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975

계몽의 변증법, 아도르노 그리고 하버마스

계몽의 변증법, 아도르노 그리고 하버마스 - 서구 합리적 사유의 역사철학적 귀결에 대한 분석 이순예(서울대) 1. 왜 아도르노인가? ‘올해도 전진의 해’ 라는 표어아래 전 국토와 온 국민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면서 이른바 근대화를 추진해온 개발독재 시기는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한반도 구성원들에게 스스로는 ‘과거’라고 치부하고 싶으나 그래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 온전한 ‘현재’이다. 2천년대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 그리고 부인하기 어려운 매력에 이끌려 디지털과 영상매체의 위력을 추인하는 작업에 열중하였던 한국의 인문학계는 이제 일종의 자가당착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사실은 매체의 물질적 위력에 맞서면서 인문적 가치를 천착하는 일이 인문학의 본령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문학자가 아니면 누가 사..

사유(思惟) 2022.03.23

철학적 인간학에 있어서 레비나스와 타자성의 윤리에 관한 연구

철학적 인간학에 있어서 레비나스와 타자성의 윤리에 관한 연구 - 고영아(서울대) 국문초록 본 논문은 레비나스의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타자성의 윤리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레비나스의 인간의 본질에 관한 성찰은 인간 존재에 관한 경험적인 사실과 그것에 바탕을 둔 추론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철학적 인간학과 방법론적 유사성을 지닌다. 더욱이, 그의 인간이해는 인간에 관한 개별적이고 경험적 사실을 넘어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려 한다는 점에서 철학적 인간학과 학문적 목표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 본질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적인 앎이 레비나스의 인간이해 이전에 선행되어야 한다. 참으로, 근대 철학은 기존의 중세 문화에 대한 계몽과 미신과 마술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을..

사유(思惟) 2022.03.14

아도르노의 비판이론과 미학

아도르노의 비판이론과 미학 피 종 호 (한양대) 1. 비판이론의 사회분석 비판이론의 목적은 20세기의 사회와 그 사회전체의 흐름을 분석하는데 있다. 이 이론은 개별적인 문화영역과 그 상호간의 의존성 및 변화의 법칙성을 밝히는 것을 그 중요한 과제로 여긴다. 1920년대 말 바이마르 공화국에서의 노동운동,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위기, 1933년의 나치즘의 등장, 소련 사회주의의 스탈린주의화 등의 역동적인 사회구조를 인식하고 있는 비판이론은 사회연구 또는 사회철학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연구는 1924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설립된 사회연구소에서 시작된다. 이 연구소의 잡지인 {사회연구}는 비판이론의 이론체계를 형성하는데 매개체가 된 다. 이 잡지의 기고논문들에 나타난 바와 같이, 사회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는..

사유(思惟) 2022.03.14

벤야민의 역사철학과 미학이론

벤야민의 역사철학과 미학이론 -김영옥(숙명여대) Ⅰ. 들어가는 말 지난 몇 년간 20세기가 서서히 그 끝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곳곳에서는 역사의 종말에 대한 다양한 말들이 오고 갔다. 변증법적 유물론이 역사의 흐름에 객관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인류의 마지막 시도였다면, 그와 함께 역사의 행보를 규정하는 요소로 작용하던 마지막 형이상학도 사라진 셈이었다. 1989년 동독이 무너졌을 때, 그것이 단순히 시장경제논리와 생산 합리성의 승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 충격은 더 뿌리깊었다. 파시즘적 템포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의 진보와 그에 따라 삶의 영역 전반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생산 합리화는 계몽주의 이래 서구 근대가 지상에서의 유토피아 건설을 기획하면서 그 실현의 중심점..

사유(思惟) 2022.03.14

지각과 상상력 -흄과 칸트를 중심으로

지각과 상상력 -흄과 칸트를 중심으로 송 명 국(서울대 철학과) I. 머리말 서양 철학사에서 상상력에 대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는 '상상(phantasia)'을 '지각에 근거해 발생하는, 지각과 유사한 일종의 운동' 또는 '판타스마타(phantasmata)가 나타나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나아가 그는 상상력을 지각도 아니고, 사고 또는 믿음도 아니며, 지각과 믿음의 결합도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상상력에 독립된 위치와 기능을 부여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상상력을 독립된 능력으로 취급한 후, 그의 뒤를 잇는 철학자들의 주요 관심은 상상력과 지식의 관계였다. 그들은 상상력을 지식의 형성에 도움을 주는 요소로 간주하거나, 인간을 오류에 빠지게 하는 근..

사유(思惟) 2022.03.14

생성과 가상에 근거한 니체의 미학

생성과 가상에 근거한 니체의 미학 심 재 민(연세대) 1. 들어가면서 니체는 역사를 문화의 관계망 속에 끌어 들여 파악하며, 문화는 다시금 삶을 그 중심점에 두고서 모든 문제를 풀어 나간다. 니체의 현대 비판은 삶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는 문화에 대한 비판과 궤적을 같이한다. 비판 대상은 학문과 예술, 종교와 도덕뿐만 아니라 광의의 의미에서 전통 형이상학이라고 볼 수 있는 존재중심적 사고까지 포함한다. 니체는 ‘힘에의 의지 (Wille zur Macht)’라는 개념을 가지고 삶의 본질을 도덕적 善惡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을 넘어서 설명해 나간다. 그는 ‘고통 (Schmerz)’ 내지는 ‘고뇌 (Leiden)’와 ‘쾌감 (Lust)’이라는 두 개념을 중심으로 전통 철학으로 풀 수 없는 현대의 문제들을 해결하..

사유(思惟) 2022.03.14

데리다의 구조주의 비판

데리다의 구조주의 비판 - 해체론에서 초월론으로 김 상 환(서울대) 철학은 초월적일 때만 철학적일 수 있다. 이는 철학이 사실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는 것과 같다. 사실에 대한 추구, 나아가서 직접적 의미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철학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과 달리 철학은 어떤 권리에 대한 물음이다. 과학적 탐구는 언제나 이 권리에 대한 물음에 종속되어 있다. 칸트가 사실의 문제에만 집착했다고 비판했던 영국 경험론마저 어떤 권리 증명의 기획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만 그것은 정당한 자격의 철학이었다. 사실의 기원, 의미의 의미, 경험의 배후를 묻는다는 점에서 철학은 현실의 정당성에 대한 권리 증명의 문제를 제기하는 입법적 사유이다. 이 입법적 사유는 현실에 대한 다양한 권리 부여와 박탈의 ..

사유(思惟) 2022.03.14

켄 윌버의 통합적 진리관에 대한 소고

진·선·미 : 켄 윌버의 통합적 진리관에 대한 소고* 박 정 호(인제대학교 인문문화학부 교수) 【주제분류】역사철학, 사회철학 【주 요 어】온수준·온상한 접근법, 켄 윌버, 존재의 대둥지, 근대성, 진선미, 뉴에이지 【요 약 문】 현시대는 전근대와 근대와 탈근대가 뒤섞이면서 온갖 주의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신적 혼돈과 비전 상실이 지배하고 있다. 켄 윌버의 통합 철학은 동서고금의 온갖 분야의 진리를 모아 진화적 홀라키(evolutionary holarchy)로 이루어진 체계적 지도로 통합하여 각각의 진리성과 부분성을 비판적으로 밝혀줌으로써 혼돈의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주고 있다. 본고는 전근대성과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통합이라는 맥락에서 윌버의 통합적 진리관과 통합적 비전을 검토하고자 한다. 윌버는 ‘온수..

사유(思惟) 2022.03.04

자연화된 인식론과 인식론의 자율성

자연화된 인식론과 인식론의 자율성* 한 상 기(전북대학교 철학교수) 【주제분류】인식론, 분석철학 【주 요 어】자연화된 인식론, 전통적 인식론, 자율성, 선천성, 규범성, 정당화 【요 약 문】 이 논문의 주된 목적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자연화된 인식론들 사이에서 전통적 인식론에 대한 자연화된 인식론자들의 태도를 근거로 최소한의 공통 특징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전통적 인식론의 특징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 기본주장으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 인식론은 선천적 성격을 띤다. 둘째, 인식론은 규범적 성격을 띤다. 셋째, 인식론은 자율적 학문이다. 자연화된 인식론은 이 세 특징에 대한 태도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며, 그래서 자연화된 인식론은 대략적으로 전통적 인식론의 이러한 특징들 중 적어도 하나 또는..

사유(思惟) 2022.03.04

실재론과 반실재론을 넘어서

실재론과 반실재론을 넘어서 노양진 (전남대․철학) 1 머리말 실재론/반실재론(realism/antirealism) 문제는 ‘언어적 전환’(Linguistic Turn) 이래로 가장 가열되고 복합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언어철학적 주제의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이 논쟁은 뚜렷한 결론 없이 마치 한 시대의 유행처럼 철학적 논의의 중심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근세의 인식론자들 사이에 벌어졌던 실재론/관념론 논쟁이 뚜렷한 결말 없이 서서히 철학사의 한 부분으로 가라앉게 되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의 논의가 우리에게 아무런 소득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가는 것만은 아니다. 이 글에서 보이려는 것처럼 실재론/반실재론 논쟁은 처음부터 끝이 없는 논쟁 ..

사유(思惟)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