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뭇잎숨결 2008. 12. 18. 14:39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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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나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돌본다.

주위를 살피면서 밖에 나간다
떨어지는 빗방울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당해서는
안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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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베르톨트 브레히트

 

호숫가 나무들 사이 조그만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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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 A에 대한 추억 /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 푸르렀던 9월의 어느 날 어린 자두나무 아래서 말없이 그녀를, 그 조용하고 창백한 사랑을 나는 귀여운 꿈처럼 품에 안았었다. 우리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여름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 떠있어,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구름은 아주 하얗고 아득히 높아 내가 올려다보았을 때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그날 이후 수많은 달들, 숱한 세월이 소리 없이 흘러 지나가버렸다. 그 자두나무들은 아마 베어져 없어졌을 것이다. 사랑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너는 나에게 묻는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나는 너에게 말하겠다. 하지만 네가 무슨 뜻을 품고 있는지 나는 이미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정말로 끝끝내 모르겠다. 내가 언젠가 그 얼굴에 키스를 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 키스도, 구름이 거기 떠있지 않았더라면 벌써 오래 전에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 구름을 나는 아직도 알고 앞으로도 항상 알고 있을 것이다. 구름은 아주 하얗고 위에서 내려 왔었다. 어쩌면 자두나무들은 아직도 변함 없이 꽃피고 어쩌면 그 여자는 이제 일곱 번째 아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구름은 잠깐 동안 피어올랐고 내가 올려다보았을 때, 이미 바람에 실려 사라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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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d Me a Leaf
내게 잎새 하나 보내주오
- Bertolt Brecht (1898 - 1956)

베르톨트 브레히트

 

 

Send Me a Leaf, but from a bush
That grows at least one half hour
Away from your house, then
You must go and will be strong, and I
Thank you for the pretty leaf.
그대여
네게 잎새 하나 보내주오
그대 집 정원의 것이 아닌
적어도
그대 집에서 반시간 정도는
떨어진 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그대는 그렇게 해야만 하오.
그래야 그대는 건강해질 것이고
나는 그 예쁜 잎새를 받은 것에 대해
고마워할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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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ever Loved You More
그 날보다 더 그대를 사랑한 적이 없었소
- Bertolt Brecht
베르톨트 브레히트
 I Never Loved You More, ma soeur
Than as I walked away from you that evening
The forest swallowed me, the blue forest, ma soeur
The blue forest and above it pale stars in the west.
나의 누이여
그 날보다 내가 더 그대를 사랑한 적은 없었소
내가 천천히 그대로부터 멀어져
숲이
그 우울한 숲이
나를 삼켰던 그 날 저녁보다 말이오.
나의 누이여,
그 날보다 내가 더 그대를 사랑한 적은 없었소
그 우울한 숲에
그 숲 서쪽하늘 위에 창백한 별들이 떠올라
비치던 그 날보다 말이오.

 

I did not laugh, not one little bit, ma soeur
As I playfully walked towards a dark fate -
While the faces behind me
Slowly paled in the evening of the blue forest.
나의 누이여
나는 장난스럽게 어두운 운명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웃지 않았소,
아예 웃음기조차 머금지 않았소
그 우울한 숲의 밤 속에
그 얼굴들이 천천히 창백해져 가는데도 말이오.

 

Everything was grand that one night, ma soeur
Never thereafter and never before -
I admit it : I was left with nothing but the big birds
And their hungry cries in the dark evening sky.
나의 누이여
그 날 밤 모든 것은 장엄했소
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
한번도 그것을 느껴보지 못했소
물론 그 이전에도.
그것은 내가 그냥 떠나왔기 때문이었소.
그 어두운 밤하늘 속에
커다란 새들과
그들의 배고픈 울음소리들만을 남겨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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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손들에게 / 베트톨트 브레히트

 

1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지고
주름살없는 이마는 무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웃는 사람은
아직 끔찍한 소식을 듣지 못했을 따름이다.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곧
그 수많은 범죄행위에 대한 침묵을 내포하므로
거의 범죄나 다름없으니,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저기 천천히 길을 건너가는 사람은
아마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이
만날 수도 없겠지.

 

물론, 나는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믿어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살아 남은 것이다.
(하지만 나의 행운이 다하면 나도 그만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먹고 마셔라.
네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라.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뺏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물이
목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도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는 무엇이 현명한 것인지 씌어져 있다.
세상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덧없는 세월을 두려움없이 보내고
또한 폭력없이 지내고
악을 선으로 갚고
자기의 소망을 충족시키려 하지말고
망각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이 모든 것을 나는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2
굶주림이 휩쓸고 있던
혼돈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폭동의 시대에 사람들 사이로 와서
그들과 함께 나는 분노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눕고
되는대로 사랑을 하고
참을성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의 시대에는 길들이 모두
늪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언어는 살륙자에게 나를 드러나게 하였다.
나는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야 더욱 편안하게 살았고,
그러기를 나도 바랬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너무 약했다.
목표는 아득히 떨어져 있었다.
비록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보였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3
우리가 잠겨 버린 밀물로부터
떠올라오게 될 너희들은
우리의 허약함을 이야기할 때
너희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생각해다오.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계급의 전쟁을 뚫고 우리는 살아오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했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친절하지 못했단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정도까지 되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다오.

 

(1934 / 38)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 "살아남은 자의 슬픔" 중에서한마당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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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는 자신의 상처를 방어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