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내재율 - 김경주 뚜껑이 열린 채 버려진 밥통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들의 운율이 바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쥐들의 깨진 이빨 조각 같은 것이 늦은 밤 돌아와 으스스 떨며 바닥을 긁던, 숟가락이 지나간 자리 같은 것이 양은의 바닥에 낭자하다 제 안의 격렬한 온도를, 수천 번 더 뒤집을 수 있는 밥통의 연대기가 내게는 없다 어쩌면 송진(松津)처럼 울울울 밖으로 흘러나오던 밥물은 그래서 밥통의 오래된 내재율이 되었는지 품은 열이 말라가면, 음악은 스스로 물러간다는데 새들도 저녁이면 저처럼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음역으로 열을 내려 보내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 속으로 뜨겁게 뒤집었던 시간을 열어 보이며 몸의 열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말라가는 생이 있다 봄날은 방에서 혼자 꿇고 있는 밥물의 희미한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