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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흰색을 만들지만 그림자 또한 만든다(라이프니츠)

빛은 흰색을 만들지만 그림자 또한 만든다( 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연중26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를 중심으로         1. 박용하, 「견자見者」   박용하의 「견자見者」를 다시 읽어본다.   누가 자꾸 삶을 뛰어내리는가/누가 자꾸 초읽기 하듯 심장을 뛰어내리고 있는가//그렇다면 네 영혼은?/네 손목은? 네 발목은?//누가 자꾸 지구를 뛰어내리는가/누가 자꾸 햇빛과 달빛을 뛰어내리는가/눈물도 심장에서 뛰어내린다//그렇다면 네 슬픔은?/네 진눈깨비는? 네 고통은?//너의 심장은 발바닥에서부터 뛴다/너의 노래는 머리카락에서도 자란다//그렇다면 네 피는?/네 시선은? 네 호흡은?//물에 빠진 사람은 물을 짚고/ 허공에 빠진 사람은..

낮은 낮에게 말을 건네고, 밤은 밤에게 앎을 전하네(시편19)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낮은 낮에게 말을 건네고, 밤은 밤에게 앎을 전하네(시편19)연중25주일,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를 중심으로       1. 이수명, 「창문이 비추고 있는 것」    ①창을 바라본다 창문이 비추고 있는 것//이것이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나는 그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누군가의 생각 속에 붙들려 있는 것이다.//내가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나는 누군가의 생각을 질료화한다. 나는 그의 생각을 열고 나갈 수가 없다.//나는 한순간,/누군가의 꿈을 뚫고 들어선 것이다.//② 나는 그를 멈춘다.//커튼이 날아가버린다. 나는 내가 가까워서 놀란다. 나는 그의 생각을 돌려보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생각을 잠그고 있다.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창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희생해야만 주체가 될 수 있다(Frank Ruda)

남마리안나 수녀님께서, 감사합니다.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희생해야만 주체가 될 수 있다(Frank Ruda)-연중24주일,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를 중심으로       1.  황지우, 「뼈아픈 후회」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완전히 망가지면서/완전히 망가뜨려 놓고가는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모두 떠났다.//내 가슴속에 언제나 부우옇게/바람 이동하의 그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못했다, 내 꿈..

에파타(Εφφαθα)! 예수님의 직접적인 육성(ipsissimavox Jesus )을 어떻게 들을 수 있나?

에파타(Εφφαθα)! 예수님의 직접적인 육성(ipsissimavox Jesus )을 어떻게 들을 수 있나?(2)- 연중23주,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을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을 말하게 하신다”를 중심으로           1. 하인리히 하이네, 「고백」     땅거미 앞세우고 저녁은 찾아오고/ 물결은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바닷가에 앉아 하얗게 부서지는/파도의 춤을 바라보고 있지나/ 내 가슴은 바다처럼 부풀어올랐다/그때 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나를 사로잡았다, 너의 아름다움 모습/그 모습 내 주위 곳곳에서 떠돌고/어디에서나 나를 부른다/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세찬바람소리 속에서나, 거친파도 속에서나/내 가슴의 한숨 속에서도/나는 가벼운 갈대를 꺾어 모래위에 썼다/“아그네스, 나는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