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강준만,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나뭇잎숨결 2012. 8. 16. 08:57

 

 

강준만, 안철수의 힘, 인물과사상사, 2012

 

 

 

 

《안철수의 힘》은 강준만의 안철수 지지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대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강준만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철수 자질론, 진보와 보수 진영의 안철수 비판론, 정권 교체론과 박근혜 대세론 등 가장 뜨거운 화두들을 거침없는 문체로 비평한다.

전무한 정치 경험을 이유로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라고 단언한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준만은 지난 세월 한국 사회는 ‘대통령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수행해온 셈인데, 과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느냐고 되묻는다. 세계 10위권 규모의 민주 국가 운운하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한국의 ‘포장마차 정당론’을 언급하며, 컴퓨터 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심하면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드는 정당 정치를 펼치면서 세계 10위권 규모 민주 국가라는 기준으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격한다.

야권의 박근혜 비판론에 대해선 비판의 주된 화두가 고작 ‘독재자의 딸이냐’며, 이는 콘텐츠의 빈곤을 드러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2012 시대정신을 ‘증오의 종언’으로 규정한 강준만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과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정서에 이의를 제기한다. 증오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안철수야말로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강준만의 결론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는 데 강준만이 중요한 몫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다. 선거 결과로 강준만의 탁월한 정치적 감각과 안목은 명백히 증명됐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강준만은 한국 사회를 들썩였던 그 유명한 《김대중 죽이기》를 출간한다. 그동안 김대중 후보는 단 한 번도 공정한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며, ‘지역주의’와 ‘용공론’을 앞세워 김대중 죽이기를 자행해온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 등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이 책은 정치권을 떠난 김대중에게 정계 복귀의 수순을 자연스럽게 밟게 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으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김대중 대통령론’의 당위성과 명분을 제공했다. 결국 대선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2002년에는 노무현이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까지 노무현은 사실상 완전한 솔로였으며 정치권 내에서도 아웃사이더였다. 이회창 대세론과 이인제 대안론에 밀린 노무현은 ‘대통령 감이 아니다’는 비토론에 움츠려왔다. 당시 강준만은 고작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노무현을 그야말로 ‘발견’했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통해서다. 이 책은 수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을 양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노무현 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강준만은 안철수를 지지하기로 했다. 그는 안철수 지지를 선언하면서 팬덤(fandom)형 지지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한 번 지지했으면 무조건 끝까지 지지하는 ‘의리파’처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강준만은 대통령 개인보다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만들 대한민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왜 안철수인가?
강준만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세 가지 이유


강준만은 머리말에서 안철수 지지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첫째, 안철수는 증오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다. 그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정치 관련 발언은 거의 모두 이런 문제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둘째, 안철수는 ‘공정 국가’ 실현을 위한 적임자다. 공정 국가는 시장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시장을 지향하는 국가다. 시장 논리를 배격하는 기존 진보적 틀은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름답긴 하지만, 5000만 한국인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안철수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 오래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경제 민주화의 가치라 할 정의, 공정, 공생을 강조해왔다. 말로는 누군 그런 말 못하느냐고 일축하기엔 그의 지나온 삶이 그 정신의 실천에 지독할 정도로 충실했다.

셋째, 안철수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다. 스마트폰 혁명과 SNS혁명이 잘 말해주듯이 인류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맞고 있다. 이 변화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한국의 선진국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안철수는 디지털 선구자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좀 더 잘되겠지”라는 판단 기준 대신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실천해온 사람이다. 안철수는 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안철수 현상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안철수는 ‘진보의 구세주’인가, ‘정의의 신기루’인가? 안철수는 ‘진보의 구세주’도 아니고 ‘정의의 신기루’도 아니라는 사실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강준만은 안철수 현상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좀 더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노무현 정권이 만든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동안 한국 정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 진영 논리였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시대는 타협을 모르는 ‘증오 시대’로 돌변하지 않았는가?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개판이 된 현실을 성토하거나 그렇게 개판을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옳을지는 몰라도 현명한 일은 아닐 터. 이제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우연인지 아닌지 마침 그 중심에 안철수가 있다.

강준만은 우리는 4?19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홍수 민주주의라는 축복을 누려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안철수의 선택과 결단이야말로 시대적 우연에 의해 요구된 것일망정,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축복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사 안철수가 온갖 폼은 다 잡아놓고 막판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거나 출마한 뒤 중도에 포기한다 하더라도, 정상을 향한 그의 여정이 끝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증오 시대 극복이라는 안철수 현상은 이미 탄생할 때부터 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은 우리 시대의 것,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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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안철수

증오의 시대 끝낼 적임자는 안철수…”
다른 후보로는 양극화구도 넘지 못해”


 

언론학자인 강준만(56) 전북대 교수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50)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강 교수는 16일 출간한 새 저서 <안철수의 힘>(인물과사상사)에서 ‘증오의 종언’이 2012년 시대정신이며, 안 원장을 이 시대정신을 실현할 가장 적합한 후보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왜 안철수인가’를 상세히 다룬 이 책에서 그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안 원장이 증오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기성 정치권이 승자독식을 되풀이하며 증오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해 온 점,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낡은 프레임’의 종식을 요구한 점 등 그의 문제의식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둘째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 정의·공정·공생을 강조해온 안 원장이 공정국가를 실현할 적임자이며, 셋째는, 디지털 선구자인 그가 에스엔에스(SNS) 소통 혁명시대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강 교수는 주장했다. 안 원장의 지나온 삶이 경제 민주화의 가치라 할 정의, 공정, 공생의 실천에 ‘지독할 정도로’ 충실했으며, (한국에서)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게 그가 제시하는 근거다.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그동안 한국 정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 진영논리였으며, 그 결과 이 시대가 타협을 모르는 증오시대로 돌변”한 상황에서, “안철수의 선택과 결단이야말로 우리에게 새로운 축복일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한국 대선은 이른바 ‘30(여당 고정표)-30(야당 고정표)-40(무당파)게임’인데, 누가 이기건 지건 양극화 구도로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지금이 증오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는 ‘증오시대’를 끝장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어 “안철수 현상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압축성장을 구현해온 한국 사회가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해 모색하는 패러다임 전환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며 “안철수의 힘은 개인의 힘이 아니라 한국의 힘인 셈”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10년간 내가 매달려온 화두인 ‘증오시대의 종언’을 안철수라는 관점을 통해 역설하고자 하는 시도”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자고 선전·선동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의 힘>에는 이와 함께 기존 보수·진보 세력, 언론의 안철수 바라보기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의 대안 패러다임이 지닌 딜레마와 한계를 짚어낸 글 등도 실렸다. 이 글들에서 강 교수는 민주통합당 후보로는 손학규 당 상임고문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야권 대선후보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박원순 방식(투 샷 경선)’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놓아 눈길을 끈다.

강 교수는 앞서 지난 5월 펴낸 <멘토의 시대>(인물과사상사)에서 대한민국의 주요 멘토 12명을 꼽으면서, 안 원장에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해 다뤘다. 책에서 그는 안 원장의 인기 비결을 정의·공정·공생 코드, 이념 양극화 혐오 코드 등 10가지 코드로 분석하며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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