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975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이별없는 세대>에 부친다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나는 넋을 잃었다. 그대 눈짓 한번에 그대 목걸이 하나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그대 사랑 아름다워라. 그대의 사랑 포도주보다 달아라. 그대가 풍기는 향내보다 더 향기로운 향수가 어디 있으랴! - 아가서 4장 9~10절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깊이는 나락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마저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태양은 희미하고, 우리의 사랑은 비정하고, 우리의 청춘은 젊지 않다. 우리에게 국경이 없고, 아무런 한계도, 어떠한 보호도 없다-어린이 놀이터에서 이쪽으로 쫒겨난 탓인지, 이 세상은 우리에게 우리를 경멸하는 사람들을 건네주고 있다. 그들은 그러니 우리에게 이 세상의 모진 바람이 몰아치는..

사유(思惟) 2008.12.04

니체의 <즐거운 지식 혹은 학문>

시인과 현자에게는 만물이 친구이고 그에게 바쳐진 것이며, 모든 체험이 유익하고, 매일매일이 신성하며, 모든 인간이 신과 같은 존재이다. - 토마스 에머슨 존재의 목적을 가르치는 교사 - 내가 좋은 시선으로 인간들을 보건 나쁜 시선으로 인간들을 보건, 나는 인간 전체이건 특별히 각 개개인이건 간에 그들이 하나의 과제에 매달려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인간 종의 보전에 도움이 되는 것을 행하는 것. 더군다나, 실제로는 이 종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에게 저 [보존] 본능보다 더 오래되고 더 강하고 더 무자비하고 더 이기기 어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 이 본능이 정말로 우리 종과 우리네 무리의 본질 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재빠르게, 습관적인 근시안을 가지고, 다섯 걸음 떨어..

사유(思惟) 2008.12.03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서가의 한귀퉁에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이고 놓여있는 책, 루이제 린저의 는 세모에 읽기 적당한 책이다. 한 해 동안 살아온 시간을 반추하면서, 나의 자유의지에 충실하며 생생한 삶의 시간, 날 것의 삶을 살아낸 니나였나? 아님 한 번 사랑하기로 운명 속으로 걸어 온 누군가를 끝까지 지켜보면서 생을 완성하려는 슈타인인 가를 물을 수 있겠다. 니나는 유목민적 사유, 표류하는 삶의 표상이라면 슈파인은 정박한 삶의 표상이다. 누구의 생이 옳다고 규정할 수 없다. 모두 니나일 수는 없고 모두 슈타인일 수는 없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 빛이었는가가 중요하다. 어둠이었다해도 감당할 수 있었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주인공 니나 부슈만이 자신의 생일날 언니를 불러 함께 며칠을 보내면서 나누는 대화와 니나에게 보내져 온 슈..

사유(思惟) 200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