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서 오규원 종일 바람에 귀를 갈고 있는 풀잎. 길은 늘 두려운 이마를 열고 우리들을 멈춘 자리에 다시 멈추게 한다. 막막하고 어지럽지만 그러나 고개를 넘으면 전신이 우는 들. 그 들이 기르는 한 사내의 편애와 죽음을 지나 먼 길의 귀속으로 한 사람씩 낯 들어가는 영원히 집이 없을 사람들. 먼 길의 귀속으로 한 사람씩 낯 들어가는 영원히 집이 없을 사람들. 바람이 분다, 살아 봐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 봐야겠다. 무엇인가 저기 저 길을 몰고 오는 바람은 저기 저 길을 몰고 오는 바람 속에서 홀로 나부끼는 옷자락은 나를 오래 어두운 그림자로 길가에 세워 두는 것은 그리고 무엇인가 단 한마디의 말로 나를 영원히 여기에서 떨게 하는 것은 멈추면서 그리고 나아가면서 나는 저 무엇인가를 사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