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975

천 개의 고원과 천 하나의 고원

당신에게 드릴테니, 부디 기쁘게만 살아라, - 옮긴이 김재인 마지막 장을 읽고 고개를 드니 창밖에 노을이 찬란하다. 열락이다.너무 아름다운 것은 때론 속절없이 슬프기조차 하다. 어디선가 부모를 잃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가 있을 것이고, 어디선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공원을 달려가는 아이가 있으리라... 매끈한 공간과 홈이 패인 공간, 유목적 공간과 정주적 공간, 전쟁 기계가 전개되는 공간과 국가 장치에 의해 설정되는 공간- 이 두 공간의 본성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두 공간을 단순하게 대립시킬 수도 있다. 지만 이보다 휠씬 더 복잡한 차이, 즉 잇달아 나타나게 될 대립항들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게 만들어보이는 차이를 학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이 두 공간은 사실상 서로 혼합된 채로만 존재..

사유(思惟) 2009.01.27

헐벗은 반복과 옷 입은 반복,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헐벗은 반복과 옷 입은 반복,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들뢰즈의 저서들은 가속력이 붙지 않는다. 앞문장과 뒷문장의 연결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 뿐 아니라, 그가 주목한 흄, 스피노자, 칸트, 니체, 베르그송 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지뻗기를 많이 해야 하는 들뢰즈 읽기, 들뢰즈의 저서는 철학의 한 사유, 체 혹은 틀 뿐 아니라, 21세기 문화 - 문학연구를 바라보는 틀, 자본주의를 관통하는 시선으로 정착했다. 들뢰즈의 리좀 시리즈 가운데 『차이와 반복』, 『안티오이디푸스』,『천의 고원』 등을 몇 년째 읽고 있다. 텍스트 밖으로 나갔다 안으로 들어오기를 반복하면서... 들레즈의 저서를 읽어내는 길은 철학이나 인문학 하면 언뜻 떠올리기 쉬운 방법론(methodology)이나 이데..

사유(思惟) 2009.01.27

도리스 레싱 황금노트북

자유로운 여자들 2 철저한 자본주의자 아버지 리처드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어머니 몰리의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토미는 안나를 찾아와 해답을 요구한다. 도덕심이 결여된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그의 사업 수완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고, 사회주의의 근본에는 동의하지만 그저 불만만 토로할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무능력한 어머니와 안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차라리 어느 한쪽으로만 사상을 주입 받았다면 갈등이나 괴로움도 없었을 것을, 쌍방의 긍정과 부정을 모두 교육받고 체득한 토미는 그들이 화합하지 못하고 영원히 반목함으로 혼돈에 빠진다. 이도저도 못하고 고통만 깊어가는데 상황을 야기한 어른들은 그저 그 모든 것이 성장통일 따름이라고 무책임하게 대답한다. 토미는 안나에게 그러한 기만적인 행동을 유지할 수 있는 믿음이 ..

사유(思惟) 2009.01.26

당신이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瑞雪이 내렸습니다. 구정명절, 우리 모두 행복한 날들이었음 좋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말없이 들려주시는 많은 님들! 가정에 평화가 함께하고, 하시는 일들 안에서 기쁨이 충만하길! 특히나 이름이 붙은 날, 주변에 소외되는 분들 없이, 복을 빌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덕담이 넘치는 날이길 기도합니..

사유(思惟) 2009.01.24

태초에 인간은 노마드였다, 이병률의 '끌림'

이병률이 찍은 신발은 끈을 느슨하게 매야 하리라. 말소리를 낮추어야 하리라. 바람보다 빨라서는 안 되리라. 눈을 감더라도 마음을 감아선 안 되리라. 전생에 혹은 그 전생에 살았던 땅의 냄새를 맡게 되더라도 그 냄새에 흔들려서는 안 되리라. 순간을 포착하되 거리를 두어야 하리라. 그래야 모든 것들은 매혹적이리라. 갖가지 열매들을 대접받고 심장은 사과의 양 볼처럼 두둑해지리라. 아무 것도 없을지 모르리라.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전부가 있을지도 모르리라. 내가 버렸던 전부와 내가 만나야 할 전부가 큰 숲으로 우거져 몇 평 땅을 내주고 쉬라 할지도 모르리라. 그 땅을 가져야 하리라. 그리고 조금 욕심을 내어 조금 더 달라고 말해야 하리라. 씨를 뿌려도 좋으리라. 내 것이 아닌 씨앗을 뿌려, 대접할 것들이 ..

사유(思惟) 200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