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 화계사에서
홍천사 가는길에
* 요즘 엑셀 배우고 있다. 사진 올리고 주변의 사각을 지우니 운치가 있다고.
사진 올리는 솜씨가 날로 는다고 칭찬해 주는 이들에게 감사~
사람은 칭찬먹고 산다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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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성적표가 있을까? 있다.
모든 삼라만상이 가을엔 자기가 한 사랑의 성적표를 낱낱이 보여준다.
만개한 단풍나무가 사랑이라면 장엄한 낙엽의 추락도 사랑이겠다.
만남도 사랑이고, 이별도 사랑이다.
기실 이별할 때 보면 두 사람의 사랑의 성적표가 확연히 드러난다.
힘들지만, 죽을거처럼 아프지만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서로에게 산화공덕을 베푸는 헤어짐이 있는가 하면, 자기심장만 들여다보느라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이로 갚겠다'는 것,
그렇다면 이별하려 결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나는 누가 사랑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별로 호기심 갖지 않는다.
사랑은 숨쉬기와 마찬가지니까, 당연한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놀랄일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하지 않은 자가 누구이겠는가?
꼭 남녀간의 사랑만 사랑이 아니니까.
하나를 보면 열이 보인다.
바람둥이가 부모에게 효도할까?
그러니,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맞다.
누가 이별중이라면 유심히 바라본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은 거다.
끝을 보면 그 사람 품을 볼 수 있다.
사랑은 같은 무게로 할 수 없다.
사랑할 때에 다른 무게일 수밖에 없다.
평생을 해로한 부부의 연이 아름다운 것은,
분명 한 쪽이 부부라는 그 연을 완성시키려 만가지 이혼의 사유를 가슴에 묻고 또 묻었을 것이다.
더 많이 주는 이가 있고, 더 많이 애태우는 이가 있다.
그러나 이별은 두 사람에게 같은 무게의 사랑을 요구한다.
사랑에 무례가 용납되지 않는다면,
이별에는 그에 상응한 예의가 분명 있을게다.
한 쪽이 아무리 노력을해도 한 쪽이 인연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별은 이별일 뿐이다.
그래서 이별은 이래저래 슬프기만 하다.
만약,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가시는 걸음 걸음 그 앞에 꽃을 뿌려줄 수 있다면,
이별은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완성이라고 이름붙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 만나는 인연보다 더 애뜻한 인연일 수도 있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인연을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므로.
백년해로한 그 완성에 버금가는 완성의 저류가 분명 있었을 것이니.
헌데, 그동안의 손익계산서를 따지려 든다면
그것은 이별이라는 상처에 또 하나의 상처를 덧쒸우는 것이며, '유죄선언'을 받아 마땅하다.
모든 이별은 49대 52의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움 한 조각은 남겨야 하지 않겠나?
이별하고 싶을 때,
당장 관계를 청산하고 싶을 때...
억겁의 윤회를 생각해 본다.
이 지긋지긋한 인연을 다음 생에 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야 한다면?
차라리 이 생에서 이 인연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자고.
혹은, 이 인연은 전생의 빚을 갚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금, 사랑하는 이는 빵을 굽는 마음으로, 혹은 밥을 짓는 마음으로 성찬을 차릴 일이고,
지금, 이별하는 이는 산화공덕을 베푸는 시기임으로 가는 이의 앞길에 조건없는 꽃을 뿌려줄 일이다.
이 팍팍한 세상에 한 때 그대는 나의 기쁨이었으며, 무상으로 주어진 자비였으므로.
어제는 윤도현이 진행하는 음악프로를 보다가
감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를 작사작곡한 분의 노래를 들었다.
노랫말에 그런 말이 있었다.
우리는 매일 점점 더 멀어져 간다고, 매일 이별하고 있다고...
모든 인연은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겠는가?
2008. 10. 14. 나뭇잎숨결.
![](http://kr.img.blog.yahoo.com/ybi/1/b4/7a/jchuel/folder/3/img_3_11_5?1107881210.gif)
서른 즈음에 - 김광석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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