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19

5월 / 이해인

5월 / 이해인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모두 초록빛 기도로 물이 드는 5월,어머니를 부르는 저희 마음에도초록의 숲이 열리고 바다가 열립니다매일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마음이 어둡고 시름에 겨울 때지친 발걸음으로 주저앉고 싶은 때어서 들어오라고 저희를 초대하시는지혜의 문이신 어머니새 천년의 삶을 준비하며저희는 어머니가 열어주시는그 문으로 들어가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진리를 선택하고 진리를 따르는지혜와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어둠을 비추는 별이 되라고오늘도 조용히 저희를 부르시는바다의 별이신 어머니벼랑 끝으로 내몰린 위기에도쉽게 쓰러지지 않고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믿음과 희망을 참을성 있게 키워마침내는 한 점 별로 뜰 수 있도록영원의 환한 빛으로 저희를 비추어주소..

시(詩)와 詩魂 2024.04.28

5월은 / 피천득

5월은 / 피천득​​오월은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비취가락지다.​오월은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신록을 바라다 보면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참으로 줄겁다.​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5월 속에 있다.​연한 녹색은 나날이번져가고 있다.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머문듯 가는 것이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원숙한 여인같이녹음이 우거지리라.​그리고 태양은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지금 가고 있다.

시(詩)와 詩魂 2024.04.28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뼏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詩)와 詩魂 2024.04.28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μενειν, menein머무름)’이 있다(2)

B(Birth)와 D(Death) 사이에는 ‘M(μενειν, menein머무름)’이 있다(2) -부활5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를 중심으로      1.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하번도 상처받지 아니한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언뜻, 사랑과 상처와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 읽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춤추라-사랑하라- 노래하라- 일하라- 살라는 청유형 서술어에서 춤, ..

착함(토브טוב)의 근원, '블리드bleed'에서 '블레씽blessing'으로!

착함(토브טוב)의 근원, ‘블리드bleed’에서 '블레씽blessing'으로! - 부활4주, “나는 착한 목자이다” 를 중심으로 1.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추억의 한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내 운다//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탑을 흔들다가/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는 대상의 본질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다는 ‘무명의 어둠’ 앞에서 화자는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라고 토로한다. 본질을 알아야 하는 수많은 대상 가운데, 자기..

예루살렘 인 예루살렘, 예루살렘 오브 예루살렘

예루살렘 인 예루살렘, 예루살렘 오브 예루살렘 부활3주,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민족들에게”를 중심으로 1. 김승희, 「보리수나무 아래로」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 나무 아래 길이 있을까, / 난 그런 것을 잊어버렸어,/아니 차라리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 더욱 정직하겠지, / 잊어버린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잃어버린 것을 쉽게 되찾게 되리라고는/생각하지 않지만//나는 한밤중에 일어나/시간 속에 종종 성냥불을 그어보지,/내가 잃어버린 무슨 나무 아래 길이/혹여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혹시 장미나무 아래로 가는 길이/물푸레나무 아래 휘어진 하이신스 꽃길이/어디 어둠의 담 저 너머/흔적 같은 향기로/날 부르러 오지 않을까 하고.//생각해 보면 난 청춘을 졸업한 게/아니라/청춘을 중퇴한..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 서품식 거행

주교 표지 받는 이경상 신임 보좌주교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신임 보좌주교가 11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서품식에서 정순택 대주교(서울교구장)로부터 주교 표지를 받고 있다. 2024.4.11/뉴스1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정순택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이 1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신임 보좌주교의 서품식에서 도유와 복음서 수여를 하고 있다. 2024.4.11/뉴스1 '낮은 곳에서 겸손하게 섬기겠습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신임 보좌주교의 서품식이 거행되고 있다. 2024.4.11/뉴스1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정..

백서(帛書) 2024.04.11

평화의 면적, 두려움에 반비례하고, 고요에 정비례한다

사진작가 분이가 마니산에서 탱큐! 평화의 면적, 두려움에 반비례하고, 고요에 정비례한다 -부활2주, “여드레 뒤에 예수님께서 오셨다.”를 중심으로 1. 고재종, 「고요를 시청하다」 초록으로 쓸어놓은 마당을 낳은 고요는/새암가에 뭉실뭉실 수국 송이로 부푼다//날아갈 것 같은 감나무를 누르고 앉은 동박새가/딱 한 번 울어서 넓히는 고요의 면적,/감잎들은 유정무정을 죄다 토설하고 있다//작년에 담가둔 송순주 한 잔에 생각나는 건 / 이런 정오, 멸치국수를 말아 소반에 내놓던/어머니의 소박한 고요를/윤기 나게 닦은 마루에 꼿꼿이 앉아 들던/아버지의 묵묵한 고요,//초록의 군림이 점점 더해지는/마당, 담장의 덩굴장미가 내쏘는 향기는/고요의 심장을 붉은 진동으로 물들인다//사랑은 갔어도 가락은 남아, 그 몇 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