도종환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몹시 시달리며 흔들리고 있다. 나도 지난 몇 달간 흔들리는 나무들처럼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나무를 흔드는 것은 바람이지만 나를 흔드는 건 내 속의 거센 바람이었다. 아니 불길이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분노와 원망과 비난의 불길이었고 미움의 모래바람 이었다. 그래서 고통이었다. 미워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몇 배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그 사람이 녹이 슬어 못쓰는 연장처럼 망가지기를 바라는 일이었다. 내 미움이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몸이 산화되는 쇠처럼 군데군데 벌겋게 부스러지기 시작하여 연모 구실을 못하게 되길 바라는 일이다. 누군가에 대해 분노할 때 내 마음은 불길로 타오른다. 그러면서 분노의 불길이 그에게 옮겨 붙어 그도 고통..

시(詩)와 詩魂 2008.10.16

열애/신달자

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많아 상처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 뒤치락 뒹굴겠다 연인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2007년) 상처처럼 온 당신… 그리움으로 욱신거린다 / 장석남 모과 장수가 등장했다. 서늘한 저녁 거리에서 그 열매를 만나면..

시(詩)와 詩魂 2008.10.12

치르르치르르 돌던 한 세월이 빨갛게 잘 익었겠다

잘 익은 사과 / 김혜순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 그 작은 구름에게선 천 년 동안 아직도 아가인 그 사람의 냄새가 나네요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 구멍가게 노망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그렇게 큰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서 잇몸으로 오물오물 잘도 잡수시네요 ---------------

시(詩)와 詩魂 2008.10.09

너무 붉은 사랑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한 잔의 붉은 거울 / 김혜순 네 꿈을 꾸고 나면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창들은 불을 다 끄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밤거리 간판들만 불 켠 글씨들 반짝이지만 네 안엔 나 깃들일 곳 어디에도 없구나 아직도 여기는 너라는 이름의 거울 속인가 보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고독이란 것이 알고 보니 거울이구나 비추다가 내쫓는 붉은 것이로구나 포도주로구나 몸 밖 멀리서 두통이 두근거리며 오고 여름밤에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이 길에선 따듯한 내면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이 거울 속 추위를 다 견디려면 나 얼마나 더 뜨거워져야 할까 저기 저 비명의 끝에 매달린 번개 저 번개는 네 머릿속에 있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네 속에는 너 밖에 없구나 아무도 없구나 늘 그랬듯이 너는 그렇게도 많은 나를 다 뱉어내었구나 ..

시(詩)와 詩魂 2008.10.06

萬波息笛(만파식적)-남편에게 / 사랑을 지키는 아름다운 간격

정선에서, 초가집 뜨락에 피어있던 맨드라미. 이보다 더 황홀할 수는 없다는 듯... 萬波息笛(만파식적)-남편에게/김승희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

시(詩)와 詩魂 2008.09.29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에 들어 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 덩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 하겠오 -------------

시(詩)와 詩魂 200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