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20

비트겐슈타인의 상대주의

비트겐슈타인의 상대주의*노양진 (전남대․철학)1 머리말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의 상대주의라는 주제는 그 출발부터 복합적인 논의를 예고한다. 먼저 ‘상대주의’의 이론적 본성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다. 상대주의에 관한 논의는 지성사의 모퉁이마다 망령처럼 되살아나지만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상대주의라고 정형화하는 철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말하자면 상대주의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는 상대주의에 대한 비판자들의 입을 통해서만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저술을 통해 상대주의를 직접적인 논의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비트겐슈타인의 저작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철학적 태도를 상대주의라는 문제를 따라 다시 추적해야만 한다.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후..

사유(思惟) 2024.05.26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입장

지식과 확실성: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입장1) 박 병 철  1. 들어가는 말 비트겐슈타인의 마지막 저작물인 ꡔ확실성에 관하여ꡕ2)는 ꡔ철학적 탐구ꡕ3)와 더불어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무척 중요한 자료이다. 철학사에서 보기 드물게 ꡔ확실성ꡕ은 마치 일기처럼 내용을 작성한 날짜들이 적혀있으며, 마지막으로 표시된 날짜는 비트겐슈타인이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으로 되어있다. 이는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사상이 ꡔ탐구ꡕ 이래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나갔는가를 가감 없이 보여줄 뿐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고민한 철학적 주제를 통해 그의 가장 성숙한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식과 확실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저작에 대한 연구는 좁게는..

사유(思惟) 2024.05.26

비트겐슈타인의 '말놀이' 이전의 반례들

비트겐슈타인의 '말놀이' 이전의 반례들*1)신 상 형[한글 요약]'고유명이란 무엇인가?'라는 현대 언어철학의 물음을 비트겐슈타인은 의 기제로 설명하고 있다. 의 체계가 그러나 이런 물음을 받자마자 직관적으로 나온 비트겐슈타인의 경귀적 시어들의 이론의 결과가 아니라, 선행하는 그리고 자신과 반대되는 이론들에 대한 노작의 열매이다. 본 논문은 이런 선행하는 반대 견해들을 추적하여 그 한계를 살펴보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본 논문에서 살피는 반증사례들은 비트겐슈타인 자신이 직접 표적으로 삼는 아우구스티누스, 프레게, 러셀 및 전기 비트겐슈타인들로서, 크게 보아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이들이 후기 비트겐슈타인과 비교되는 점이라면, 낱말의 의미가 고정불변하는 것이고, 한 가지이며, 그..

사유(思惟) 2024.05.26

비트겐슈타인의 수리철학의 연구

규칙 따르기 개념을 중심으로비트겐슈타인의 수리철학의 연구*-(규칙 따르기 개념을 중심으로)  이종권(중앙대교수)   법칙, 규칙과 규범   비트겐슈타인에게 있어 철학적 탐구의 대상이 시종일관 언어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언어를 어떻게 말하고 사용할 때 참인 진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어떻게 의미 있는 진술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구분했으며, 후자의 문제만이 진정으로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어떻게 해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물음은 그 물음에 대해 어떤 답변이 주어지는가에 따라 다른 많은 철학적 문제의 해결의 방향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우선적이다.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의미하려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사유(思惟) 2024.05.26

비트겐슈타인의 대상 개념

비트겐슈타인의 대상 개념박 병 철 부산외대 교수목차1. 들어가는 말 4. 대상에 대한 실재론적 해석 II2. 대상에 대한 반실재론적 해석 5. 경험의 대상으로서의 ?논고?의3. 대상에 대한 실재론적 해석 I 대상6. 맺는 말1. 들어가는 말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에서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주제중의 하나가 대상(object) 개념이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은 대상에 대해서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상에 대한 어렴풋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를테면 대상은 단순하며(2.02), 세계의 실체를 형성할뿐 아니라(2.021), 대상들의 배열을 통해서 사태가 형성되는 것이다(2.0272). 대략 대상은 세계를 구성하는 실체로서의 단순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상은 그냥 단순 대상이 아니..

사유(思惟) 2024.05.26

논리,철학 논고에 나타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ꡔ논리,철학 논고ꡕ에 나타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박 병 철  (1) 머리말        ꡔ논리,철학 논고ꡕ1)는 출판된지 70여년이 흘렀으나 그 해석에는 아직 정설(定說)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단지 유력한 해석들만 몇가지가 난립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ꡔ논고ꡕ 자체의 단순하면서도 축약적인 경구적 표현양식에 그 첫째 원인을 돌릴 수도 있겠으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논고가 쓰여진 철학적 배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몇몇 비트겐슈타인 연구가들이 비트겐슈타인이 비엔나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 19세기말 비엔나라는 문화적, 사상적 중심지..

사유(思惟) 2024.05.26

너보다 더 네 것이 무엇이며, 너보다 덜 네 것이 무엇이냐?

너보다 더 네 것이 무엇이며, 너보다 덜 네 것이 무엇이냐?(Quid tam tuun quam tu, quid tam non tuum quam tu-아우구스티누스)- 삼위일체대측일,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가졌다” 를 중심으로       1. 피천득, 「5월은」   ​오월은 /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신록을 바라다보면/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참으로 즐겁다./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5월 속에 있다.//연한 녹색은 나날이/번져가고 있다./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

숨, 숨결 그리고 숨을 쉬는 한 희망하라!(Dum Spiro Spero)

숨, 숨결 그리고 숨을 쉬는 한 희망하라!(Dum Spiro Spero)- 성령강림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를 중심으로         1. 베르 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 그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베드톨트 브레히트의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는 우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보다 더 분명한 정의는 없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다.  “당신이 필요해요”라는 육성은 브레히트 개인의 체험을 넘어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체험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

부재의 현존이라는 메타포, 어디에도 없는 님, 어디에나 있는 님!

부재의 현존이라는 메타포, 어디에도 없는 님, 어디에나 있는 님!-주님승천대축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를 중심으로     1. 한용운, 「알 수 없어요」   ①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②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③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④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⑤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2)

네 겹의 충족이유율을 넘어, 존재의 충만(מָלֵא/fill)으로(2) -부활6주,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를 중심으로       1. 나태주, 「오월」      아름다운 너/ 네가 살고 있어 / 그곳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너/ 네가 웃고 있어/ 그곳이 웃고 있다/ 아름다운 너/ 네가 지구에 살아 /지구가 푸르다 나태주 시인의 「오월」은 지구가 푸른 이유를 아름다운 너의 존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월이 오월일 수 있는 이유를 사람에게 찾는 나태주 시인의 이 서정이야말로 나태주현상을 낳은 원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밖에서 찾은 것은 결국 자기 안에 있는 것이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네가 있기에 지구가 푸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푸르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이를  자기충족이유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