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유안진 저 쉬임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흘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 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운 보랏빛, 돌각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 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랭이야, 어쩔 셈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런 움집에서 따순 손길이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