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749

유형진, 허니밀크랜드의 체크무늬 코끼리

「허니밀크랜드의 체크무늬 코끼리」 -유형진 그녀는 사랑이 깨지는 순간을 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을 그녀는 자주 목도[目擊]한다 사랑이 어떻게 깨지는지 깨진 사랑이 어떻게 가루가 되는지 가루가 된 사랑이 어떻게 녹는지 녹은 사랑이 어떻게 질척해지는지 그 질척한 사랑이 그리는 마블링을 목도한다 녹아도 녹지 않고 깨져도 깨지지 않는 어떤 알갱이들이 만들어주는 그 오묘한 무늬를 체크무늬 코끼리 그녀는 본다 사랑의 마블링을 볼 줄 아는 그녀는 그래서 슬프고 아름다운데 정작 그녀를 아무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세계의 비극 하지만 이 세계의 비극은 이것 말고도 몇 개는 더 있는데 더 큰 비극은 그 비극을 이야기하기에 시간은 산장에 사는 검은 고양이의 털 만큼 셀 수 없다는 것이다 ---------------..

시(詩)와 詩魂 2015.12.02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황인찬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이었다 이곳에 단 하나의 백자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나는 알았다 그것은 하얗고, 그것은 둥글다 빛나는 것처럼 아니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있었다 나는 단 하나의 질문을 쥐고 서 있었다 백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많은 여름이 지나갔는데 나는 그것들에 대고 백자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여전했다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에서 나는 단 하나의 여름을 발견한다 사라지면서 점층적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은 여전히 백자로 남아 있는 그 마음 여름이 지나가면서 나는 사라졌다 빛나는 것처럼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아득하여라. 정서의 파동은 우리를 아름다움 쪽으로 길게 이끌어 간다. 조명도 울림도 없는 방에 있는 단 하나의 백자. 무척이나 비현..

시(詩)와 詩魂 201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