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고정희
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 편지11 -고정희 어제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끄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미움을 지워내고 희망을 지워내고 매일 밤 그의 문에 당도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러나 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완강한 거부의 몸짓이거나 무심한 무덤가의 잡풀 같은 열쇠 구멍 사이로 나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 돌아서면 그뿐, 문 안에는 그가 잠들어 있고 문 밖에는 내가 오래 서 있으므로 말없는 어둠이 걸어나와 싸리꽃 울타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디선가 모든 길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으로 하늘에게 술 한잔 권했습니다 하늘이 내게도 술 한잔 권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때 하늘에서 술비가 내렸습니다 술비 술술 내려 술강 이루니 아뿔사, 내 슬픔 저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