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늙음의 경계가 언제인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젊은 시절을 누리다가 어느날 갑자기 늙게 된다고들 생각하게 되지만, 누구나 늙음의 징후가 다가오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노년이 다가오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조금씩 줄게 되고 머리 회전도 더뎌짐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쉰 살이 넘어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여기 그 해답을 알려주는 위대한 인물들이 있다.
젊은 시절을 잘 마무리하고 평온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준비 단계인 50세. 『50세, 빛나는 삶을 살다』는 앙리 마티스, 코코 샤넬, J.R.R. 톨킨, 모리스 라벨,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 귀스타브 에펠 등 50세 이후에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30인의 생애를 조명한 책이다. 50세 이후에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며 생애의 각별한 과업을 달성한 위인들의 경이로운 삶의 행적을 통해 나이듦의 미덕, 그 성숙함에 대해 예찬한다.
이 책에서는 쉰 살 이후가 되어서야 빛을 본 인물들 30명의 이야기를 모아 놓았다. 우리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은 발견 혹은 창조를 통해 세상마저 변화시킨 위대한 인물들의 삶이다. 뒤늦게 발견한 재능을 꽃피운 이들의 업적은, 나이가 존경을 받기보다는 터부시되는 이 시대에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프레드 히치콕, 코코 샤넬, J. R. R. 톨킨, 레오나르도 다 빈치.. 71세에 패션계를 다시 평정한 코코 샤넬|61세에 <사이코>를 찍은 알프레드 히치콕|67세에 뉴욕 카네기홀 컴백 무대에 선 조세핀 베이커|60세에 《레 미제라블》을 발표한 빅토르 위고|93세에 티베스티 산맥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 테오도르 모노|83세에 <청색 누드>를 제작한 앙리 마티스|62세에 태양계의 구성을 재정립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65세에 단독 세계일주를 마친 프랜시스 치체스터 경|52세에 전 세계의 디바가 된 세자리아 에보라|58세에 《돈키호테》를 쓴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55세에 코카콜라를 만든 존 펨버턴|74세에 티베트 여행을 한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72세에 아파르트헤이트에 종지부를 찍은 넬슨 만델라|71세에 <후가쿠 36경>을 그린 가츠시카 호쿠사이|91세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완성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90세에 쿠바의 재즈 거장이 된 콤파이 세군도|63세에 넝마주이들을 도우러 떠난 엠마뉘엘 수녀|76세에 <수련> 연작을 그린 클로드 모네|62세에 《반지의 제왕》을 발표한 J. R. R. 톨킨|57세에 파리에 에펠탑을 세운 귀스타브 에펠|65세에 <푸가의 기법>을 만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54세에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69세에 수심 3,050미터까지 내려간 오귀스트 피카르|53세에 맥도널드 1호점을 연 레이 크록|55세에 인쇄술을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83세에 최고의 바이올린을 제작한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62세에 광견병 백신을 발견한 루이 파스퇴르|68세에 <대성당>을 조각한 오귀스트 로댕|53세에 <볼레로>를 작곡한 모리스 라벨|52세에 자유의 여신상을 완성한 프레데리크 오귀스트 바르톨디.
이 책은 완숙함에 보내는 경이로운 찬가요, 젊음지상주의에 끌려가는 사회에 대한 반항의 외침이다. "백열다섯 살에도 나는 더 살고 싶을 겁니다"라고 말한 콤파이 세군도는 95세에 사망했지만 죽기 전까지 결코 노래와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54세에 <모나리자>를 그렸고 빅토르 위고는 60세에 《레 미제라블》을 썼다. 레이 크록이 첫 번째 맥도널드 직영점을 열었을 때 그의 나이 53세였다. 모리스 라벨 역시 53세에 저 유명한 <볼레로>를 작곡했다. 이 30명의 특별한 인물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인류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코코 샤넬의 트위드 정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 루이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 프레데리크 오귀스트 바르톨디의 <자유의 여신상>에 이르기까지 그 작품들은 실로 다양하지만 말이다. 엔지니어, 예술가, 연구자, 탐험가라는 다양한 위치에서 그들은 50세 이후에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그것은 그들이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30인의 생애는 '경험은 박탈해서는 안 될 귀한 보물'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인다.
이 책은 또 우리에게 각자가 선입견의 족쇄를 넘어서 어떤 연령에서나 자신의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어떤 이들은 근본으로 돌아간 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이 책에 포함되었다. 가수 생활을 은퇴했다가 돌아와 전 세계의 디바가 된 조세핀 베이커나 스위스에서 은퇴생활을 하다가 캉봉 가의 부티크로 돌아온 코코 샤넬이 그런 경우다. 또 새로운 삶을 50세 이후에 시작한 경우도 있다. 63세의 나이에 카이로의 빈민가로 떠난 엠마뉘엘 수녀, 53세에 맥도널드를 설립한 레이 크록이 그 예다. 프랜시스 치체스터 경도 빼놓을 수 없다. 50세 이전에는 항해 경험이 전혀 없었으나 바다에서 수많은 위업을 달성하여 영국 여왕에게 귀족 서품을 받은 바로 그 사람 말이다.
"그렇다. 오늘날 스무 살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아니, 심지어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 예순 살로 살아가기도 쉽지 않고, 여든 살로 살아가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까 나이는 잊어버리자. 아니면 나잇값을 위한 나이 이야기는 한 번으로 족하다 여기고 현재만을 생각하자. 스쳐 지나가는 순간순간만을 생각하자. 내일도 모든 꿈은 여전히 실현 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내리는 결론이다.
나이는 아무 의미도 없다. 진짜 문제는 도전과 열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에 있다. 20세나 30세에 자기 재주를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틀즈는 약관의 나이에 세상을 바꾸어놓았고 모차르트는 36세에 죽었다. 하지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91살에 완성했고, 테오도르 모노는 93세에도 사막으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추운 일월에 피는 꽃들이 있는가 하면 무더운 팔월에 피는 꽃들도 있다. '가치'와 '연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별들은 나이에 연연하지 않으며 또 몇 살쯤 먹어야 별이 빛날 수 있다는 법칙도 없기 때문이다.
쉰 살이 넘어서 직업을 찾는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고령화에 따라 기업 내 직원의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쉰 살쯤 되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아무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젊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일반적이다. 그래서 저자 에릭 뒤랑은 젊음에 대한 숭배가 팽배하는 분위기에 맞서 이 책을 내놓았다. "쉰 살은 상징적인 나이, 스스로 자기가 많이 늙었다고 인정하지만 사실은 전혀 늙었다고 할 수 없는 나이죠!" 에릭 뒤당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 역시 54세다. 그는 지금 스무 살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넘친다고 스스로 확신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자면, 40~50대는 나이 들어 맞이하는 청춘이라고 했다. 그는 50대가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제2의 질풍노도기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의식들을 일깨우기를, 나아가 가능하다면 인생의 세 번째 시기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변화시키기를 바란다.
"청춘을 끝내는 것은 항상 감당하기 힘든 애도 같지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건 할 만한 일이고 우리는 젊음이 가고 난 후에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지금 이 순간을 건실하게 사는 거죠. 뒤돌아보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해요." 에릭 뒤당의 말이다.
연장자, 노년, 인생의 황금기 등등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은 많다. 나이와 이미지의 문제를 부정하려는 현실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저자의 지적에 따르면 '늙은이'라는 말은 거의 욕이 되어버렸다. 늙은 게 죄다. 늙은이를 늙은이라고 불러서도 안 된다. 그래서 '연장자'라고 하는 것이다. 에릭 뒤당은 자기 책에 소개한 인물들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나이는 54세, 그리고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저작이기 때문이다.(서평)
테오도르 모노는 "우리는 종교에 발을 들이듯이 사막으로 들어간다"라고 하며 사하라 사막에 대한 자신의 소명을 설명한다. 그 소명은 72년 전 자연사박물관의 젊은 조교로 일하면서 생각했던 무한으로의 행군이었다. 수년 전부터 사방으로 길을 닦아온 모리타니 중부의 아드라르 지역은 그의 교구나 다름없었고, 사하라 사막은 그의 대성당이었으며,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그의 교인들이었다. 아흔세 살의 나이에도 모든 것에 경이로울 수 있었던 그는 사막의 마지막 부름에 화답하며 기세 좋게, 어쩌면 거의 맹목적으로 예멘의 사막과 태양을 향해 지팡이를 내딛었다.
-<93세 테오도르 모노, 태베스티 산맥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다> 중에서(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