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749

5월 소식 / 정지용

5월 소식 -정지용 梧桐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快活한 五月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順風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틱을 찾어 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ㄹ간 소리....

시(詩)와 詩魂 2022.04.30

5월/나태주

오월/나태주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 아, 아, 아, 아프게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 어느 핸가 가을 어스름 내가 버린 우레 소리 잠들어 있고 아, 아, 아, 굴뚝 모퉁이 서서 듣던 흰 구름 엉켜드는 아픈 소리 깃들어 있고 천년 전에 이 꽃의 전신을 보시던 이, 내게 하시는 말씀도 스며서 있다. 당신이 천년 전에 생겨나든지 제가 천년 후에 생겨나든지 둘 중에 하나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무룩히 고개 숙인 옆얼굴까지 속눈썹까지 겹으로 으슥히 스며서 있다. 그늘 아래 샘물로 스며서 있다.

시(詩)와 詩魂 2022.04.30

5월이 오면/ 황금찬

5월이 오면/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시(詩)와 詩魂 2022.04.30

오월 편지 /도종환

오월 편지 -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

시(詩)와 詩魂 2022.04.30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갖고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언제나 조용히 웃는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국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모든 일에 타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잘 보고 들어 행하고 이해하며 그리고 잊지 않고 들판의 숲 그늘 작은 초가에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가서 간호해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그 볏단을 져 주고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말해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 있으면 부질없는 일이니 그만 두라 하고 가뭄이 들었을 때는 눈물을 흘리고 냉해의 여름에는 벌벌 떨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리고 칭찬 받지도 않고 걱정시키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 ..

시(詩)와 詩魂 2022.04.17

낙타/신경림

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시(詩)와 詩魂 2022.04.17

경이로운 여자/마야 안젤루

경이로운 여자 (Phenomenal woman) -마야 안젤루 예쁜 여자들은 내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나는 귀엽지 않고 패션모델의 사이즈도 아니야 내가 말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나는 말하지, 그건(아름다움의 비밀은) 내 팔 안에 내 엉덩이 사이에, 내 독특한 발걸음에, 내 입술의 휘어진 선에 있지. 나는 여자야 경이로운 여자 나는 방으로 들어가지 네가 원하는 만큼 멋지게, 그리고 서있거나 무릎을 꿇은 남자들이 벌떼처럼 내 주위에 몰려들지 나는 말하지, 그건 내 눈 속의 불꽃 반짝이는 치아, 내 허리의 움직임, 그리고 즐거운 발걸음. 나는 여자야 경이로운 여자 남자들은 내 속에서 자신들이 본 게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알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그들은 내 안의 신비를 만질 수 ..

시(詩)와 詩魂 202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