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帛書)

2024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나뭇잎숨결 2024. 8. 10. 09:49
 
 
 
서울 가톨릭사진가회 김문숙 작가의 ‘하늘로 오르시네’.
서울 목동성당 성모상과 하늘의 구름을 ‘이중 노출’ 촬영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제공)

 

“하늘로 오르시네, 하늘로 오르시네, 성모 마리아 환히 웃으며 하늘로 오르시네~”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드리고 성당 마당에 나오니 성모님께서 환히 빛나고 계십니다.
하늘로 오를 듯이 겸손히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시선을 하늘에 두고 계십니다.
“성인 성녀들이 마중 나오고 아들 예수님 양팔 벌려 어머니 맞으시네~”
미사 중 들었던 성가가 계속 입에서 맴돕니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며 구름에 싸여 하늘로 오르시는 모습을 묵상합니다.
기도할 줄 모르는 저희와 함께 기도해 주시니 기쁨 넘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 김문숙 작가(요세피나,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강론1]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루카1, 47-48)

 

 

-프란치스코 교황

 

 

“성모님은 급진적 변화, 가치의 전복을 선언하셨다”

교종, 성모 승천 대축일 삼종기도 가르침 마니피캇 해설

프란치스코 교종은 8월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성 베드로광장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순례자들 1만여 명을 향한 삼종기도 가르침에서 우리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께서는 우리 각자의 손을 잡고 계시며, 우리가 그녀의 믿음직스럽고 신실한 '혁진적인' 모범을 따를 때 기뻐하신다고 강조했다. 가르침 내용.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는 우리 모두의 손을 잡고 함께하시며 기뻐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 전례 복음은 성모님과 사촌 엘리사벳 사이의 대화를 우리에게 제공하면서 신자들이 삶의 매 순간마다 마리아의 적극적인 역할과 현존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특별한 방법으로 우리들에게 그녀의 모범에서 배우도록 격려하십니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어떻게 힘을 주시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나는 '온유와 겸손'으로 큰일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역사를 분별할 수 있는가?”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에 마리아는 희망을 노래하면서 우리 안에 희망을 다시 불태우게 합니다. 따지고 보면 성모님은 온몸과 영혼을 다해 승리하여 천국의 결승선을 통과한 최초의 피조물입니다. 그녀는 우리도 죄에 굴복하지 않고 겸손하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다른 사람들을 관대하게 섬기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우리 어머니이신 마리아는 우리의 손을 잡고 영광에 함께하시며 천국을 생각하며 기뻐하도록 초대하십니다. 마리아가 사촌언니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을 만났을 때 엘리사벳은 '당신은 여인들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 또한 복 되십니다'라고 말했고, 이러한 '믿음과 기쁨과 기이함으로 가득 찬' 찬사는 지금 우리가 매일 바치는 성모송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주 아름답고 친숙한 이 기도를 낭송할 때마다 우리는 엘리사벳이 했던 것처럼 마리아가 예수님을 우리에게 데려오기 때문에 우리는 마리아께 인사하고 그녀를 축복합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마니피캇'(Magnificat)을 주심으로써 응답하셨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역사 전반에 걸친 하느님의 일을 묵상하면서 주님께서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 올리셨으며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 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면서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은 그대로 있는 반면 부자는 계속 번영하는’ 현 세상에 비추어 볼 때 성모님이 과장하신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마니피캇은 현재의 시간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 즉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통해 역사적 전환점을 시작하셨고 사물의 새로운 질서를 확실히 세우셨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한 것'입니다. '작고 겸손한' 마리아가 자신의 노래로 급진적 변화를 선언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것을 축하하는 것입니다. 즉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들은 천국으로 인도되는 반면, 세상의 부유한 권력자들은 빈손으로 남을 운명입니다.

다시 말해 성모님은 급진적인 변화, 가치의 전복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이는 마리아의 예언입니다. 마리아는 권력, 성공, 돈이 아닌 봉사, 겸손, 사랑이 우세하다는 것을 이미 이해했던 것입니다. 마리아의 예언적 말씀은 우리에게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영광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우리는 ‘진정한 힘은 섬김이고 통치하는 것은 사랑’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이것이 비로 ‘천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마리아께서 선언하신 이 예언적인 반전(反轉)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사랑하는 것이 통치하는 것이고 섬기는 것이 권력'이라고 믿는가?’ ‘내 삶의 목적은 천국인가’ 아니면 ‘세상의 물질적인 일에만 관심이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 질문하면서 비관주의에 사로잡혀 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오직 하느님을 신뢰하도록 기도드립니다.

 
오늘은 성모님께 봉헌하는 대축일입니다. 천상의 어머니 마리아를 공경하기 위해 성모 성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성모 성지 방문을 촉구합니다. 교종을 포함한 로마 주교들과 많은 로마 시민과 순례자들은 전통적으로 성모 마리아 대성당 ‘로마 백성의 구원’(Salus Populi Romani) 성화 앞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베네딕토 15세 교종에 의해 세워진 ‘평화의 여왕 마리아’ 성모상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세계에 평화를 주실 수 있도록 성모님의 전구를 계속 청합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오늘 대축일은 여러분이 집에 있든 밖에 있든 모든 사람, 특히 외롭고 아픈 사람을 위한 행복한 잔치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 휴가 중인 분들, 쉴 틈이 없는 분들, 외롭고 아픈 분들 모두에게 행복한 가정의 축일을 기원합니다. 그들을 잊지 맙시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커뮤니티에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우리를 위해 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대축일에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시면서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강론2] 정순택 대주교 성모 승천 대축일(8·15) 메시지

 

“참다운 경청은 침묵을 필요로 합니다”

 

 

 

 

 

행복하십니다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루카 1,45)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름의 절정 8월의 한가운데에서, 뜻깊은 광복절에 우리는 교회 전례력에 따라 복된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하느님과 완전한 친교 안에서, 구원 여정을 따라 예수님과 함께 걸으신 성모님께서 마침내 영과 육, 온전한 존재로 천상 예루살렘에 올림을 받으셨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신앙의 역설이자, 하늘과 땅의 역설입니다. 성모님은 거룩한 침묵과 경청으로 “신앙의 밤”을 견디셨고(<구세주의 어머니>, 17항 참조),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루카 1,52) 구원자 하느님에 의해 천상으로 올림을 받으신 것입니다. 이 승천의 역설이 알려주는 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경청과 친교의 마음으로 하느님 백성을 향해 뛰어든 사람들을 하늘로 들어 높이신다는 점입니다. 승천은 스스로 낮아진 자들의 미래입니다.

 

스스로를 낮추신 성모님께서 지향하신 경청과 친교의 믿음을 거울삼아 오늘의 세상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수많은 거짓 표상으로 가득합니다. 더 많이 소유하고 현란하게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세상과 이웃을 물질과 소유로 평가하며 스스로의 삶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문호 알베르 까뮈의 말대로, “소유할 줄 모르므로 소유하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세상의 물질적, 소비적 자극에 익숙해진 결과, 마음을 열어 차분히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참다운 경청은 침묵을 필요로 합니다. 침묵을 통한 경청 속에서, 우리 자신에게 중요한 시간을 상대방에게 내어주는 ‘자기 증여’의 한 형태를 발견합니다. 이 ‘경청’이야말로 사람이 행해야 하는 “첫 번째 봉사”이자, 현대에 필요한 “듣는 귀의 사도직”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 제56차 홍보 주일 담화, 2022년)

 

바로 이 ‘경청’에 성모님의 믿음이 자리하며, 끝없이 귀 기울여 주시는 당신의 마음을 통해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경청은 일치를 불러오며, 일치를 체험하여 분열의 상처를 치유한 사람이 내딛는 믿음의 발걸음은 한결 힘찹니다. ‘친교’의 신비를 깨달으며 각자의 길을 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같은 길을 동행하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한마음으로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바로 시노드 교회의 모습입니다. 이 지향을 우리 삶 안에 되살리기 위해 교회는 ‘함께 가는 길’인 시노드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 길에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여 복음의 기쁨을 사는 과정이 ‘선교’이며, 이 길을 앞서가신 성모님은 바로 “교회의 표상이며 시작”이십니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68항 참조)

 

특별히 온 세상의 청년들이 바로 이 길의 주인공이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청년들의 발걸음이 교회가 마련한 시노드의 길을 더욱 활기차게 할 것입니다. 성모님이 가신 길을 따라 청년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이 가슴 벅찬 광경이, 준비 과정을 포함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모든 과정을 수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신앙이 다른 이 세상 모든 청년들 또한 환대의 마음으로 닦아 놓은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빛을 회복한 대사건’인 광복을 통해 자유를 되찾은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 민주주의 국가, 문화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광복절의 참뜻을 되새기고, 승천하신 성모님의 일치와 평화의 여정을 묵상하며 자문해 봅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안에 깊게 자리한 반목과 미움에서 해방되었을까요? 이 질문의 통렬한 울림을 받아들이며, 우리 모두의 화해와 일치 속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진정한 빛을 회복하는 광복의 새 출발, 평화와 일치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과 광복절을 함께 누리는 기쁨 속에서, 하늘 영광을 입으신 분, 희망과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시다. 성모님은 우리에 앞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셨으며, 하느님의 계획을 당신 삶의 계획으로 삼으시어 하느님이 이끄시는 세상 역사의 참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성모님에게 허락하신 영광의 승천은 성모님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또한 우리의 미래입니다. 승천의 은총을 입으신 어머니의 고귀한 전구로, 하느님이 주시는 일치와 평화의 기쁨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마음에, 또한 북녘 땅 동포들 모두에게도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함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