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975

황홀 혹은 충족에의 의지/롤랑 바르트

Don Paulson 황홀ravissement 우리는 우선 '하나의 정경'을 사랑하게 된다. 첫눈에 반하는 데에는 (나를 무책임하게 만들고, 숙명에 종속시키고, 사로잡아 넋을 잃게 하는) 갑작스러움의 기호 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 나를 매혹하여 황홀에 빠뜨리는 것, 그것은 '어떤 상황 속'의 육체의 이미지이다. 나를 흥분하게 하는 것, 그것은 '내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작업 중의 어떤 모습이다. […] 작업의 자세는 내게 어떻게 보면 '이미지의 순진성'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육체corps 나는 마치 그 안에 무엇이 있나 보려는 것처럼, 내 욕망의 무의식적인 원인이 상대의 육체 안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사람의 육체를 뒤진다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려고 자명종을 분해하는 아이들과 비슷..

사유(思惟) 2008.03.16

글은 벼랑 끝에서 나오는 것, 하찮은 글은 없어/김윤식

“향후 100년 문학의 화두는 ‘우포늪에서 우주 상상하기’” ㆍ육필 저서 120권·문학평론가 김윤식교수의 특별한 상상력 한국문학의 파수꾼, 문학의 구도자…. 이런 말들을 떠올리면서 지난 18일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72)의 댁을 찾아갔다. 베란다 너머로 한강과 멀리 관악산이 한 눈에 보이는 용산의 한 고층아파트. 차분한 독서와 사색의 시간들이 물처럼 고여있는 김윤식 교수의 서재에 발을 들여놓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책이 많다. 마주 보는 양쪽 벽이 책장이다. 창가 쪽으로 책상이 놓여있는데 그 옆에는 자주 보는 책을 꽂아놓은 낮은 책꽂이가 하나 더 있고, 책상 앞뒤로도 책이 여러 겹으로 차곡차곡 쌓여있다. 겉장에 보풀이 일어난 누런 책부터 빳빳한 신간까지. 책상 위에는 수백장의 하얀 원고지가 ..

사유(思惟) 200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