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975

나타나엘이여, 이제 나의 책을 집어던져라/앙드레 지드

---------------- 내가 이 책에 기꺼이 붙이기로 한 이 엉뚱한 제목을 나타나엘이여, 오해하지 말라. 제목을 '메날크'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메날크는 그대 자신이 그러하듯 이 세상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이 책에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이름은 이 책의 겉장에 나붙은 나 자신의 이름뿐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어떻게 이 책의 저자로 이 책에 감히 서명할 수 있겠는가? 나는 허식도 부끄럼도 없이 이 책에 내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나는 때로 본적도 없는 고장들, 맡아보지도 않은 향기들, 하지도 않은 행동들---혹은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그대 나타나엘이여---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위선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것들도, 내가 쓰는 이 것을 읽게 될 나타나엘이여. ..

사유(思惟) 2008.12.22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성공의 표피가 아니라 성공의 공식을 보라!

김영사에서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책이 나왔다. 불행한 이 곁에 함께 하는 이는 측은지심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자신이 사람인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성공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이는 카인과 아벨의 전설을 극복한 군자라 할 수 있다. 의대생, 미스코리아 ..

사유(思惟) 2008.12.17

글쓰기는 헤파이토스(노동)의 영역이지 뮤즈(예술)의 영역이 아니다

젊고, 꿈꾸듯 쳐다보고, 생각에 몰두한, 종종 의심쩍은 생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은 1880년에서 1890년 사이에 피렌체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가 전문으로 그린 소재였다. 젊은 여인의 옆자리에는 그라세 출판사에서 나온 유명한 연속 출판물에 속하는 세 권의 책 더미 <캉디드>가 ..

사유(思惟) 2008.12.16

슈테만 볼만의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이 아름답고 도발적인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 또한 너무나 위험한 여자가 될지 모른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베르메르, 마티스, 고흐, 호퍼 등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혹시킨 책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녀들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은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화가를 매혹시킨 그녀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한다. 베르메르의 푸른 옷을 입은 여자는 멀리 여행을 떠난 남편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는 걸까?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의 (p.148)에서 이 여인은 무도회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일까, 아니면 무도회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더 즐거워서 책..

사유(思惟) 2008.12.12

그 해 겨울, 김훈이 만난 박경리 선생님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 김훈, '바다의 기별' 중에서 1975년 2월 15일은 낮 최고 기온이 영하 7도였다. 며칠째 퍼붓던 눈이 멈추고, 날은 흐렸다. 흐린 날이 저물자 기온은 영하 12도 아래로 떨어졌다. 얼어붙은 거리에 북서풍이 불었고, 그날 밤 서울 영등포구 고척동 영등포 교도소 앞 거리에는 라면 껍질과 연탄재가 북서풍 속에서 회오리치면서 솟구치고 있었다. 1974년 7월 13일에 군사재판에서 긴급..

사유(思惟) 2008.12.08

박경리, 행복했다면 문학을 껴안지 않았다

[인터뷰]국민문학 '토지' 작가 박경리 국민문학 ‘토지’ 작가 박경리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행복했다면 문학을 껴안지 않았다” ● 인터뷰 기피 이유? 작가는 작품 내놓으면 그걸로 끝 ● ‘토지’의 리얼리티는 상상력과 직관력으로 정확히 때려잡은 것 ● 우익․좌익? 진보․보수? 다 편 가르기일 뿐 ● 친일규명은 당대에 끝냈어야…지금 해본들 바람 빠진 풍선 ● 수도이전? 중심 없는 균형발전이 어디 있나, 서울만한 곳 없다 ● 인간은 지구의 악성 바이러스, 생명이 주인 되는 새로운 사조 나와야 박경리(朴景利.78)의 ‘토지’는 광복 이후 한국문학이 거둔 최대의 수확이다. 작가는 1969년 집필을 시작해 1994년 8월15일 새벽 2시, 25년 만에 거대한 마침표를 찍었다. 원고지 분량은 3만1200매...

사유(思惟) 200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