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약탕관에 흐르는 눈물 /고정희

나뭇잎숨결 2021. 3. 25. 12:26


약탕관에 흐르는 눈물

 

 

-고정희


섬이라면 주야로 배 저어가고
산이라면 봉이마다 오르는 길 있으련만
사랑의 길눈 어두운 나는
그대에게 가는 길 아직 찾지 못하였습니다.
천하 명금 이마지가 거문고줄을 타고
허오가 자지러지게 피리를 분들
노심초사 그대 생각뿐인 내 마음 즐겁지 않으니
영명한 한의사는 내게 사랑의 묘약 한 재 지어주며
사랑의 길눈 밝아지랍니다.
지은 정성 달이는 정성 마시는 정성으루다
사랑의 길눈 밝아져서 그대 나라에 잘들어가랍니다.
용한 한의사의 처방대로
햇빛 쨍쨍하고 선들바람 부는 날 받아
사랑의 묘약 달이기를 합니다.
진흙으로 빚은 약탕관에 천년설봉 얼음 녹여
사랑의 묘약 털어넣은 후
하루 스물네 시간에 돋은 기다림 썰어넣고
스무 날 우거진 오매불망 구엽초도 비벼넣고
석 달 열흘 무성한 그리움 잘라넣고
삼 년 묵은 섭섭함
오 년 묵은 상처도 뽑아넣고
칠 년간 미련이며
구 년된 슬픔도 다져넣고
참나무숯불에 괄게괄게 달이니,
아 사랑의 길눈 밝아지고 있는지
약탕관에 흐르는 눈물
스무아흐레 동안 그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