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6

존재의 무게, 완벽주의자의 고독의 물질성에 ‘십자가’는 있는가?

순애데레사가 탱큐! 존재의 무게, 완벽주의자의 고독의 물질성에 ‘십자가’는 있는가? -연중22주,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를 중심으로           1.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복효근)    복효근의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을 읽어본다.   건기가 닥쳐오자/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 섰다/강에는 굶주린 악어떼가/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

사랑은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린다!

사랑은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린다!-연중21주,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를 중심으로         1. 고정희, 「더 먼저 더 오래」     더 먼저 기다리고/ 더 오래 기다리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기다리는 고통 중에/ 사랑의 의미를 터득할 것이요//더 먼저 달려가고/ 더 나중까지 서 있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서 있는 중에/ 사랑의 길을 발견할 것이요//더 먼저 두드리고 더 나중까지 그리워/애통하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그리워 애통하는 눈물 중에/ 사랑의 삶을 차지할 것이요//더 먼저 외롭고/ 더 나중까지 외로움에 떠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저희가 외로움의 막막궁산 중에/ 사랑의 땅을 얻게 될 것이요// 더 먼저 상처받고/ 더 나중까지 상처..

성체성사적인 삶, 시간적 존재인 우리가 어떻게 영원을 살 수 있을까?

송두율군이 탱큐! 성체성사적인 삶, 시간적 존재인 우리가 어떻게 영원을 살 수 있을까?-연중20주일,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를 중심으로    1. 이향지의 ⸀소금의 행로」  이향지의 「소금의 행로」를 다시 읽어본다.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빗방울은/소금이 되지 못한다 //고기의 내장을 들락거리지 않는 물은/거름이 되지 못한다 //어제도 나는 산을 노래했다/산은 나를 노래하지 않았다 //먼 것이 먼 것을 가리는 날/혓바닥에 얹히는 소금   이향지 시인의 「소금의 행로」는 소금에도, 거름에도 어떤 길이 있다고 말한다. 한 톨의 소금은 어떻게 바다와 염전과 저잣거리를 거쳐 내 식탁에 놓이는가? 이는 소금의 행로를 통해 나의 행로는 무엇인가를 묻는,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함부로 이름 ..

2024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서울 가톨릭사진가회 김문숙 작가의 ‘하늘로 오르시네’.서울 목동성당 성모상과 하늘의 구름을 ‘이중 노출’ 촬영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제공) “하늘로 오르시네, 하늘로 오르시네, 성모 마리아 환히 웃으며 하늘로 오르시네~”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드리고 성당 마당에 나오니 성모님께서 환히 빛나고 계십니다.하늘로 오를 듯이 겸손히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시선을 하늘에 두고 계십니다.“성인 성녀들이 마중 나오고 아들 예수님 양팔 벌려 어머니 맞으시네~”미사 중 들었던 성가가 계속 입에서 맴돕니다.그런 모습을 생각하며 구름에 싸여 하늘로 오르시는 모습을 묵상합니다.기도할 줄 모르는 저희와 함께 기도해 주시니 기쁨 넘칩니다.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

백서(帛書) 2024.08.10

살아있는 빵, 몸(soma)과 살(sarx)의 키아즘(chiasme)을 지나

사진작가 분이가 세미원에서, 탱큐! 살아있는 빵, 몸(soma)과 살(sarx)의 키아즘(chiasme)을 지나-연중19주일, “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를 중심으로          1. 파울 첼란, 「그대도 말하라」     그대도 말하라, / 마지막 사람으로,/그대의 판정을 말하라.//말하라ㅡ/그러나 '아니요'를 '예'와 가르지 마라./그대의 판정에 뜻도 주라./그것에 그림자를 주라.//그것에 그림자를 충분히 주라./그것에 그만큼을,/네 주위 한밤중과 한낮과 한밤중에/두루 나누어 줄 수 있는 만큼 주라.//둘러보라./보라, 사방이 살아나고 있다 ㅡ/죽음 곁에서! 살아나고 있다!/그림자를 말하는 이, 진실을 말하는 것. // 지금 그러나 그대 선 곳이 줄어든다./어디로 이제,..

생명의 길, 바이오스(Bios)-> 프쉬게(psyche)-> 조에(Zoe)

사진작가 분이가 대천에서, 탱큐!  생명의 길, 바이오스(Bios)-> 프쉬게(psyche)-> 조에(Zoe)-연중18주,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를 중심으로        1. 박정대, 「그 무엇이 속삭이고 있었다」     다들 돌아가버린 한적한 오후의 도서관에서/내가 생애처럼 긴 담배를 피워물 때/어디서 작은 새들이 날아와/처음 보는 이름으로 움직이고, 꽃들은/낡은 외투에 손을 꿰는 아이들의 손끝마냥/불쑥 피어오르고 있었다, 외상값/정리되지 않은 외상값에 대한 생각처럼/나는, 그 어떤,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집요한 상념에 잠기어 있었는데, 비가 내려/내 생각의 한가운데로 비가 내려, 그 무엇이/속삭이고 있었다, 하늘 한구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