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적 순간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 시(詩)와 詩魂 2017.08.08
장미와 가시/김승희 장미와 가시 -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 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면서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라고... 시(詩)와 詩魂 2017.05.10
몹쓸 동경(憧憬-황지우) 몹쓸 동경(憧憬) - 황지우 그대의 편지를 읽기 위해 다가간 창은 지복(至福)이 세상에 잠깐 새어들어오는 틈새; 영혼의 인화지 같은 것이 저 혼자 환하게 빛난다. 컴퓨터, 담뱃갑, 안경, 접어둔 화집(畵集) 등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천장에서, 방금 읽은 편지가 내려왔다. 이데올로기가 .. 시(詩)와 詩魂 2017.03.30
나의 마다가스카르 1(허연) 나의 마다가스카르 1 허 연(1966∼ ) ―세월 하나 지나갔다 별자리가 천천히 회전을 하는 동안 우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동안 마다가스카르 항구에선 이해하지 못했던 노래가 가슴을 치고 사랑 하나, 서서히 별똥으로 떨어진다 나는 투항했던가 감당 안 되는 빗물이 길을 막아버린 오늘 나.. 시(詩)와 詩魂 2017.03.30
사랑의 물리학(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 시(詩)와 詩魂 2017.03.15
이광호, 세기말의 비망록 세기말의 비망록- 이광호, -세계는 죽음이다. 그러나 세계는 죽음이라고 말하는 행위는 죽음이 아니다.-김현(게워냄과 피어남) 최승자의 연작 [미망(未忘)혹은 비망(備忘)은 시 간과의 싸움의 기록이다. 시간에 대한 사유한 연관 되는 인간 존재의 무력감과 유한성에 대한 인식은 인간이 경허하는 절망의 한 궁극적인 형태이다. 최 승자의 시는 그 절망과의 대면이다. 이 연작의 제목 을 이루는 '미망'과 '비망'은 모두 망각에 대한 정 신의 태도를 보여준다. '아직 잊지 않음'과 '잊음을 대비함'은 모두 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잊음은 인간에게 가하는 시간의 전횡이다. 시인이 시간과 싸우는 것은 망각과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인 세계에서 그 싸움은 일방적이다. 우리는 망각과 싸워 이길 수 없으며, 설사 강.. 시(詩)와 詩魂 2017.02.24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복효근)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 복효근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몰래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 시(詩)와 詩魂 2017.01.10
이준규, 나는 "그냥' 쓴다 (현대시학 2016.9) 나는 "그냥' 쓴다 (현대시학 2016.9) TEXT 2016.09.01. 17:36 http://blog.naver.com/naninini/220802318828 나는 나의 시를 어떻게 쓰는가. 나는 나의 시를 어찌 발생시키는가. 나의 시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이 지면은 그런 것을 쓰는 자리 같고 그러니 그런 것들에 대해 써보겠다. 나는 그냥 쓴다. 나는 내 멋대로 쓴다. 쓰고 싶은 대로 쓰는데, 쓸 수 있는 대로 쓴다고 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내가 어떻게 ‘그냥’ 쓰는지 설명해 보겠다. 그 전에 발생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발생은 요즘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니까. 나는 요즘 시쓰기는 무언가를 발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를 쓰는 일은 시를 발생하게 .. 시(詩)와 詩魂 2016.09.26
이준규, 어느 날의 시론 어느 날의 시론(계간 파란 2016 여름) TEXT 2016.08.10. 17:23 http://blog.naver.com/naninini/220784464810 <어느 날의 시론> 시를 생각하는 순간, 시는 사라진다. 그것을 설명하는 순간 그것은 그것이 아닌 것이 된다. 시는 언어의 한계와 싸우려는 속성이 있다. 시는 언어와 싸운다기보다 말과 싸운다. .. 시(詩)와 詩魂 2016.08.11
이준규의 단어 사용법 http://blog.naver.com/naninini/220755934485 소서(小暑)다. 임원경제지 위선지에서 소서 부분을 찾아본다. 별 얘기 없다. 소서에 비가 오면 수해가 있고 연이어 가뭄이 온다는데, 수해 없고 가뭄 없는 해도 있나. 소서는 본래 장마가 시작하는 때가 아닌가. 매사에 조심하자는 말일 것이다. 주역의 전.. 시(詩)와 詩魂 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